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다. 아니 어려운 숙제를 만났다. 청소년 소설 읽기 모임에서 시작한 우리 모임은, 회원들이 고등학교 근무를 시작하면서 주로 중학생 대상의 청소년 독서에서 고전문학, 현대 소설로 갔다가 올해부터는 청소년 소설과 함께 주제별로 책을 읽고 나누기로 했다. 때가 때인 만큼 기후 위기를 중심으로. 그렇게 처음 만난 책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이다.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지구 테두리와, 상반된 제목이 눈에 띤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지구'를 보는 듯한. 이렇게 살다간 책 재킷을 벗기면 만나게 되는 앞표지처럼 창백한 지구는 없게 된다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익숙해진 저자 ‘타일러 라쉬’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지구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미 지구..
결국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 마무리하게 되었다. ‘코로나’. 낯선 전염병은 아니었다. 겨울 즈음, 특히 이번 코로나는 중국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1월 말이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이 되자 대구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 계획한 사업들-혁신학교 관련 전입교사 연수, 혁신학교 리더과정 연수 등-이 취소되고 급기야 학교의 개학도 여러 번 미뤄졌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 코로나가 진정돼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경고가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러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코로나19, 신인류시대’라는 코너에서 김경일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운전하면서 듣느라 집중하지만 못했지..
지난 4월 청소년 소설을 읽는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같이 읽어보자고 했다.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 1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니, 미래 사회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제안 때문이었다. 바로 책을 구입했고 책을 읽으며 인공지능이 이미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어 놀랍고 불안해졌다. 그런데 마침 집에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이라는 책이 있어 이어 읽었고, 또 다른 모임에서 “공부의 미래”를 읽기로 해, 한동안 인공지능과 학교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이 책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가장 인간다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키워야한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 인..
10여 년 전에 읽었던(너무 오래돼서 읽었다는 느낌만 있는) 책을 다시 읽었다. 두 달 전 교육청 정책연구소에서 제안한 독서모임에 가입했고 첫 번째 읽을 책이 이 책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월이 첫 모임이라 기아 문제를 다룬 책을 읽어보자는 것일까 생각하며 내용을 정리하고 독서토론에 참여했다. 표지에 ‘왜’가 유독 크게 제시돼 있다. 정말 식량이 남아도는 데에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을까? 아들이 질문하고 아빠가 답하는 대화를 읽다 보면, 아들의 반응 속에서 제목의 ‘왜’라는 의문이 점점 크게 울린다. 또 ‘왜’라는 반문이 커지는 만큼, 자본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기아 문제를 어찌할 수 없겠다는 무력감에 빠진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는 기아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지적할 뿐 해결책이랄..
아이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으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선정했다. 아이들이 전남도교육청의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에 '통일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어 도움을 주려고 북한 관련 책들을 살펴보다 주위 선생님들에게 추천 받았다. 아이들과는 저자가 사진 기자답게 사진이 많아 '인상적인 사진 5장면으로 소감 나누기와 제시된 주제를 깊이 생각해 보기'로 활동을 진행했다. 남과 북,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가 소강 상태인 지금, 우리의 처지가 미국만 바라봐야하는 상황이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에 대한 정보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다음의 다섯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 [30~31쪽] 2017년 10월의 평안도 농촌 풍경 ..
‘인간’이란 단어가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의미라고 할 때, 사회에서 ‘차이’에 주목하는 ‘젠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젠더’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혐오나 모욕으로 배척하며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이기에 타인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1장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여자와 남자의 타고난 성의 차이보다 개별적인 사람들 간의 차이가 더 클 수 있으므로 남녀의 차이를 고착화하는 것보다 ‘차이’를 이해·존중·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2장 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기존의 차별적 ..
나이를 먹어서인가, 어떤 책이든 나흘 이내에 완독하지 못하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이 책도 새 학년을 앞둔 2월 200여 쪽을 읽고 덮어두었다가 교사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어 다시 들었더니 내용이 통 기억나지 않아 이틀 동안 집중해서 읽었다. 이래서 집단은 개인보다 강하다. 책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역사와 짐작 가능한 미래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정리할 수 있을까? 작년 “내 마음 읽어주는 책 친구” 출간 작업을 하며 표지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표지가 책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호모 데우스’라는 검은색 바탕의 빨간색 큰 활자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호모 데우스’적인 욕망을 가장 높이,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싶다. 이 책 프롤로그 부..
1. 보거가 상징하는 것? -지구의 남반구에 사는 후진국, 아프리카의 빈곤층이며 에이즈에 감염된 소외계층의 아이들 아버지는 보거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하며 ‘절대 빈곤’을 상징하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묘사함, 어른들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탄생한 아이들. -마지막 부분에 아들이 보거를 구해 오는 것은 어른들이 포기해 버린 희망을 아이들이 다시 찾아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것을 의미함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화: 세트의 질투는 강대국의 이기심을 상징하며 아들이 보거를 구해내는 것과 이시스가 오시리스를 살려내는 것을 동일하게 여김. 오시리스의 시체가 토막나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 않는 오시리스의 부활을 이시스가 해낸 것처럼 위기의 지구를 ..
기업. 사전에서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기업의 ‘이익’이 혼자만의 힘이 아닌, 국가의 온갖 특혜와 지원, 시민의 동일시와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거대 기업과 기업주가 보여주는 갖가지 행태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 "고장 난 거대 기업"은 매우 익숙한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과정으로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었으며, 사람을 해치는 절대적인 힘이 어떻게 꺾이게 되었는지, 스토리와 근거를 활용해 보여준다.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네슬레’, 여성 차별이 심각한 ‘월마트’, 제3세계 국가와 아동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나이키’..
모유수유와 육아로 바쁘긴 했지만, 방학 중이라 나름 여유(?)있는 독서를 했다. 깊이 몰입해서 읽지 않아도 좋으니 아이를 보며 읽기에 참 좋았다. 무엇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점잔 빼는 양반들의 글이 아니라 더욱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나왔을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사회, 문화, 종교, 문학, 글씨, 그림, 음악 이야기에 왕족과 양반의 뒷담화에 승려, 과부, 맹인, 귀신이야기까지 종합해 놓았으니 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흥미로운 텍스트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초간본이 희귀해 필사본이 많았다고 하니 더욱 그러한 생각이 굳어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옛사람들(조선전기)의 유머와 자유분방함이 새롭게 느껴졌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물이야기가 많은데 이토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