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교복을 입은 세 명의 여학생, 그 중에 두 명은 비밀노트를 공유하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노트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 사이의 “너, 나 미워한 적 있어?” 비밀노트로 속마음을 나누는 친구지만, 더 깊은 마음속에서는 친구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구 사이의 부러움과 질투가 오해를 만들고 갈등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 마음과 같을 수 있으며, 또 내 마음조차도 수시로 흔들리는데 어떻게 미움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미움의 마음은, 서로의 거리를 세세하게 조율하는 에너지다. 중1~2학년 여학생들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17) 탈춤 설명에 ‘극..
열일곱 ‘나’는 학기 초 게임하며 친해진 친구 ‘서찬희’가 태권도 유망주 ‘안승범’이 주도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으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고 크게 다친 ‘나’. 병원에서 친해진 태권도장 관장에게 권투를 배워 복수하려고 한다. 줄거리에서 짐작하듯, 이야기는 학교폭력의 방관자 입장에서 그려진다. 이야기에는 큰 반전이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에서 방관자 역시 큰 상처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성장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도 학교폭력을 방조하거나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 주변의 여러 학교가 따뜻하고 편안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벌써 재작년(2017) 9월 일이다. 모임 이사회 참석으로 서울 올라가는 길에, 2학년 부장샘으로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식당까지 (수학여행) 동선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용산역에서 내려 대학로로 가는 151번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앞자리에 소녀상이 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 일단 뒷자리로 가 버스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의자 뒷면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설명과 151번 버스에 소녀상을 세운 의미가 소개돼 있었다. 소녀상 가까이에서 내용도 좀더 꼼꼼히 읽고 사진도 찍으며 '기억의 힘'과 공동체의 노력을 떠올렸다. 그리고 연말 청소년 독서활동집을 만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청소년 소설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푸른 늑대의 파수꾼",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모임 차원에서 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와 함께 "오월의 책 독후감 대회"를 진행하게 되면서 5월 항쟁을 다룬 작품들을 시간나는대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잘 모르고 있었던 책이다. 아마 2000년 중반부터 청소년들의 문제상황별 독서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눈을 돌릴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광주에서 홀로 하숙하며 학교에 다니는 중3 기열이는 학교 내 폭력 사건을 계기로, 폭력이 아닌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교육에 따라 망월묘역에 참배하게 된다. 그리고 유독 누나를 떠올리게 하는 오월 영정 사진을 마음에 담으며 누나를 만나러 누나의 묘소를 찾아 시골집으로 나선다. 누나는 7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태어나 찬밥 신세가 됐다고 구박하기도 했지만 동생 기열이를 ..
5.18 관련 영상을 보다 보면, 도청 앞 금남로에 부처님 오신날과 전국체전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눈에 띤다. 매년 돌아오는 행사여서인지 5월 광주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제목 "오월의 달리기"를 보며, 전국체전과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전국체전 전남대표로 선발된 나주 출신 진규가 두 달간 사직공원 근처에서 합숙하며 겪는 5월의 참상이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틈틈이 즐길 거리를 찾던 천상 초딩들이 접한 계엄군의 진압은 충격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 (96) "아, 아녀. 우리 엄마헌티 이런 야그는 못 들었어야. 나가 아까부텀 생각혔는디, 아무래도 저 군인들은 우리나라 군인이 아닌갑다. 북한 김일성이가 보낸 인민군이 분명허당께. 우리나라 군인이믄 한나라 사람을 복날 개 잡드끼 두..
세월호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보도에는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구하지 않은 것이라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애써 다시 복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동료들과 읽게된 "거짓말이다".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캐릭터가 실존 인물과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박진감 있게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민간 잠수사가 주인공이다. 애초에 자발적으로 맹골수역에 몰려든 잠수사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왔던 것처럼, 소설은 참사 당일부터 골든타임이라고 알려진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런데 국가는 참사 이후부터 쭉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부정확한 사실로 유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당하도록 도발하고, 이를 통해 국론을 ..
고등학생 ‘빅토리아 허시버거(토리)’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케빈’을 죽게(자살) 만든 사이버 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토리는 인정할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페이스북에 캐빈에 대해 장난을 친 정도이며, 자신보다 다른 운동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더 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들다고 모두 다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토리에게 재판을 하루 앞둔 날 자정에,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 희망으로 전화를 했다는 '앤디'와 통화를 하게 된다. 토리는 앤디가 자살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질 것 같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토리는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게 될까? 이 책의 주제는 선명하다. 제목 “손가락 살인”도 그렇고, 스마트폰의 앞면과 뒷면을 담은 표지도 그렇다...
청소년 독서모임에서 여 선생님들이 읽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책을 구입하려고 온라인 서점을 들춰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굳이 사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무등도서관에 들렀으나 10여 권 모두 대출중이었다. 마침 회의차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터미널에 들렀다 영풍문구에서 구입했다. 빛바랜 듯한 두꺼운 표지에는, 인물보다 더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눈에 띠고, 삽화 하나 없는 비교적 큰 글씨의 본문을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뚜렷하고 깊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육아 우울증'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기에 김지영의 좌절감이 크다. 게다가 다른 김지영들의 목소리까지도 대신 전하는 대표 김지영의 스토리에, 김지영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뒷받침하는 통계자료까지 인용해 36살 김지영은 개..
얼마 전, "최강배달꾼"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 헬조선에 희망이 없어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주인공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 전역을 돌며 배달하는 남주인공이, 음식점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에 맞서, 동네상인들과 상생하며 배달의 전문성을 키워 창업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였다.해피엔딩 이야기에 비현실적이니, 그렇게 착한 배달꾼이 어디 있냐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 공감하면서도 한편 홍세화 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의 책임을 비판했던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왜 우리나라가 헬조선일까.생각해 보면,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의 집중, 따라서 부의 분배가 사회 전반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