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감정, 책의 힘,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낄 수 없어 오히려 진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격한 감정 속에 자신을 내맡기는 ‘곤이’를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감정’이 사회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느낌도 든다. 결국 ‘이해’와 ‘사랑’이 중요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 ‘윤재’도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통해,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더 커진 ‘곤이’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특별한 개인이 많아져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를 유지해 가는 힘도 결국 이해와 사랑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문제아"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가난’이고, 두 번째 이야기거리는 ‘가족’이며, 기타 부수적인 이야기로는 ‘학교’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동화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가난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가난이 매개가 된 가슴 아프고도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손가락 무덤’에서는 가난으로 힘들어진 아버지의 삶을, ‘아빠와 큰 아빠’에서도 정리해고 때문에 벌어진 가정의 불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촌형이 큰아빠에게 화를 내며 가출(?)하는 상황도 역시 가난하기 때문이다. ‘독후감 숙제’나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도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가장 크게 주제를 부각시키며 정점이 달한 것이 ‘끝방 아..
깔깔대고 웃다가, 뒤로 갈수록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표지 때문인지 가볍게 읽을 만한 성장소설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는 그런 점을 처음부터 의도했는지, 갈수록 묵직해지는 삶의 무게에 나도 또한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초반에는 네 소년의 우정을 그린 "포틴(4teen)"이 떠올랐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처럼 여행식 구조를 통한 과거 회상식 구성과, "날아라 로켓파크"처럼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긴 호흡을 닮아 있었다. 성장한 후에 청소년 시절을 바라보는 구조로 돼 있어서, 아이들에게 막상 권하는 게 주춤해진다. 그리고 80, 90년대 정서와 코드를 과연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심청이의 효심을 강조하려다 보니, 극중 여러 인물이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딸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홀로 남게 된 심 봉사 옆에서 남은 재산에 눈독을 들였다는 뺑덕 어미는 몰염치한 인물로 비난이 집중된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성품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뺑덕 어미에게 그런 거친 마음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누군가가 그럴 수도 있다는 포용, 공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뺑덕 어멈 뿐만 아니라, 뺑덕이를 쫒아낸 윤덕 어미, 마음이 어긋난 병덕이이와 병덕이와 매일 싸웠던 강재도 이해가 된다. 인물과 배경이 사실적인데 비해, 심청의 선택과 이에 대한 스님의 선문답은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작가의 "구덩이"를 읽으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가의 입담에 경탄한 적이 있었다.이 이야기도 관계없이 보이는 또래 관계, 집단 따돌림의 문제와 과학기술의 문제를 잘 엮어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실은 이 이야기처럼 세상에 '인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주변의 좁은 세계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문제가 될 것이고, 세상의 넓은 세계에서는 간접적인 관계가 문제가 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여하튼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문제는 개인의 의지가 크게 작동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를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관자들이 적절히 개입하도록, 또 학교가 접근할 수도 있지만 결국 문제는 당사자가 풀어가야할 것이다. 따돌림을 극복해 간다는 측면에서 "깃털이 전해 준 선물"이 떠올랐다. (157) 앤..
이렇게 여운을 길게 남기는 책인 줄 몰랐다. 광주항쟁에 온 몸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 현실감 속에는 작가 한강의 가사(家事)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더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가지 이유로 광주항쟁은 이해하기(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이 된 것 같다. 관련자들 상당수가 생존해 있고, 과거와 현재, 미래 권력과도 연결이 되고 있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히려 논란의 역사 속에서 광주 항쟁의 정신도 계속 현재화 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좀 더 정적으로 광주항쟁을 바라보게 했다. 슬펐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까지 붙잡았던 감정은 마지막 부분, 소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리고 말았다. 평범한 드라마에도 금방 동화되는 40대의 ..
“샹들리에”라는 제목을 보면서 대표 소설의 이름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샹들리에'라는 소설은 없다. '샹들리에'처럼 7편의 이야기가 모여 더 밝은, 또는 혼합의 빛을 낸다는, 그러는 게 삶이라는 의미일까. 이 책에는 성장이 필요한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바야흐로 성장소설은 특정 시기의 청소년 문학과 교집합을 뛰어넘어, 문학의 본질이 될 것 같다. ■ 고드름 (18) 니들은 누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고 때리지 않니? 우리가요? 니들 또래. 이상한 애들만 보셨어요? 이상하게 사고 친 애들이 주로 여길 오지. 어릴 때나 그러죠. 고등학생도 많이 와. 말이 안 되잖아요. 그 아저씨가 우리보다 먼저 나갔다니까요. (22) 돈 받고 애들 보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되죠! 돈요? 월급 나누기 삼십 해 볼까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듣기가 불편하다. 식민지 상황에 좋은 일이 어찌 있을수 있겠나.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달픈 기층민, 독립운동가들에게 고통의 무게가 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그런데 무등도서관 문학실에서 책을 고르다, 명혜를 쓴 작가의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든 뒤로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이야기속 인물들의 삶 속에서 지금도 공감되는 당대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의 모순들이 현재까지도 이어져 있다는 것, 아직도 친일부역을 미화하거나 감추려는 시도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반상의 차별이 돈으로 대체되어 신분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오히려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더 나아지기는 했지만, 시민의식의 성장이라는 눈에서 볼 때,..
업둥이로 자란 주인공 진아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끝이 좋지 않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갈등을 ‘좋게좋게 덮자’는 감진마을 이장의 태도와 확연히 비교가 된다. 전두환에 대한 평가도, 지역감정도, 친구 인애에 대한 성폭력도, 사람사이의 갈등도 좋게좋게 덮자는 사고의 끝이 어쩌면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재의 역사적 비극까지 낳은 것이고,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사람들은 허무하게 보낸 것이라고 하면 ‘삼천포’로 지나치게 빠진 것일까. “꽃 달고 살아남기”란 제목을 보고 설마설마했다. 몇 가지 복선을 이상하게 생각하다 갑자기 알게 된 ‘신우’의 존재가 책을 읽는 곳곳에서 소름을 돋게 했다. 그리고 곧 주인공 진아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 이야기 속에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진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