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반항 심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아이들이 글을 써서 불만을 해소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글을 나눔으로써 공통점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불행하게도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유의 작가들과 같은 공동체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위험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올 초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겨울연수 제목은 였고, 독서분과에서는 을 미리 읽고 오라고 했다. 경험을 나누는 사람으로 연수에 참석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을 읽으며 프로그램을 기획한 송승훈 선생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모임을 하며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이 책에 녹아 있었다. 우린 학생 개개인의 고민에 주목해 그걸 내적 동기로 삼아 독서..
학교에 불어 닥친 시장주의 바람이 거세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학교는 숫자와 통계로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역시 이런 평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시교육청에서 발간한 2008년 겨울호에서 홍세화 씨는 프랑스의 교육은 일정한 성취를 이루기만 하면 되므로 자유롭게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발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1등을 해야하므로 1등을 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경쟁을 이끌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일제 고사를 실시하고, 평준화를 흔드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더 많이 세우고 있으며, 심지어 중학교까지 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서열화하고 있다. 대학교 입학에 수능 점수 비중을 높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서열화하는데 애쓰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학교에서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머리가 심란하거나, 교복이 단정치 못한 아이들, 수업 중에 엉뚱한(생뚱 맞은?) 질문이나 대답으로 당황스럽게 했던 아이들 모두가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달라 보였다. 외형은 거의 어른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이지만, 결국 저 아이들의 뇌도 우리 아이만큼이나 어리고(?), 계속해서(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만큼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요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먼저, 이처럼 아이들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변화’라는 말에 위험과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듯이,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변화한다는 것은 지금 눈에 보이는 ‘위험’이 희망적인 ‘가능성’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대체로 범생이 많은 우리 친척들 중에 좀 특이한 사촌 동생이 하나 있다. 물론 내 기준이겠지만. 동생이 영문과를 진학한 것도, 어느날 '카투사'를 지원해 근무한 것도, 그리고 얼마 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하여 잘 지내고 있고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으로 떠날 수 있을까? 그러고 생각해 보니, 기회는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생각에 이르러 동생의 적극성이 참으로 놀라웠다. 외국으로 훌쩍 떠나는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상황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아이가 아직 어려 여행을 할 수 없어, 책이나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 속에서 자극 받고 나를 돌아보곤 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
고3을 가르치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정리하고 각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를 꼼꼼하게 푼 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정답을 설명해 주고 뿌듯해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 봐 가며 예상문제를 찍고, 그것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실력 있고 준비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국어교사모임 주최로 수업사례 발표와 강좌가 있었는데, 그때 김은형 선생님의 ‘교사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은 ‘수업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며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쓴 두꺼운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상황이란 게 대학을 잘 보내는 ..
1. 짧은 느낌 해를 거듭할수록 '가르치는 게' 참 어렵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깊이를 더하고자 할수록 염두해 두어야할 부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원래 의도했던 것을 놓쳐 버리기도 하는, 그래서 가르치는 게 참 어렵다. 그런데 '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더 어렵다. 교과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도 없고, 그런 까닭에 외국의 이론을 받아들이는데 급급해 결국 국어교육의 목표에서부터 내용과 평가까지 알맹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다르게 가르쳐보겠다고 시도했던 여러 방법들도 목표와 한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특별한 집필 의도 아래 엮은 글이 아니라 선생님이 여러 자리에 쓰신 글을 엮은 터라 책의 내용과 깊이 사이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원론적인 측면에서 국어교육의 바..
1. 짧은 느낌 국어교육과정을 보면 5~7년마다 꾸준히 교육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고민해 온 듯싶지만 그 속의 보면 학문의 흐름에 따라, 정권의 요구에 따라 바뀌어온 인상이 강하다. 당연히 발전적인 개정 과정은 아니었으며 연구 결과 학문 영역이 분화할수록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내용도 더 실제보다는 학문중심적이며 분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다보면 그동안의 교육과정에서 문제제기했던 내용들의 지향점이 제1차 교육과정의 배경이 된 듀이의 경험중심교육과정의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외국의 학문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때 꼼꼼하게 살펴야 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지금은 그런 연구 풍토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한(아이들의 흥미에 좀더 가까운 활동이었다)..
1. 짧은 감상 생동감 있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흥에 겨워야하고 아이들을 흥겨움과 움직임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 수업은 즐겁다. 내 수업이 '즐겁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과 노래하는 것(당연히 아이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 포함)은 물론 '대~한!민!국!'하며 구호를 외치는 것을 어머나 부끄럽게 여기나. 교사의 한계로 인해 생동감을 거세하는, 깨기 힘든 바위 같은 나의 껍질을 확인하게 하는 책이다. 교사로서 한빛고와 같은 대안학교에 근본적인 미안함이 있다.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할 자신을 한 번도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삐딱하게 생각을 풀어나갈 때도 있다. 결국 이런 교육도 소수를 대상으로 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 교육 아닌가 하는... 마음도 ..
이탈리아의 학교 이야기로 초등학교 교사 생활 5년을 토대로 쓴 1940년 작품이다. 스무 살에 임시교사 임명장을 주머니에 넣고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모스카는 개구쟁이들이 모인 악명 높은 5학년 C반을 맡게 된다. 학생들이 잡지 못한 파리를 새총으로 잡아 아이들을 제압하고 금세 그들의 친구가 된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닌, 성인들이 필요에 따라 짜 놓은 교육과정을 공부해야하는 현실, 또 그것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장학 제도에 대해 비판하며, 정작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는 겨울 나무에 화려한 꽃을 그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사가 의미심장하게 가르치고 시험하는 내용들이 실생활에는 아무 필요가 없다고 비판한다. 또 교직생활을 만족해하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시선을 보..
아우성(아찔한 우리 아이들의 성문화! 아리송한 교사들의 성교육!) 1.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언젠가 어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화에서인지 책인지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짧은 내용 속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싱거울 정도로 매우 짧다. 어느 고고학자가 선사시대 동굴유적지를 조사하면서 거기에 쓰인 문자를 몇 십 년 만에 해독하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한다. 헌데 그 동굴문자의 내용이 참 맹랑했다. 거기에 남겨진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각은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하 포르노)을 읽고 이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와 다른 세대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단순히 세대차로 인정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