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조정래)
- 행복한 책읽기/문학
- 2011. 6. 29.
옛날 사람들이 이뤄 놓은 것 중에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규모의 것이 많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모하이 석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이산의 돌탑이나, 산성, 오래된 산에 깔려 있는 계단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팔만대장경 역시 그렇다.
팔만 장이 넘는 경판도 만들었다는 것도, 그것도 전란 중에, 지금까지 우리에게 내려져 오고 있다는 것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내 머리로 이해하기엔 힘들다.
대장경은 그 팔만대장경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눈앞에서 보는 듯 박진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 시작이 비록 정치적인, 그러니까 인간의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이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모든 민중들의 마음이 순수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선하게 올바르게 살고자하는 믿음이 느껴진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는 많은 민중들이 힘이 '팔만대장경'이라는 사물로 상징화 되었다.
(201) 깨달음은 반드시 어떤 계기를 거쳐서 오고, 구하고자 하는 도는 아주 사소한 사실의 체험적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버티고 있었다.
(309) 하긴 건축도 예가 분명한 이상 극치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려 할 때 그 목수의 육신은 이미 없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것은 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도 했다. 장수가 비곗살이 쪘을 때 싸움은 패하게 마련이고, 관료가 돼지 배를 가졌을 때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선비가 목덜미를 자유로이 돌릴 수 없게 되었을 때 학문은 빛을 잃게 되는 것이 분명한데 하물며 예의 길을 제대로 걷는 자에게 어찌 뼈를 무겁게 할 지경의 살이 머무를 수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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