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주체를 맡으면서, 내 교육 인생에 다시 오기 힘든 소중한 경험들을 최대한 현장성을 살려 남기기 위해 날적이를 써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실천하지 못한 채 4월 1일을 맞이하였다. 천하장사도 제 눈의 눈꺼풀을 들기 어렵다는 말처럼, 퇴근 후 밀려드는 피곤함을 이겨내기란 정말 초인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미 한 달을 보내 버렸기에, 기억을 역주행하듯 중요한 일 중심으로 차차 정리해 보기로 마음 먹고, 가장 최근을 행사, 3월 28일 배움의 공동체 학생 연수부터 정리해 볼까 한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개학과 함께 한 일은, 아이들의 자리를 'ㄷ'자로 배치하고 아이들과 교사 사이를 가로막았던 교단선진화 책상을 없애는 일이었다. 'ㄷ'자형 자리배치는 매 시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최소한의 판서나 프..
손우정 교수님의 학생 연수가 있던 날, 교수님을 광주역에 모셔다 드리고 나서 곧바로 시교육청으로 향했다. 시교육청에서 혁신학교를 궁금해하는 교사들을 위해 공개 강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강의는 "혁신 교육의 철학적 지향성과 학교 개념"이라는 내용으로 감리교신학대 송순재 교수님의 강의가 진행 되었다. 교수님 강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겨울 방학, 전국참교육실천발표대회 '새로운학교 분과'에서 이번 주제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교수님은 유럽 학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건물을 사진으로 보여 주시며 아이들에게 좀더 편한 학교, 즐거운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강의 내용보다, 교수님 강의 이후에 혁신학교의 철학과 방향에 대한 비고츠기 이론과 복잡성 과학 이론..
1. 혼불 교감 선생님의 권유로 수완중 수업 참관 소감을 정리하려고 연습장을 펼쳤다가 예전에 메모해 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마음, 즉 자아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는 말로, 교사 자신의 자아와 전공, 학생들을 엮어 하나의 세계, 즉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주에는 우리의 ‘혼’을 빼놓은 ‘불’이 있었다.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성실성에 심각한 회의를 품게 한 사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마음을 다잡아 아이들을 가르쳐야하는 우리의 ‘혼불’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2. 혁신학교 ‘수완중’ 수완중학교는 우리 학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지만, 학교 차원으로는 1년, 교사 개개인으로 는 그 이상 새로운 학교를 준비해 왔기에 보..
작년 11월부터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뜻을 맞춰 추진한 혁신학교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입시 경쟁 교육, 과목별로 분절된 암기 교육, 각종 규정으로 아이들을 옭아매고, 교사를 상담과 수업 준비보다 업무 처리에 내몰아, 학생·학부모·지역사회, 심지어 교사까지도 행복하지 않아 퇴직을 생각하게 했던 학교의 총체적인 문제를 그야말로 ‘혁신’하자는 학교가 시작된 것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혁신을 꿈꿀 수 있는 갑작스러운 교육 환경의 변화로 시작된 혁신학교이기에,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많았다. 혁신학교를 주제로 학교에서 직무연수를 진행했고, 학교 구성원의 토론, 학부모 설명회가 있었다. 방학 5일 동안 교육연수원에서 전교직원이 모여 새 학교의 모습을 나누었던 경험은 앞으로 내 교육 인생에 다시 오..
1.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학교에서 교육을 하다보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제도권 교육이 갖는 한계, 입시에 종속된 각급 학교교육의 목표, 교육 활동의 결과에 내신이라는 입시에 반영되는 현실 때문이며, 근저에는 교육이 본래의 목적보다 경쟁을 통한 기득권의 재생산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로 교육과정[각주:1]이 바뀌며, 바뀌는 내용도 교과 외적인 변화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활동은 수단에 초점이 맞춰지곤 한다. ‘독서 활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독서 교육은 목적에 대한 반성적 고찰 없이, 어떻게든 읽히기 위한 수단에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입학사정관제를 들먹이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급기야 올해부터는 ‘독서..
와~ 벌써 12월. 2010년을 뜨겁게 살아볼 시간이 30여 일 남았습니다. 시작과 끝은 맞물려 있다는데, 우리 학교와 우리 삶에 큰 계기가 될 혁신학교 현장 실사(2차 심사)가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혁신학교 공모에 신청한 학교는 중학교 3학교(신가중, 수완중, 우리학교)입니다. 계획대로 2학교를 지정할 예정이고,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심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심사한 뒤 합산하여 두 학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동·서부 한 곳씩 지정하리라는 예상을 빗나간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2월 2일부터 현장 실시가 시작되고요, 우리학교는 금요일이므로 마지막 순서입니다. 서류 검사에서 수완중과 신가중은 교사,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동의율이 100%였으나, 우리 그..
가을빛이 아름답습니다. 복잡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가을빛으로 씻어 말씀 드려 봅니다. 2학기 이후 혁신학교(연수 안내, 참관 소감)와 관련된 쪽지를 여러 번 보내드렸습니다. 혁신학교가 주목 받는 이유는 교육감 선거 이후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수업하기 어려운 학교 현실에 대한 돌파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광주에서도 “빛고을 혁신학교’ 공모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육청의 관련 공문을 보면,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학교를 시작하며, 선도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학급당 학생수를 25~30명으로 줄여 주고, 재정적인 지원을 1억원, 잡무를 경감해 주기 위한 보조 인력의 충원이나, 수업 컨설팅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물론 요구사항도 많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여명이다.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 차근차근 그러나 세차게 밀려오는 아침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을길을 나선다. 학교 가야할 시간에 다른 학교 가는 기분이 낯설다. 혁신학교 수업 참관이라는 출장 목적도 낯설다. 소속 학교가 다른 선생님들과 한 버스에 모여 혁신학교로 가는 이 길이 낯설다. ‘혁신학교’ 다른 지역의 이야기, 우리 지역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와 관련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국어 수업의 변화만으로도 벅차고 힘든 일이라 학교 단위의 혁신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각종 토론회와 연수를 거치면서, 내 몸과 마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혁신학교’가 되었다. 그러다 가끔은 내 운명이라는 생각까지 ..
국어의 다른 영역도 그렇지만, 시는 가르치기가 더 어렵다. 김상욱 교수님의 책을 읽어보면, 시를 분석해서 감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사과를 와삭 깨물어 먹듯 그렇게 감상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그러면 교사는 좋은 사과를 고르거나, 또는 좋은 사과와 좋지 않은 사과를 고르는데 교육력을 집중해야하는 것일까 고민스럽다. 그렇게 시를 ‘와삭 깨물어 먹는 과정’을 수업으로 구현하기 어려워 결국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서 제시한 여러 요소들을 가르치고, 그에 맞는 감상 활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그렇게 소리 높여 강조하고 학습지를 채우면서 ‘가르쳤다’는 확인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시를 추천하거나 많은 시를 두루 맛볼 시간도 줄어들고, 문제 있는 시 수업을 또 진행하고 만다. 그런 답답함에 빠져 있을 때, 광주..
*글을 쓰면서 '워크샵'인지, '워크숍'인지 헷갈려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워크샵'은 연구 집회라며, '공동 연수'로 순화해서 쓰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혁신학교 공동 연수'로 수정해서 소감을 적어볼까 합니다. 어제, 이선희, 윤정원 선생님과 함께, 를 듣고 왔습니다. 아직 혁신학교의 상을 그리지 못해, 사례 발표라는 점이 크게 끌렸습니다. 2시간의 강의, 질의 응답이 끝난 후 느낌은, 연수 참석자들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우리 학교에서 열렸던 혁신학교 연수와 참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 연수를 소개한 상황이라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연수 내용을 정리하며 들었습니다. 음.. 장곡중 사례는 혁신학교를 통해 수업의 변화, 학생과 교사가 즐겁게 생활하게 되었다는 희망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