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의 중학생 추천 도서에 이 책이 있다. 중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겸 책을 들었다. 작년 말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 “영웅”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책의 초반부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읽을수록 서술자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주석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안중근과 이토. 치밀하게 조선과 대륙을 삼키려는 이토, 그런 이토의 행동을 멈춰 동양과 조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토를 제거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해야겠다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개인의 분노한 감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정당성을 바탕에 둔 의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
청소년 노동 인권을 다룬 첫 소설이라고 할까? 당시에는 이런 책이 나와서 애들 읽히기 좋다고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는 읽지 못하다가 수업을 하려고 보니 찾아서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단순하고, 또 주제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정이 힘들어지게 되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세상에 뛰어든 시은이 이야기다.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은이는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라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장의 갑질과 기만으로 받아야 할 시급에 못미치는 주급을 받는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또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은 시은이는 속상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정운으로부터 풋풋한 관심을 가지게 되..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
광주의 국어교사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와 삶, 삶과 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자 내면화를 통해 지속해야할 중요한 시대정신이다.그동안은 주로 단편소설(공선옥의 ‘라일락 피면’ 등)을 읽고 오월 정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매번 수업이 비슷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저수지의 아이들”을 만났다. 부모 덕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한혁이 무리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선욱이가 담임교사 및 전학생 민병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그 죄를 모두 뒤집어쓴 선욱이 엄마의 고향, 광주의 후남마을에서 근신하다 5.18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고, 학교폭력의 진실도 밝히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논쟁을 통해 광주민주화운..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
"섬데이" 책따세의 2021년 겨울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 만났다. '앤젤린'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내일 날씨도 알며, 처음 본 악기도 잘 다루는 천재다. 그래서 사람달은 앤젤린을 다른 사람으로 구별지으며 관계를 만들어 가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도 언젠가(someday) 위대해 질 딸에 대한 부담으로 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13) 어찌 보면 아벨은 앤젤린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했다. 멍청한 짓을 해서 딸을 망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나 같은 바보가 어떻게 천재를 키울 수 있겠어?" 아벨은 종종 그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이 딸을 천재라는 별명으로 부르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절반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71) 아벨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청소년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한 선생이 지나가는 톡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5분 독서’ 시간에 이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있어 이야기도 나눌 겸 책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로, 여자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잘 포착했다. 중학교 시기는 참 애매하다. 원래 '중간' 자체가 위치상 애매하기도 한데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초등학교와 미래에 대한 준비로 갈등이 명확한 고등학교에 비해, 모든 상황과 관계가 중첩된 중학교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학생의 본분이라는 공부 고민보다 관계나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 그래서 중학 시절 갈등했던 아이가 고등학교 첫 해를 보내고 와서 하는 이야기는 참 허무하다. 중학교 때 왜 그랬을까, 그때는 그래야할 것 같..
출퇴근하는 고속도로나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곳곳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넜으면 싶다가도, 자신보다 큰 동물(물체)을 발견했다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앞서 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차에 치였을 것이고. 진화의 속도보다 문명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걸 보면 차에 치이는 동물들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로드킬’이 땅에서의 일이라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에서의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늘에서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기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앞길을 위해 치워야할 대상이라는 데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이야기는 도시인들[눈이 푸른 사람들]이 익인[날개를 가진 사람..
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펼쳤지만 마치 새로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금방 빠져들었다.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 기억을 못 하기보다는.ㅎㅎ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 이야기 흐름을 대략 그려졌다. 서로 닮은 김수남과 윤채령의 운명은 어떻게 연결되고 엇갈릴까. 이틀 새벽 2시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안타까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역사적인 상황으로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소설인데 좀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을까. 연말 이틀을 우울하게 보냈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을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삶의 태도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호기심은, 마치 인..
인간은 혼자임을 받아들이며 자기의 세상을 갖고 있는 ‘노은유’ 무리를 지향하며 맞추려고 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블로그를 통해 그리며 유지하는 나, ‘다현’ 무리 지어 다니며 저희들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송아람 등 또래 아이들. 여학생들 사이에서 이합집산하며 생기는 따돌림의 문제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왜 그렇게 집단을 이루려고 할까 특히 무리에 포함되기 위해 무리해서 나를 내려놓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일단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등하지 않는 관계는 쉽게 불안해지고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보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하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블로그에 생각을 담아내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