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하면 나는 대학교 시절을 떠올린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정말 신세계를 경험한 듯 했다. 이토록 즐겁고, 새롭고, 위대한 세상이 있었다니. 사람과 모임과 술과 학생회와 모든 것이 내 세상인 것 같았다. 나를 인정해주는 선배, 동기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소쇄원이며, 식영정, 강진, 장흥 등으로 답사 다니며, 국어과만의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어쩌면 그렇게 남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디딤돌을 놓아준 사람이 바로 유홍준이 아닌가 싶다.나뿐만이 아니리라. 전 국민에게 온 국토가 박물관임을,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국내편 전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이번에 일본편을 읽게 되었다.올해 초 일본 북규슈 여행을 다녀온 남편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
지금 행복해저자성석제 지음출판사창비 | 2008-10-01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재미있는 소설의 대명사 성석제의 열한번째 소설집1994년 소설집... 제목과는 다른 소설이었다.이것도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이 소설집에 실린 9편의 단편 모두 '행복'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했다. 이 소설에 대해 해설자가 아주 현학적인 말로 마지막에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그것을 읽으면서도 불편하고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엔 아홉 편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모두 이른 바 아웃사이더, 소외된 이웃, 이른 바 찌질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 공통점과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뒤섞인 참 불편한 인물들이었다. 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무전여행, 등산, 피서, 낚시 등. 그리고 미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두 번째 만화집이다. '십시일반'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주제가 워낙 무거워서 두 번째 만화집은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그래서 나온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읽었다. 모두 민주 덕분이다. 민주가 오늘따라 잠을 많이 자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두 시간도 안 돼 금새 읽은 것 같다.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다룬 손문상의 작품,동성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이애림의 작품(그림이 무척 독특하다),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장차현실의 작품,그리고 남녀차별, 지역, 학벌 차별을 다룬 홍윤표의 자품,학생들의 교육노동을 다룬 오영진의 작품시작부터 불평등한 교육현실을 다룬 정훈이의 작품,비혼모들의 아픔을 다룬 유승하의 작품그리고 군대내 폭력을 다룬..
이 책은 청소년 대상의 책답게 우리의 옛 그림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변화를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내주고 있다. 내겐 역사가 스토리가 있어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삶과 큰 관련이 없어 무작정 외워야할 대상으로 인식돼 흥미는 물론이고 성취도도 가장 낮은 ‘교과’가 돼 버렸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과서와 달리 우리 역사의 중요한 지점을, 그림을 살펴보면서 그런 그림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과 당시 삶의 모습, 또 지금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사를 암기할 대상이 아닌 현재에도 유용한 산경험이 되도록 한다. 그림은 아니지만 청자를 가지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청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개성 근처에서 발견된 청자 밑바닥에 쓰여 있는..
‘세한도’를 가장 최근에 본 것은 작년 초, 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과 제주도 문학기행 중에 들렀던 ‘제주 추사관’에서다. ‘세한도’에 그려진 초가집을 본뜬 추사관에서 여러 가지를 보았지만, 머리 속에는 추사관 옆 추사적거지 담벼락의 노란 수선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 피어 있는 연노란 수선화여서 그랬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세한도’에 대한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책은 사라진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수학적 원리들을 돌아보고, 또 세한도에 감추어진 황금비를 통해 우리 삶속에 수학적 원리들이 얼마나,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추리 소설의 형식 속에 수학, 특히 우리 조상들이 수학을 어떻게 삶 속에서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보여줘 수학과 삶의 거..
우리에게 익숙한 10가지 음식 재료-감자, 소금, 후추, 돼지고기, 빵, 닭고기, 옥수수, 바나나, 포도, 차-를 소재로 세계사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게 인상적인 책이다.우리에겐 간식으로 애용되는 감자가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고, 지리상의 발견과 함께 들어온 남아메리카에서 온 식재료이며, 감자 때문에 아일랜드와 영국 사람들 간의 갈등이 심했다는 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은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는데, 감자 이야기를 통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또 이름 값하는 소금이 영국과 식민지 인도 사이에서 수탈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그로인해 간디의 비폭력 운동이 일어난 것도, 후추를 통해 금과 향신료 때문에 콜럼버스와 같은 사람들의 대항해가 시작되었다는 것도, 중국인들이 가장 ..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을 기념해서 출간한 단편집이란다. 놀랐다. 이 단편집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학 작가들이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는 것에. 또 중학생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는 말처럼 청소년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는 것에.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게 목적인지, 청소년에 맞는 소설을 가려내 책을 즐겁게 읽히는 게 목적인지. 단순하게 이분화 했지만 어느 쪽이든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청소년문학의 질과 양이 확대됐으나 독서 현실은 더 얄팍해진 현실에 대한 독서 모임의 대응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의 작가. (29) 우리는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는..
교육활동에 있어 교사의 긍정적 시각을 강조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을 경계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낙인 효과가 있다. 이 소설은 가정적 기반이 파괴된 아이들을 격리해(낙인 효과 배제) 교육(로젠탈 효과에 따라)하는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을 통해 우리 교육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딴 섬에 세워진 로젠탈 스쿨은 사회와 다른 폐쇄적인 우리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부모님의 삶이 실패했더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입은, 우리 학교에서 성적에 몰입하게 만드는 논리와도 유사하다. 또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며 각종 규정으로 옭아매는 것도 비슷하다. 따라서 로젠탈 시클에 대한 기자 '마'의 비판은 지금 우리 학교에..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저자김이윤 지음출판사창비 | 2012-03-23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제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언젠가는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모든... 결말이 뻔히 보이는 비극적 성장소설이라니. 비극적인 결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취향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주인공 여여가 엄마의 죽음을 준비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작가는 애초에 결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인지라, 주인공을 일부러 강하게 설정한 것 같았다. 특히 여여의 어른스러운 태도에 한두 번 놀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입을 상처가 내심 걱정되지는 않았다. 미혼모의 딸에, 엄마는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리고 따뜻한 이웃과 친척들, 그리고 세미와의 흔들리지 않는 우정, 또 혼자서 드럼까지 배우는 배짱까지 겸비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력..
대단한 책이 등장했다. 이 소설을 놓고 일단 교사들과 함께 하루 빨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캐서린의 감정, 행동, 선택, 심리 등 모든 것을 놓고 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캐서린이 문제적인 인간형으로 설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자상한 부모 아래 유복한 중산층 가정,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예쁘장한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알겠지만 캐서린의 선택이, 행동이 참 멋지지만, 시대와 사회, 국가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서린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해 직설적이면서 자연스런 이야기를 엮어간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일 뿐이다. 이 작품이 35년 전에 나온 것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러기에 현재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점도 그렇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