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시를 만나다(시낭송 축제)






국어의 다른 영역도 그렇지만, 시는 가르치기가 더 어렵다.
김상욱 교수님의 책을 읽어보면, 시를 분석해서 감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사과를 와삭 깨물어 먹듯 그렇게 감상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그러면 교사는 좋은 사과를 고르거나, 또는 좋은 사과와 좋지 않은 사과를 고르는데 교육력을 집중해야하는 것일까 고민스럽다.
그렇게 시를 ‘와삭 깨물어 먹는 과정’을 수업으로 구현하기 어려워 결국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서 제시한 여러 요소들을 가르치고, 그에 맞는 감상 활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그렇게 소리 높여 강조하고 학습지를 채우면서 ‘가르쳤다’는 확인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시를 추천하거나 많은 시를 두루 맛볼 시간도 줄어들고, 문제 있는 시 수업을 또 진행하고 만다.

그런 답답함에 빠져 있을 때, 광주고에서 박안수 선생님이 보여준 시 낭송 축제는 시를 ‘와삭’ 깨물어 먹는 시 수업을 계획하는데 큰 힌트가 되었다. 그렇게 작년과 올해 2학기 말하기 수업으로 이야기 수업 대신, 시 낭송 수업에 집중했다.

작년 시 낭송 수업의 실패는 참실 발표대회에서 거론한 적이 있다. 간략하게 작년 활동을 정리하면, <작가와 작품> 단원과 연결지어 먼저 모둠별로 시인을 정해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게 하고, 시에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게 했다. 언제나 수업자료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도서실은 교과서 중심의 시집만 갖추고 있어, 각화중이나 치평중, 신창중, 신가중에 시집을 빌리고, 부족한 것은 무등도서관에 빌려서 수업을 했다. 시집은 모둠원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같은 시집을 준비했다.

대단원 수업 목표에 맞게 주제나 이미지, 운율, 표현 방법, 소재 따위를 중심으로 작품의 공통점과 그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작가의 상황을 짐작해 보는 활동을 한 후, ‘모둠 시 낭송’을 수행평가로 안내했다. 예상한 대로 아이들은 시 낭송을 부담스러워 했다. 낭송자 수를 조절하는 방식의 시 낭송과 매체를 달리하는 방식의 시 낭송 방법을 설명하고 문장 사이트와 광주고 시 낭송 장면을 보여주며 활동을 독려 했다. 낭송 시 유의 사항으로 시 낭송과 적절한 배경 음악, 시 내용이 적힌 배경 화면이 꼭 있어야 하고, 연극과 노래를 포함하여 표현 방식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안내했다.

아이들은 영상에 밝은 세대답게 주로 UCC를 제작하여 시 낭송을 했는데, UCC 제작에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시 낭송과 보조 자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UCC 제작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만족해 하는 학생이 많았다. 아이들 활동을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워, UCC는 살펴보지 않은 채, 시 낭송만 확인 지도 했는데 아쉬운 수업이었다.

올해 2학기에도 시 낭송을 가장 큰 수업으로 정하고, 방학 숙제로 낭송하기 좋은 시를 찾아보도록 했다. 마침 ‘전국 시 낭송 축제’ 활동 지원 공문을 보고 계획서를 제출하여 지원금도 받게 돼, 의욕적으로 다시 시 낭송 수업을 준비 했다.
아이들은 작년에 해 본 수업이기에 낯설어 하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수업이라 동의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잘해 보자는 격려와 지원금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방학 숙제로 준비한 시와 컴퓨터실에서 시를 고른 뒤 개인별 시 선택, 모둠 편성 후 모둠 시 결정, 시 낭송 방식 결정을 계획표로 작성하게 한 후 계획표부터 꼼꼼하게 확인했다. 시 낭송에만 집중하기 위해 보조자료는 거의 신경 쓰지 았았다. 운동장에서 모둠별 점검 1시간, 도서실에서 모둠별 최종 리허설 1시간, 수행 평가 1시간을 사용했으며, 시낭송 축제 지원금으로 조명, 마이크를 충분히 구입하여 시를 낭송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학급별 수행평가 결과 2모둠을 추천하여 조촐한 교내 대회를 준비하였다.

시는 정말 분위기다. 배경 음악 없이 할 때, 배경 화면 없이 할 때가 달랐고, 모둠원 모두에게 마이크를 줄 때와 조명을 켜 놓을 때가 달랐으며 대낮에 낭송할 때와 밤에 낭송하는 것이 달랐다. 오후 5시에 시작한 시 낭송 축제에는 교장·교감 선생님과 3학년 담임교사, 국어과 담임교사, 이런 행사를 궁금해 하던 선생님들과 1~2학년 학생들의 참석, 3학년 학생의 절반이 모여 시 낭송 축제 다웠다.
1000쪽 읽기와 함께, 우리 학교 국어과 행사로 치르기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금상 1팀은 학교 축제에 시 낭송으로 참여하는 특별한 경우를 만들었다.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열린 시 낭송 축제는, 낭송하는 아이들의 평가도 그렇고, 참관한 선생님들의 평가도 재미있고 의미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이들의 소감문을 읽어보면, 대체로 만족스러워했고 좋은 추억을 남겼으며, 더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이들과 시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으며, 아이들을 ‘와삭’ 시를 깨물어 먹었을 것 같다. 시를 통째로 맛보았다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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