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황영미)

인간은 혼자임을 받아들이며 자기의 세상을 갖고 있는 ‘노은유’

무리를 지향하며 맞추려고 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블로그를 통해 그리며 유지하는 나, ‘다현’

무리 지어 다니며 저희들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송아람 등 또래 아이들.

 

여학생들 사이에서 이합집산하며 생기는 따돌림의 문제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왜 그렇게 집단을 이루려고 할까 특히 무리에 포함되기 위해 무리해서 나를 내려놓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일단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등하지 않는 관계는 쉽게 불안해지고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보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하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블로그에 생각을 담아내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1인 미디어’보다 또래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창구로서의 블로그, 치유의 글쓰기를 제안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남녀가 같이 섞여 있을 때의 완충 작용, ‘마을 프로젝트’와 같이 삶을 배움의 내용으로 끌어들일 때의 효과도 인상적이다.

 

(52) 사실 제일 먼저 은유를 미워한 건 아람이였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렴풋이 느꼈다. 은유는 우리가 소름 끼치게 싫어할 정도로 이상한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그렇다고 냉큼, 알고 보면 은유도 괜찮은 아이야!라는! 말을 할 수도 없다. 1학년 때 은유와 아람이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내가 모르니까.

 

✎ 소그룹에서 어떤 아이를 싫어하면 그룹 유지를 위해 전체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는데, 과연 아이들만의 이야기일까. 댓글 이야기, 가짜 뉴스도 비슷하다.

 

(115) "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 동네엔 아빠의 흔적이 가득하거든. 아빠를 기억하는 나무들, 꽃들, 거리들, 아빠의 단골 만두 가게랑 토끼방앗간… 문득문득 아빠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냥 아빠가 멀리 출장 간 느낌이랄까? 내가 크는 걸 아빠가 다 지켜보는 거 같아. 내 말 웃기지?

 

✎가족과 사별 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기억하게 되는가.

 

(155) "엄마한테 전학 가고 싶다고 말했어. 미국으로 다시 가든지, 전학을 가든지 하자고.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셨어.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대. 인기 최고인 연예인도 안티는 있잖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 ~~
"전교생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도 없지 않느냐고. 그러니 나를 미워하는 애들은 신경 쓰지 말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집중해도 인생이 짧다고 하셨어." ~~
"엄마 말처럼 나를 좋아하는 친구한테 집중하고 싶은데, 나를 좋아하는 애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난 그냥 공부했어. 영어로 된 책도 엄청 읽었어. 진지충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뭐 어때? 나중에는 아이들이 날 싫어하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더라."

 

✎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집중해도 인생은 짧다' 명언이다.

 

(170) 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자주 무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자초한 듯. 나는 친구를 잃을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 선물 주는 버릇, 눈치 보기, 거절 못하는 것.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당당해지자.

 

✎ 주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또 어른이 돼 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2019.11.8.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국내도서
저자 : 황영미
출판 : 문학동네 2019.01.28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