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스페인‧라틴아메리카_김현균 엮고 옮김_창비) 요즘 ‘서진이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우리에겐 꽤 낯선 멕시코의 바깔라르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관광지에서 한국 거리 음식을 파는 포맷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광지여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무척이나 매력적인데,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그건 바로 어느 가게, 거리에서나 느긋하게 잠을 자는 개들의 모습이다. 목줄도 없고, 낯선 이를 향해 짓지도 않고, 어떤 가게든 개의치 않고 주인인 양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눈을 감고 몇 시간이고 잠을 자고, 푹 잔 뒤에는 여유 있게 사라지는 개들의 모습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너그러운 성정과 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스페인어권,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
이 책도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을 가진 소설이지만 청소년보다는 자녀와 갈등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모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주인공 호정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들과 살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호정이의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함’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느꼈다는 말의 울림이 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긍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후천적이기에 소통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모임 샘들과 이야..
아내가 이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며 나에게도 추천했다. 추천했던 선생님의 모임에서 작가초청 북콘서트도 준비했다고 해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제목을 보고 지난봄에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를 떠올렸다. 초록색의 표지도 농촌 생활 이야기인가 싶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들여다보니 집에 걸린 깃발과 아버지 자전거에 걸린 깃발이 빨간색이었다.) 책은 마을 샘들과 떠난 제주 여행에서 읽었다. 마침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돼 읽을 시간을 충분했다.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일정은 4·3 답사였는데 폭설로 4·3평화공원만 방문할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당시 지리산과 백아산 일대 민중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내용이 좀 더 사실적으로 들렸다. “아버..
담양공공도서관 신간 코너를 살펴보다 익숙한 작가의 특이한 제목에 끌려 책을 들었다. “챌린지 블루”. 청소년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알기에 이 책도 청소년들의 도전을 다룬 책인가 싶었다. 흐릿한 바다를 배경으로 폭죽이 터지는 것도 관련 있는 것 같고. 차례부터 신선하다. 소제목이 색상명으로 돼 있다. 색상코드가 나와 있어 이를 입력해 색을 느끼고 색상의 이름을 검색했다. 여러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비슷한 계열의 색감의 차이나 선호 색에 대해 설명하는 글들이 많았다. '챌린지 블루'도 검색해 봤는데 이 책 소개만 나온 걸 보니, 작가의 새롭게 명명한 색인가 보다. 주인공 바림을 잘 알고 있는 ‘파란 티셔츠’가 누구일까 추측해 보는 것을 빼고는 큰 사건이 있지는 않다. 당연하게 여겨 왔던 미대 입시를 포기하기에..
이번에는 영국이다. 지난번 미국 단편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에, 영국 단편들도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약간은 싱거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그라든 팔’, ‘유품’, ‘차표주세요’, ‘가든파티’, ‘지붕 위의 여자’는 미국 단편들과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고 할까? 여성작가들도 미국 단편에 비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이 주는 인상이 남다르면서도 생생했다. 1. 신호수(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소설 작품은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 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작가, 입담 좋은 이야기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신호수는 끝까지 읽으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정말 유령이 있는 것인지, 고독한 업무 속에서 우연히 본 일련의..
여름 방학 동안 한 편씩 야금야금 읽었다. 첫 작품으로 호손의 ‘젊은 굿맨 브라운’을 만난 것이 그렇게 좋은 시작이 아니어서 한동안 묵혀두었다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한 편 씩 읽어나가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고 묵직한 작품들을 만나면서 18세기, 19세기의 미국 단편 소설들이 이뤄낸 성취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았다. 대단하고 훌륭한 작품이라 여겨지지만 이 위대한 작품들을 내 짧은 지식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미 수천, 수만 편의 논문들이 나와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읽었다는 증거라도 남기기 위해 각 단편들에 대한 짤막한 감상 메모를 남겨 본다. *젊은 굿맨 브라운(너새니얼 호손) ✎ 너무 몽환적이어서, ‘이게 무슨 의미지?’하고 물음표만 남겼던 작품이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왜 굿..
작년 11월 독서모임에서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읽어보자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다. 모임 샘들이 다들 지쳐 올해는 모임을 쉬기로 했다. 독서 모임의 마지막 책이 될듯. 책 제목 '나나'는 이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명의 나(나, 나)는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기에 돌아갈 수 없다. 일주일 안에 육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고 육체는 남아 살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천을 떠돌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남은 가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몇 편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새롭다. 이야기에서는 사람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육체는 자신의 ..
‘유원’ 제목이 눈에 띄었다. ‘유언’ 같은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You won'도 아닐 것 같고, 딱히 연상되는 단어가 없는 걸 보니 주인공 이름이겠거니 했다. 맞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져 빚진 듯, 남들이 바라는 삶을 살아야 했던 ‘유원’의 홀로서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가 아니어도 우린 다른 사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산다. ‘유원’의 이름에는 그런 뜻이 잘 담겨 있다. ‘유원’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두 사람이나 희생됐다. 그중 한 사람은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며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는 사람이라 ‘유원’ 입장에서는 그런 ..
출퇴근하는 고속도로나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곳곳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넜으면 싶다가도, 자신보다 큰 동물(물체)을 발견했다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앞서 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차에 치였을 것이고. 진화의 속도보다 문명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걸 보면 차에 치이는 동물들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로드킬’이 땅에서의 일이라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에서의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늘에서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기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앞길을 위해 치워야할 대상이라는 데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이야기는 도시인들[눈이 푸른 사람들]이 익인[날개를 가진 사람..
페이스북에 “청소년 마음 시툰” 서평단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가 시툰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4월 초에 책 3권을 받고, 중순에 간단히 설문에 참여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활동은 마무리됐다. 지금은 책을 읽고 나서 한 달이 지났으니 좋거나 싫거나 분명한 감정만 남은 셈이 되었다. 그 사이 이 책은 초등교사 2명, 중등교사 1명, 중학생 여학생 1명, 인문계고 여학생 1명, 특성화고 남학생 1명 이렇게 6명과 돌려 읽었다. 평가가 좋았다.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웹툰은 중딩의 진로 고민, 친구와의 갈등, 첫사랑의 아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잘 담았다. 거기에 천상계 동물 ‘해태’가 문학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문학 작품을 바라보는 안내도 해 준다. 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