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

 

먼저 난 운이 좋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에서 감당할 정도의 문제만 만났다. 그리고 학교의 위기 상황을 공감하며 함께 해결해 보자는 동료들이 있어, 이 책에서 드러나는 문제 상황들보다는 조금씩 더 나은 상황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를 옮길 때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 이야기 되는 학교의 상황은 정도의 차이만 있는 대한민국 모든 학교의 문제이다.
공부하는 아이들, 널부러진 아이들 할 것 없이 수업이 붕괴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다녀야하는 답답함이 친구들과 교사에게 적대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풀어가야할 교사들은 위기를 인식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기력에 빠져있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을수록, 종합적으로 천천히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답답하다고 중간에 끊고 새로 시작하면 새 출발은 할 수 있지만 분명 줄이 끝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학교와 교육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학교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이다. '낯섦'이 없다면 교사와 아이가 학교에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잘 모르는 아이들 때문에 교실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언어로 이야기하며 아이들이라는 타자성을 통해 가르치는 자로서 성장해야 하며, 아이들은 그런 교사라는 타자성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들 역시 평등한 관계에서 협력하며,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라는 타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학교는 없어서도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요소이므로 존속될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정서적으로 힘들겠지만, 낯선 아이들(타자)을 만났을 때 교사로서 더 성장할 계기가 마련된다. 전국의 혁신학교들도 다른 학교에 비해 심하게 낯설거나, 교사들의 감수성이 민감해 교실과 학교의 붕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저자가 지적하기도 했지만 수업이 안되는 학교일수록 아이들과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가야 기본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문제는 교사들이 그런 시간을 낼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가는 일일 것이다.

 

교무실이 개별 수업이라는 사적인 곤란에 대해 공공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조정하는 공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와 닿는다. 그런데 교무실이 토론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의견들이 '진리'라는 벽에 막혀 있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좀 길게 내다봐야할 것 같다. 특히 선악 구도가 분명한 우리 전교조도. 

 

교사로서의 자아실현 수업을 내가 기획하는 것이다. 즉 어떤 것에도 통제되거나 억압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내 삶을 기획하고 반성하며 실현해가는 것이다. 즉 교사는 반성적 실천가이다. 듀이의 말(경험의 갱신을 통해 교사는 연속적으로 성장한다)이 아니더라도 교사 역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학생들의 모르겠다는 반응에 충격받을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가 '가르치는 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널부러진 아이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언어로 새롭게 제시했을 때 아이들에게 교사 역시 타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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