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경시대회 추천 도서들이 해마다 흥미롭다.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되고, 내용도 기성세대의 시각보다는 청소년들의 열린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자 왈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춘향이의 입장이 아닌, 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 이몽룡, 춘향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보다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표현도 걸쭉하다. 고전이란 참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 당시를 고증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 읽어갈 수 있으며, 현재 속에서도 매번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걸, 이 "방자 왈왈"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새로 읽은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지은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원전 "춘향전"이 기생도 일부종사할..
선사 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그렸을 법한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들고 1학년 학생이 책 검사를 받으러 왔다. 학생은 아프리카 어떤 부족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네 집에 예물로 바친 암소 수에 따라 신부의 값어치가 결정된다며, 이 책에서는 지금껏 부족에서 받지 못했던 9마리 암소를 바침으로써 아내가 될 사람과 주위 사람들에게 큰 믿음을 주었다는,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학생의 책 소개와 '300번'이라는 도서십진분류번호가 이 책이 처세술과 관련된 책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처세술'. 이 의미를 대체로 거부해 왔던 것 같다. 사회화를 담당하는 학교라면 제대로된 '처세술'을 가르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왠지 '처세술'이란 말은 진정성이 떨어지는 낱..
옛날 사람들이 이뤄 놓은 것 중에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규모의 것이 많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모하이 석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이산의 돌탑이나, 산성, 오래된 산에 깔려 있는 계단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팔만대장경 역시 그렇다. 팔만 장이 넘는 경판도 만들었다는 것도, 그것도 전란 중에, 지금까지 우리에게 내려져 오고 있다는 것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내 머리로 이해하기엔 힘들다. 대장경은 그 팔만대장경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눈앞에서 보는 듯 박진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 시작이 비록 정치적인, 그러니까 인간의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이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모든 민중들의 마음이 순수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선하게 ..
소설 본래의 내용보다, 소설의 뒷장, 읽기 자료가 더 읽을 만하다. 이야기는 이나 와 비슷한데 18세기 말, 19세기 초 유럽의 학교 교육이 대체로 비슷하거나, 문제제기가 비슷한 글들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책에서 문제제기하려는 갈등 상황이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아주 긴 가족사 소설의 1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다만 19세기 수도원 학교에서 문제 삼는 많은 내용들이, 21세기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금기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그러나 예전에 문제제기 했던 것들이 지금은 별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지금 학교에서 문제제기하는 많은 것들 또한 별로 문제가 아닌 것이라는 생각을 얻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상당히 의도적으로 접근한 책인데, 소설 자체의 특성 ..
소설이 그린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용철 변호사의 와 김두식의 을 미리 읽지 않았다면, 의 현실을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정도로만 파악했을 것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는 전직 부장검사로서 삼성의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가 글로벌 기업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권을 불법 승계하는지, 가장 투명해야 할 대기업이 가장 혼탁하다는 양심선언과 의혹들이 묻히는 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은 이른바 삼륜이라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브로커 등 법조인들을 취재하고 그들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그들이 왜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재판 결과를 내놓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정부 들어 사회 기득권층의 각..
나는개입니까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 중국소설일반 지은이 창신강 (사계절, 2010년) 상세보기 사람에 대한 충성심과 친근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려 동물인 '개'. 하지만 질 낮은 사람을 빗댈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것도 '개'이다. 사람처럼 친근하지만, 결국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하기 위한 것일까. 그런 사고의 연장에서 '개기름, 개나리'의 접사 '개-'에 '야생 상태의,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등의 의미가 더해진 것은 아닌지. 여하튼 개에 빗대 사람의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나라나 중국이나 큰 차이가 없나 보다. 이 책 는 지하에서 인간과 공존하던 개가, 인간을 동경하여 인간이 된 이야기이다. 개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왜 굳이 개를 ..
청소년 소설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기 조심스러운 책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할 내용이겠지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고, 의미를 정리하는 데도 고민되는 내용이 많은 까닭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을 떠올렸다. 은 세계를 두 부분, '카인의 세계'와 '아벨의 세계"로 보고, 아벨의 세계를 포함한, 카인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큰 전환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 역시,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 또는 낮의 세계와 약탈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낮은 세계는 현실이며 권력과 이성과 이익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밤의 세계는 권력과 지배, 질서에 대한 도전의 세계이다. 그것이 약탈로 나타나며, 통념에서 자유로워 친구의 어머니를 마음에 두며, 교사와 학생이 사랑하는 세..
우리 학교의 우울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20여 년 전 학교에 대한 이야기다 싶은 내용들이 지금 여기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우울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했던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힘을 잘못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때,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울하다. 양비론에 가까운 문제제기만 돼 있어 희망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책은 잘 읽힌다. 공립학교 교사로서 잘 모랐던 사립학교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거의 날것으로 드러나며 교사들의 목소리가 잘 표현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이사장과 대리인으로 군림하려는 교장, 교감의 비교육적 행태가 어떤 태생적 한계를 가졌는가 지적하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 ..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당선작인 이 책, "직녀의 일기장"은 열여덟 살, 직녀의 좌충우돌 고교 생활기를 담았다. 학생 주임 눈에 잘못 들어 학생부실을 들락거리는 것을 제외하고, 직녀는 딱히 다른 선생님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직녀에게 학교는 놀이터일 뿐 미래를 꿈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곳은 아니었다. 가정에서 소외받고 사는 직녀로서 학교는 오히려 유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학교가 바라는 바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곳은 아니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의 문제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것도 잘못을 일으키는 가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보통의 여고생의 입장에서 쬐끔 다른 생각을 갖고 살다보니 잘못을 하기도 하는 한 학생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다분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표지와 심사평 발췌를 보며 썩 당기지는 않았지만, 작가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비슷하다. 다만, 이야기 첫 부분이 잘 읽히지 않았다. 정신병원의 묘사가 정신 없기도 했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파악도 잘 안 되며,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이 너무나 말짱했다. 학기 초 업무에 짓눌린 나머지, 정신을 다잡고 수업에 들어가도 입과 분필이 따로 놀 때가 더러 있는데 정신병원 이야기까지 읽어야하나,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을까 했던 기대를 접으려 할 즈음,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먼저 인물들이 병원에 오기까지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이 담담하게 진술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통해 여러 진술 끝에 밝혀진다. 환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간에도 다양한 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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