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없었다. 지나의 처절한 다이어트처럼 몸부림치며 자신의 외모를 바꾸려는 노력도 없었다. 하지만 에바는 변했다. 자신의 비곗살을 저주하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던 그 때보다 에바는 살도 빠지지 않았고, 외모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바는 스스로 여름처럼 싱그럽게 그렇게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에바는 보통 여자 아이들보다 살이 조금 찐, 통통한 정도의 몸을 가진 여자아이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땐 더없이 초라하다고 생각해 체육시간이나 친구들과 샤워할 일이 있을 때도 뒤처지고, 남들 눈을 의식하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더욱더 작아져만 간다. 슬프고 힘들 땐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이 주셨던 초콜렛으로 마음을 달랠 뿐 마음을 털어놓을만한 친구도, 자신을 사랑해 줄, 또는 사랑할 사람도 없었다...
난 할 거다!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 학교는 공부하는 기관 답게 끊임없이 성적을 강조하고, 그 성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통제하고 있다. 성적이 모범이고 유일한 희망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면서도 학벌 사회의 유일한 기준은 성적이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주인공 시우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위축시킨다. 성적이란 기준에서 시우는 반항아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다. 그래도 시우는 ‘문학’에서 희망을 찾았다. 책 속에서 길을 보고, 글을 쓰며 길을 찾고 넉넉하고 지긋한 어머니의 믿음 속에 강한 자존심을 되찾는다 “난 할 거다" 구조적이든 구성원의 문제이든 학교에서 꿈과 자존심을 잃은 시우의 오기에 가득찬 말이지만, 주인공의 자존심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
살면서 누구나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크고 작은 구덩이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구덩이 안에 있을 때에는 그 구덩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적인 크기로 느껴질 구덩이가 절대적인 크기로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그래서 비관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구덩이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면의 힘’이 작용하거나, ‘외부의 힘’이 작용하거나. 그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인연’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해, 물 없는 초록 호수의, 소년원 캠프에서 하루 종일 구덩이만 파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구덩이를 파고 있어야하는 스탠리의 상황이 역설적이다. 하지만 역설의 특징처럼 낙천적인 성격과 생활력으로 삶의..
"리버보이"와 여러모로 비슷해 보여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리버보이" 같은 ‘영혼의 울림’이 두 권씩이나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작가의 말에 마치 ‘리버보이’의 별장과 같은 집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는 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우리가 찾으려는 상황 도서로 적절한 것인지. 하지만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내외적 갈등이 선명하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한 사건도 있어 흥미로웠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인한 방황, 어머니 재혼 문제로 인한 내적 갈등, 그런 상황에서 기대려 했던 또래 집단의 무리한 요구와 벗어나지 못하는 괴로움 등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상황에도 설득력 있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가. 주인공이 ‘천재’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루크는 자신이 천재임..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이 있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여름은 장마와 달리 지지부진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화끈한 계절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자연만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까.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곧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일지 모르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 어느 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어울..
아직 우리 교육은 장애 문제를 ‘남’ 일로 일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 중 90%가 후천적인 사고로 장애를 갖지만 학교에서 장애는 ‘남’의 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 때문일까. 장애 문제 자체를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장애우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우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지만 대체로 장애 문제를 일시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만 제공한다. 는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은 10대 소년 베어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끝없이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육체적인 불편 없이 생활했던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할 수도 있고, ..
작년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조금은 살만한 지금도 우리집 냉장고에는 저인슐린 다이어트라는 제목으로 음식 종류에 따라 음식별로 GI지수를 정리해 놓은 종이가 붙어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 지수에 따라 음식을 사고 먹고 운동하며 몸무게를 조절한다. 확실히 ‘살’은 남들에게 적극적인 노력으로 비춰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결 부드럽게 한다. 그러다 보니 체중 관리가 처음엔 건강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외견인지 건강 때문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지나는 제일 친한 친구 멜리(의 몸매)에 대한 열등감과 좋아하는 남학생 파비오에 대한 의식,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살찐 자신의 몸에 대한 삼촌의 추행에 대한 거부감이 계기가 되어 먹는 것을 통제하게 된다. 즉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한 폭행을 자신의 ..
우리에게 어려움은 반드시 찾아온다. 다만 그 ‘어려움’은 단수이거나 복수일 수도 있고, 사람이나 사물이 될 수 있으며,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어겨낸 자신감, 그것이 동일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주인공 로버트는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 때문에 동급생인 ‘니커’에게 심각한 괴롭힘을 당할 뿐만 아니라 친구, 교사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별명도 ‘로버트 노 브레인’이라고 불린다. 그런 로버트가 특별활동 프로그램인 ‘노인 프로젝트(노인과 아이들이 경험을 나누는)’에 참여해 ‘미친’ 할머니 에디트 소렐과 한 짝이 되어 활동하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소렐 부인은 심약해 보이는 로..
“나는 아름답다”는 말은 삶의 주체로 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학력과 외모, 재산, 여타 능력에 따라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게 얼마나 많은가. 기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남들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는 교육보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삶을 계획하며 살아가는 시간에 좀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목적이라면. 는 인문계 고등학생의 홀로서기가 눈에 띄는 소설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제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우리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크게 주관을 잃었고, 삶을 바라보며 계획하는 힘을 잃었고, 또 그런 여유를 잃었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잃었다. 즉 인권을 잃었다. 문제를 느낀 선우는 결국 홀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