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논쟁(김대식, 김두식, 창비)



공부 논쟁

저자
김대식,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14-04-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왜 모든 아이가 ‘1등’의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가 세계적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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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에 법학자, 문과 이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형제들의 공부에 관한 논쟁이라는 소개가 끌려 읽었는데,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던 내 처지에서는 깜냥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나름 대척점에 있는 형제들의 논쟁-고입평준화 문제, 대입제도문제, 교수 임용문제, 연구 풍토, 연구와 출세의 문제,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의 문제, 이론과 실천이라는 교수들의 공직참여 문제,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의 문제, 연구와 실천의 괴리-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공부라는 게 결국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것. 연구 분야를 갖는다는 건 빈 땅에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창의성과 노력이 필요하며, 동종교배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우리의 연구 풍토가 학문보다는 입신양명에 있어, 학자도 연구를 통한 자기실현보다 정치를 통해 자기실현을 하려고 해 학문의 발전이 없고(장인DNA, 장원급제DNA), 이런 시스템이 배움의 흥미보다는 시험 잘보는 기계를 만들며 의욕과 창의성을 죽이고 있어 청소년부터 ‘번아웃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진로를 결정할 시기가 대학원 이후로 유예되어야 한다는 점, 평준화 세대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평준화 정책 유지 및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기초과학 세계에서나 다원화된 사회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말들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독립적 사고’라는 기준에서 진보주의에 대한 비판은 시원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보수-진보'라는 진영의 논리가 단단히 깔려 있고, 진영과 관계없이 엘리트주의가 바탕이 된 우리 나라에서는 독립적인 사고가 힘들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독립성도 인정하기 어렵기에 획일화된 세상이라는 비판은 논리적으로 와 닿았지만, 그렇다고 친일파에 친미파 일색인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이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면 '그들'의 생각을 독립적인 사고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진영 논리나 엘리트주의에서 얼마만큼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느냐가 인물의 크기를 결정하고, 특히 보수에 비해 계몽적이라고 욕먹는 진보 진영은 좀더 간명한 논리로 대중을 설득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논리에서 이기더라도 투표에서 계속 질 것이라는 김대식 교수의 지적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삶의 문제가 너무 무겁다. 문제를 비켜 가자는 것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좀 다양화할 수 있는 가볍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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