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미나토 가나에)


흑백 사진 속 꽃그림은 조화(弔花)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성직자, 순교자..’와 같은 장() 역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자신의 우수함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의 딸이 죽게 되고, 소년범을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직접 복수를 시작하는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몇 개의 반전을 거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본 소설에 대한 느낌은 후련하지 못하다.

 

이유가 있어도 문제이지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집단 내부에 고립시킴으로써 제재를 했고 서서히 죽어가는 방법으로 복수를 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죽은 사람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없다. 오히려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될수록 자신의 자존심만 생각했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잘못된 양육 환경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의 주양육자에 대한 복수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가해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제목처럼 사건 당사자들이 돌아가며 고해성사에 가까운 고백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그 고백도 모든 일이 다 벌어진 이후에 변명처럼 자기 입장을 이야기할 뿐이다. 누구라도 먼저 상처 받기보다 아픔을,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야기했다면 이런 비극적 사건은 줄어들지 않을까.

또 조금이라도 경청했다면, 선생님의 첫 번째 복수에도 조금만 귀기울였다면 사건은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사회적 괴물은 타고나기보다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특히 가족·사회 공동체가 무너진 상황에서 올바른 윤리관을 세우지 못한 아이들의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도 해결책은 될 것 같지 않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78)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착한 일이나 훌륭한 행동을 하기란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먼저 규탄하는 사람, 규탄의 선두에 서는 사람에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아무도 찬동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규탄하는 누군가를 따르기란 무척 쉽습니다. 자기 이념은 필요 없고, ‘나도, 나도하고 말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최고의 쾌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아이들이 학급 내에서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사건이었다. 이 일로 군중심리를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155) 엄마는 그런 나를 친척들이나 이웃들에게 착하다고 자랑한다. 착하다는 게 뭘까. 봉사활동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나는 착하다는 말을 들을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 칭찬할 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착하다는 말로 둘러대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칭찬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꼴찌가 되기는 싫지만, 일등이 되지 못한다고 시샘하지도 않으니까.

철들 때부터 한결같이 칭찬만 받으며 자란 나는, 내가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럭저럭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에 다니다보니 3학년이 되었을 무렵에는 그게 단순히 엄마의 소망이었고, 현실의 나는 기껏 노력해봤자 중상위가 고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무작정 칭찬은 맘대로 고래를 만들게 될 것 같다. 육아는 내 뜻대로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워가는 과정이 되어야한다.

 

(265) 와타나베 군이 어떻게 생각하든, 와타나베 군의 인격은 어머니 이외의 인물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다른 누구 탓이 아닌 본인 탓입니다. 그래도 와타나베 군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면, 자기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오래도록 어린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다 못해 욕구를 달성하자마자 한시적이고 무책임한 애정을 남기고 떠나가 버린 와타나베 군의 어머니 탓이 아닐까요?

✎ 성장 과정의 특수성은 참작할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이 반드시 그러는 것은 아니므로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부모 역시.


고백
국내도서
저자 : 미나토 가나에(Kanae Minato) / 김선영역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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