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

 

모임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다. 아니 어려운 숙제를 만났다.

청소년 소설 읽기 모임에서 시작한 우리 모임은, 회원들이 고등학교 근무를 시작하면서 주로 중학생 대상의 청소년 독서에서 고전문학, 현대 소설로 갔다가 올해부터는 청소년 소설과 함께 주제별로 책을 읽고 나누기로 했다. 때가 때인 만큼 기후 위기를 중심으로.

 

그렇게 처음 만난 책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이다.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지구 테두리와, 상반된 제목이 눈에 띤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지구'를 보는 듯한. 이렇게 살다간 책 재킷을 벗기면 만나게 되는 앞표지처럼 창백한 지구는 없게 된다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익숙해진 저자 타일러 라쉬, 시종일관 차분하게 지구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미 지구의 위기가 성큼 다가왔는데 멈추지 못하는 지구인들의 문제를 다양한 수치 등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비판한다. 한편 타이러가 보낸 미국 버몬트주의 이야기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던 삶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는지를 실감 나게 이야기해 준다.

 

책을 읽으며, ‘그레타 툰베리의 격양된 목소리가 미래 세대들의 절박한 호소임을 새삼 느꼈다.

 

(27) 우리는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다. 지구가 줄 수 있는 양이 1이라면 매년 1.75를 사용한다. 그 부족분은 지구로부터 앞당겨 빌리고 있던 셈이다. 슬픈 사실은 지구는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지구가 자원을 더 빌려줄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가 없다.

매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심각하게 겪으며 중국의 심각한 오염에 대해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타일러는 우리나라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64,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한 날)’410일로 다른 나라들 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35)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생태계적 장치는 물, 바다이다. 수면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산화탄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데, 바다는 지구 수면의 75%가량 차지하고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흡수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속도를 더할수록 바다는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이다. 바다가 산성화된 결과는 무엇일까?

바다가 산성화되면 해양생물들의 껍데기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 바다는 갑각류가 등장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내가 아는 가장 오래된 갑각류는 암모나이트다. 지구 생태계가 고생대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니 정말 대멸종의 시대가 눈앞이다.

 

(50)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노출될 것이고, 부태가 지연되거나 멈춰있던 동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되었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시공간으로 단절된 서로 다른 생태계가 갑자기 부딪치고 충돌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78)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데, 고작 목소리 내길 주저하겠는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못 낼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환경 문제는 너무 크고, 너무 절박하고 너무 막막하니까 조금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도 출판 상대로 "그러니까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라." 이렇게 강요하고 돌아다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찍어주는 곳은 없다. 조금이라도 거기에 가까워진 것이라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것도 필요 없다. 다만 끼어 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가, 일반인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현재 벌어지기 있기 때문에 주도자, 방조자가 따로 없다. 누구든 할 수 있는 것부터, 또는 해야할 일부터 해야한다.

 

(87) 솔직해지기 위해 바꿔야 할 표현은 또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다. 둘 다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기오염인데 왜 먼지라고 부를까?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과 먼지를 마시는 것은 심리적 반응이 다른데 말이다
사전적으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세, 대기를 빼면 오염과 먼지인데 먼지는 말 그대로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집에 쌓이는 것, 늘 함께하는 것, 어쩔 수 없는 존재… 문제 의식이 전혀 담기지 않은 표현이다.

단어의 정의에는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 자꾸 미세먼지라고 하니 불편하지만 마셔도 되는 물질이라는 생각에 익숙해 지고 있었다. 심지어 발암물질들인데. 저자는 '지구온난화''기후변화'도 용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기후위기가 더 솔직한 표현이라고.

 

(94)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관한 정보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식품에는 소비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칼로리가 표시되어 있는데, 왜 건강은 물론 우리 운명을 좌우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표시는 볼 수 없을까.

탄소발자국 제도.

 

(176) 선생님은 직접 닭을 잡았다. 닭이 움직이지 못하게 플라스틱 통에 구멍을 뚫어놓고 닭에게 씌워 그 상태로 목을 잘랐다. 학생 중에는 그런 도살에 반감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끔찍해서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없었다.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직접 잡지도 못하면서 무슨 고기를 먹겠다는 거냐?”라며 당당히 말씀하셨다. 듣고 보니 비겁한 건 오히려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식시간에 즐겁게 고기를 먹는 사람이 막상 그 고기를 만드는 순간에 불평한 것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맛있게 고기를 먹을 거면서. 사실을 부정하고 혜택을 누리면서 책임을 지기 싫은 비겁한 마음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몰라서 편한 게 있지만 사실은 몰라서 전혀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10여 년 전, 집에서 키우던 수탉을 직접 잡은 적이 있다. 실은 나는 날개를 잡고 어머니가 험한 일은 다 하셨는데, 날개를 붙잡은 손에서 느껴졌던 강한 맥박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직접 동물을 잡은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사무실에서 일할 때 짝꿍 선생님이 육식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급식이나 회식 등에서 따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환경을 생각해서든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서든 다양한 방법으로 육식 위주의 삶에서 한 걸음씩 이탈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필요하다.

 

*책 소개: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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