크롬북을 만나고 나서

작년 2학기 내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언제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다행히 대면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자가격리나 자율격리 등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언제든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 구클을 활용하게 되었다. 마침 시교육청의 미래이음 선도학교에 공모해 태블릿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크게 고려되었다.

 

그런데 태블릿을 활용하는 수업에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계정 문제. 미래이음선도학교로 지정돼 180대를 받았지만 이를 수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샘들이 많아, 학년별로 나누다 보니, 우리 학년은 60대 정도를 배정받았다. 결국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고, 수업 시간마다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로그아웃 해야하는데, 그 계정관리가 어려웠다.

우리 1학년들은  **@gsuite.gen.go.kr이라는 제법 긴 아이디를 외우기 어려워 했고, '사용자 계정 추가' 방식으로는 제대로 로그아웃이 안돼, 이전 사용자의 계정으로 메일이 열리는 등 계정이 얽히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 '사용자 추가' 방식을 활용해 한 태블릿을 5학급, 즉 5명의 사용자가 번호별로 함께 쓰게 됐는데 그렇게 사용하니 계정이 얽히는 문제는 사라졌지만, 사용자별 분리된 상태라 수업 도중에 업데이트가 진행돼 다운된느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 마디로 불편했다.

 

두 번째 문제는 국어과의 특성상 제법 긴 글을 써야하는데 태블릿의 키보드로는 입력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비용을 고려해 usb키보드와 태블릿과 키보드를 연결할 usb-c타입 젠더를 구입했다. 매 시간 수업을 들어갈 때, 태블릿과 키보드를 실은 손수레를, 학급의 국어부장들이 매 시간 가지러 와 친구들에게 나눠 주는 일을 반복했다. 국어부장들 덕에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었지만 미안했다. 젠더의 활용 주기도 짧았고.

 

세 번째 문제는 태블릿에서는 구글클래스룸에서 과제를   제출한 뒤 다시 '제출 취소' 후 수정하려고 하면 '보기 전용'으로 바뀌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클래스룸 폴더로 들어가, 기존 파일의 사본을 만들어 다시 '과제물 추가'하면 수정할 수 있었지만 45분 수업 상황에서 매우 번거로웠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직접 수업을 진행하며 발생한 문제로 태블릿을 수업에 활용하는데 큰 벽으로 작용했다. 환경의 불안정으로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달리 대안이 없어 밀고 나갔던 것 같다. 사실 스무 명이 넘는 교실 환경에서 교사가 교수 학습 과정에만 집중해도 그 시간의 수업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데, 수업 도구마저 불안정하면 이미 교사의 마음은 움추러 들고 학생들 역시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태블릿과 키보드가 담긴 손수레.

그래서 학년 말 시교육청에서 한 학년 전부에게 정보화기기를 나눠준다며 기기를 신청하라고 했을 때 이를 해결할 '크롬북' 구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교육청이 노트북을 사줄 만큼 재정이 넉넉하진 않을 거고, 노트북들은 사용자 추가 방식으로 구클을 활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회의를 시작하니 샘들마다 수업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싶은 기기가 달라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았다. 결국 노트북을 신청했지만 잘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크롬북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 설득하는 힘이 약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초등컴퓨팅교사협회'에서 크롬북을 대여해 주고 원하는 날짜가 사용 방법에 대한 연수를 해 준다는 공문을 보았다. 도구까지 챙겨주면서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샘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그리고 크롬북을 사용해 보았다. 좀더 강하게 주장할 걸. 그 아쉬움이 이 글을 쓰는 동기이기도 하다.

 

언박싱의 즐거움을 누렸다. 삼성 크롬북을 받았는데, 연수 들으며 활용해 보니 최신 버전은 아니었다.
연수는 왼쪽 노트북을 활용해 '줌'으로, 활용은 '크롬북'으로. 이런 연수를 교육청에서 진행해 주면 좋겠다.

 

일단 크롬북은 예상한 대로 노트북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운영체제로 크롬을 사용하면서 바이러스나 기타 업데이트 관리가 편리해 졌다. 학교의 컴퓨터실은 이 관리가 어려워 하드를 막아둔다. 사용했던 자료의 저장이 안 되니 컴퓨터는 항상 처음의 상태를 유지하지만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잘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항상 최신 버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편리했다.

 

또 구글에 특화돼 있으니 구글 등을 활용하는 수업에 최적화돼 있다.

도구의 관리가 편리해 교사나 학생 모두 수업 내용에 집중할 있겠다. 인터넷 검색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도 웹스토어나 구글플레이를 통해 설치할 수도 있다.

요즘 웬만한 크롬북에는 스타일러스 펜도 있어 펜을 활용해 화면 캡처 메모 등도 쉽게 활용할 있었다.

 

사용 요금만 더 내면 중앙통제로 크롬북들을 통제할 있는 것도 장점으로 보였다.

학급 수만큼 구입해, 국어실 같은 데에서 고정해 사용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교육청은 1 1태블릿 계획을 가지고 있어 현실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다.

 

연수를 들으면서 좀 아쉬었다. 내가 이 연수를 먼저 들었다면 샘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한편으로 어떤 기자재를 선택하라고 할 때 그런 경험을 제공해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수업에 활용할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경험을 만들어야 했을까.

 

*2022년 1월 12일 오전 연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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