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질문을 모아 토론을 하고 있는데, 각 반별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바로 '세자와 대군은 그냥 데려가게 하고, 왕비는 데려가지 못했는가?'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찾아낸 답은 정말 놀라울 정도.^^ '세자와 대군이 가버려도 왕비가 새로 아들을 낳을 수 있으니 후사를 위한 가능성을 위해 그랬다, 박씨가 왕비와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다, 평소 왕비가 자애로워 임금보다 더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등 정말 기상천외한 답들이 쏟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바로 왕비는 단순한 왕의 부인이 아닌 '국모'라는 점이었다. 국모가 끌려가는 것은 조선인들에게는 분노와 수치심을 안겼을 것이고, 국모를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는 결론..
흑백 사진 속 꽃그림은 조화(弔花)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성직자, 순교자..’와 같은 장(章) 역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자신의 우수함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의 딸이 죽게 되고, 소년범을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직접 복수를 시작하는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몇 개의 반전을 거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본 소설에 대한 느낌은 후련하지 못하다. 이유가 있어도 문제이지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집단 내부에 고립시킴으로써 제재를 했고 서서히 죽어가는 방법으로 복수를 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죽은 사람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
오랜만에 고전이라는 부담을 벗고 쉽고 편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토요일 밤을 술이 아닌 책과 함께 보낸 것이 과연 몇 해 만인지? 책을 다 읽고, 이 책이 술술 쉽게 읽히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고 해 보자.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싸야 할 짐이며, 예약해야 할 교통편, 알뜰하게 챙겨야 할 여행지며 숙박 등,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복잡함들만 해도 수십 개는 된다. 그런데 세계일주를 하면서 달랑 손가방 한 개만 준비하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약속을 한 당일에 출발하는 역대급 결단력과 실천력까지! 파스파르투가 여행지 곳곳에서 일으키는 말썽들도 준비된 돈으로 매우 쉽게 해결한다. 심지어는 여행을 방해하는 픽스 형사까지도 챙겨주기까지 한다. 이런..
두 도시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 이은정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12.08.30상세보기 1. 표지 이야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부터 표지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제목과는 거의 연관선이 없어 보이는 한 인물이 결연하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폭도 또는 궐기한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는 남자 주인공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그런데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그가 시드니 카턴이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전율했던지. 기요틴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진정 사랑이었을까? 2.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 드라마 이 소설의 큰 줄기는 프랑스 대혁명이다. 솔직히 서양 역사에는 거의 문외한이었기에 ..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실존적인 고민을, 자아를 찾아 떠난 엄마를 찾아가는 그리스 여행에 담았다.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아버지와 나의 외화 속에, ‘나’가 만난 도르프의 조그만 빵 가게 루트비히가 들은 ‘제빵사 알베르트가 표류해서 만난 유리세공업자의 아들 프로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화로 구성돼 있다. 내화와 외화는 ‘무지개빛 레모네이드, 어항 속의 금붕어, 카드와 조커’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겹겹이 쌓여 잇는 내화 역시 실존적 고민을 52장+1장의 카드를 통해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4종, 각 13개씩 52장으로 된 카드가 인간의 삶의 주기로 해석된다는 점이 놀랍다. 프로데가 들려주는 카드놀이는 그 자체로 ‘카드 점’ 같기도 하고, 신분과 능력..
"28"을 재미있게 읽은 아내가, 한 번 붙잡으면 놓기 힘들 거라 조언을 했다. 하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도 그렇게 몰입하며 읽었다. 다만 당시 그렇게 몰입하며 읽었던 내용들이 지금은 대략의 줄거리와 약간의 '감'만 있다는 것이 아쉽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책 속표지에 제시된 마을지도가 그런 느낌이 들게 했고, 액자식 구성도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 미리 제시된 결말을 통해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감이 왔다. 또 플롯도 다소 익숙하게 느껴졌다. 인물의 성격이나 갈등도 이야기를 들으며 대체로 파악되었다. 그럼에도 몰입하는 건, 플롯을 채우는 디테일한 스토리와, 개인을 뛰어넘는 안타까운 아픔들 때문이다 싶다. 누가 더 나쁜 놈이고, 누가 시작한 일일까. 표면적으로는 음주로..
(305) 어린아이가 삶을 배워가는 존재라면 어른은 죽음을 배워가는 존재다. 스티븐 킹이 자신의-제목이 기억나지 않는-소설에서 한 말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관찰자 시점이 아닌 주인공 시점으로 죽음과 직접 대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려움을 견뎌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글을 읽고,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떠올렸다. 또 최근 내 생일날 우리 가족이 인정해 주고, 나에게 준 선물한 150km 섬진강 자전거 종주도 떠올랐다.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 내지 못할 때, 작가는 안나푸르나로 떠난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수명이 ..
‘조정래’라는 이름에 끌려 책을 들었다. 주인공 교사 ‘강교민’의 이름이 ‘강한 교육 민주화’의 준말이라는 데서 교육민주화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읽혔다. 게다가 작가는 소설뿐만 아니라 JTBC에 출연하여 교육 개혁의 소신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것은 문학이 아니라 보고서며 “태백산맥”부터 문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난에서, 소설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특히 학생들의 말이 눈에 거슬린다는. 또 강교민의 태도가 1970년대 유신시절 의기에 찬 교사의 모습이라 그런 태도를 요구하는 소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까지. 여하튼 소설이 논란의 중심부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작가가 제기하는 교육 민주화에 대해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표류기저자최두찬 지음출판사휴머니스트. | 2011-05-23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표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것을 말한... 중국땅이지만, 해외여행을 쉽게 갈 수 있는 시대이니만큼 요즘 3~40만원이면 갈 수 있는 곳! 항주와 소주 그리고 서호!불과 200년 전에는 에 있는 표현 그대로 표류를 통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청 황제의 여름행궁 열하를 방문한 박지원이나 중국 선비와 거리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눈 홍대용도 강남선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결코 가볼 수는 없었던 곳! 책에서는 조선에서 표류한 사람들이 종종(?) 강남땅을 거쳐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표류한 사람들이 꽤 많았음에도 알려지지 못한 것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일..
팀 보울러 작품에는 미스터리를 통해 영혼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리버 보이"에서도 할아버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리버 보이, 즉 할아버지의 환영과 만나고 소통하며 할아버지를 떠나 보낼 수 있게 되고, "스타 시커"에서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재혼을 다소 미스터리하게 보이는 음악적 재능을 이해 받으면서 성장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스쿼시"는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1인자가 되기 위해 억압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우연히 만난 소녀을 출산을 돕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쓸모와 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그간의 경향과 다르다. 여하튼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팀 보울러는 나름의 작가 세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름만 보고 이 책 "호텔 로완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