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와 육아로 바쁘긴 했지만, 방학 중이라 나름 여유(?)있는 독서를 했다. 깊이 몰입해서 읽지 않아도 좋으니 아이를 보며 읽기에 참 좋았다. 무엇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점잔 빼는 양반들의 글이 아니라 더욱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나왔을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사회, 문화, 종교, 문학, 글씨, 그림, 음악 이야기에 왕족과 양반의 뒷담화에 승려, 과부, 맹인, 귀신이야기까지 종합해 놓았으니 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흥미로운 텍스트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초간본이 희귀해 필사본이 많았다고 하니 더욱 그러한 생각이 굳어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옛사람들(조선전기)의 유머와 자유분방함이 새롭게 느껴졌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물이야기가 많은데 이토록 개..
책을 훑어보면서 철학 책이라는 느낌보다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주제별로 권장도서를 소개하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소주제별로 책, 영화, 명언, 사상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여 철학적 사색을 제시하는 글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소주제의 마지막에 ‘참고 도서’라는 이름으로 관련 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면서 제목만 알고 있거나 처음 들어보는 책이 많아 부끄러워하며 인상깊은 구절과 추천 도서를 정리해 시간 나는대로 엮어 읽기를 해 볼 생각인다.1장. 나(정체성, 시간, 자유, 행복, 죽음) 1.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26) 인간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사람人 사이間의 존재, 다시 말해 ‘관계의 존재’입니다. 정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기일원론, 이기이원론, 주리론, 주기론. 국사시간에 이황과 이이를 공부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인데, 정작 그 내용은 잘 모른다. 대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원리에 관한 논쟁을 다이제스트로 아닌, 제목만 알고 지나친 게 공부하는 사람으로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그 책을 읽어보자니 부담스럽기도 하고.비록 만화로 접한 "최한기의 기학"이지만, 유학이 무엇인지, 성리학은 무엇인지, ‘기학’에서 말하는 핵심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1. 기학에서 ‘기’는 만물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나 운행하고 변화하는 존재다. 따라서 ‘기학’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기의 운행 변화의 원리를 알고, 그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것 즉, 변통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2. 변화하는 기, 즉 기의 운동 변화를 설명하는 말..
일본편 2권은 1권의 도자기 루트와 다른 백제 멸망 후 도래인에 의한 불교문화의 발전을 중심으로 기행을 이어나간다. 그 중심에 아스카와 나라가 있고 한반도에서 도래한 불교문화가 어떻게 일본에 스며들고, 일본에서 꽃피우며, 더욱 찬란하게 발전했는지를 조명한다. 그래서 아스카와 나라 답사는 절 중심의 답사였다. 법륭사, 동대사, 당초제사 등의 건축양식과 불상제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솔직히 불교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유홍준 교수의 설명으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다 대단한지 귀동냥을 좀 한 것 같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생각보다 일본의 불교문화가 성대하고 찬란하게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편견이 있었다. 항상 분열과 전쟁으로 미개한 고대, 중세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일본의 ..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하면 나는 대학교 시절을 떠올린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정말 신세계를 경험한 듯 했다. 이토록 즐겁고, 새롭고, 위대한 세상이 있었다니. 사람과 모임과 술과 학생회와 모든 것이 내 세상인 것 같았다. 나를 인정해주는 선배, 동기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소쇄원이며, 식영정, 강진, 장흥 등으로 답사 다니며, 국어과만의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어쩌면 그렇게 남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디딤돌을 놓아준 사람이 바로 유홍준이 아닌가 싶다.나뿐만이 아니리라. 전 국민에게 온 국토가 박물관임을,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국내편 전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이번에 일본편을 읽게 되었다.올해 초 일본 북규슈 여행을 다녀온 남편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
책을 읽으며 지난 2010년 열하기행 중 열하행궁에서 발견한 유득공의 비문이 떠올랐다. 박지원의 자취만을 따라가다 생각지 못한 친구를 만난 듯 어찌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이 책에 나온 유득공에 대한 자료를 보니 연행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한 차례도 가기 힘든 중국을 세 번이나 다녀왔으니 그의 견문이 얼마나 넓고 깊었을까? 이러한 안목으로 당시까지는 전무했던 발해의 역사를 정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비록 가 등 다른 역사서에 비해 짧고 간략하지만, 지명이나 인명 등 글자 하나 하나에서 유득공의 노고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짧고 간략하다 했지만, 솔직히 그냥 넘어간 내용이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하루만에 읽었지만. 지명이나 인명이 익숙지 않고 다른 나라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까다롭..
일본인이 쓴 '한글' 이야기라는 책광고가 눈에 띄어 사두었으나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글날을 앞두고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외부의 시선을 참고할 겸 이 책을 들었는데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한글에 대한 기존 인식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즉 내 머리속 어떤 부분에서는 위교를 할 뻔하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은 작가의 시각을 통해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책은 '한글'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입말'과 '문자'를 분리하여 사고하도록 하고, '입말'을 '문자'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나 일본이 한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잘 소개해 주고 있다. 또 일본인을 대상으로한 한글 관련 서적이기에, 같은 양상에 대해 일본과 우리가 같으면서도 각 나라들의 언어체계에 따라 달라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두 번째 만화집이다. '십시일반'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주제가 워낙 무거워서 두 번째 만화집은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그래서 나온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읽었다. 모두 민주 덕분이다. 민주가 오늘따라 잠을 많이 자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두 시간도 안 돼 금새 읽은 것 같다.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다룬 손문상의 작품,동성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이애림의 작품(그림이 무척 독특하다),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장차현실의 작품,그리고 남녀차별, 지역, 학벌 차별을 다룬 홍윤표의 자품,학생들의 교육노동을 다룬 오영진의 작품시작부터 불평등한 교육현실을 다룬 정훈이의 작품,비혼모들의 아픔을 다룬 유승하의 작품그리고 군대내 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만화 모음집답다. 다큐멘터리와 만화 중에 어디에 방점이 더 찍혀 있을까. 난 다큐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답게,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눈에 가장 띠는 건, 첫 번째 "24일차" 예전 최규석 씨의 만화 중 "100도"가 기억난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지금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몸짓이 지난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지금이 99도일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읽다가 눈물을 흘렀던 기억이 난다. 최규석 씨의 '24일차'는 삼화고속 파업에 관한 이야기다. 노조가 파업하기 어려운 이유, 파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노조집행부가 죽음에 이르는 이유를 깨알같은 재미 속에 담았다. 뭘 알아야 연대할 수 있으니 버스와 같이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집단의 파업에..
이 책은 청소년 대상의 책답게 우리의 옛 그림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변화를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내주고 있다. 내겐 역사가 스토리가 있어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삶과 큰 관련이 없어 무작정 외워야할 대상으로 인식돼 흥미는 물론이고 성취도도 가장 낮은 ‘교과’가 돼 버렸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과서와 달리 우리 역사의 중요한 지점을, 그림을 살펴보면서 그런 그림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과 당시 삶의 모습, 또 지금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사를 암기할 대상이 아닌 현재에도 유용한 산경험이 되도록 한다. 그림은 아니지만 청자를 가지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청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개성 근처에서 발견된 청자 밑바닥에 쓰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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