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배움은 어떻게 깊어지는가(이시이 쥰지, 살림터)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14. 5. 13.
혁신학교를 경험하고 ‘배움의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교사로서 갖춰야할 전문적인 영역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것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더디게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확신도 흐려지고, 유예된 과제로 존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고민을 선배 교사와 나누다 이 책을 추천받았다. 읽다보니 ‘함께 배우는 배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채우게 되었다. ‘연구-실천-성찰’과 함께.
추천사를 쓴 장곡중 박현숙 선생님은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무엇인지, 깊이 있는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점프 문제는 어떤 것인지, 모둠 학습은 왜 필요하며 어떨 때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 가 상세하게 나온다.”고 소개하였다. 배움의 공동체를 경험하여 애매한 상태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질법한 의문을 적확하게 지적했다. 이 책은 이런 의문들을 길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1. ‘함께 배우는 배움’이란?
저자는 ‘배움의 공동체’는 학교의 지향점을 나타내므로,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교실에서는 ‘함께 배우는 배움’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협력적 배움’도 비슷한 용어다.)
또 ‘함께 배우는 배움’과 ‘함께 배우는 수업’의 차이도 지적했는데, 수업은 교사 중심에서, 배움은 학생 중심의 입장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사실 사회적으로 ‘지식’의 개념이 달라진 요즘의 상황에서 가르칠 것이 명확히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교사 중심의 생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먼저, 저자는 ‘함께 배우는 배움’의 틀(매뉴얼)은 없다고 하며 기본 요건을 제시했다.
① 일제 수업에서 벗어나기: 효율성은 있겠으나 기계적 숙달과 암기로 배움의 기쁨은 없음.
② 아이가 배움에 도전하게 하기: 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고, 무엇을 잘 모르는지 성찰하는 것이 배움의 도전.
③ 모둠 학습을 기본 축으로 하기: 혼자서 도전하기 힘드니 모든 아이들과 협력, 이때 적절한 인원 유지위해 ‘모둠’
④ 모든 아이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실 만들기: 누구나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 지식 터득에 속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못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를 흉내 내며 배우고, 잘하는 아이는 다른 사고방식 속에서 새로운 발견하게 됨.
⑤ ‘서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 ‘서로에게 배우기’: 배움은 관계 속에서 마음을 열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특히 가르쳐 주는 관계의 고착은 우월감과 열등감이 고착화되는 문제.
⑥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 한다’고 해서 ‘배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체 수업에서 각자 발언을 많이 하지만 발언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다면 배움의 수준이 높지 않음. 또 아이들의 발언에만 의식하는 것은 ‘모범 답안’을 요구하며 대답하는 이가 정해지기 때문에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됨. 또 아이들의 말만으로 아이들 내면의 배움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음.
⑦ 말하기보다 듣는 것, 연결을 중시하기: 아이들이 어떻게 듣고 있는가, 들은 것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들은 것을 연결하여 어떤 탐구를 하게 되는가?
⑧ 함께 배우는 ‘배움’은 서로 배우는 교실을 만든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수업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는데 그런 시간까지 모두 포함해 언제나 아이의 내면에 ‘함께 배우려는’ 마음이 머물러 있는 것.
⑨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만들기: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 스스로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살아가는 것을 몸소 실천해야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가 됨.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현재나 미래에도 사람들과 관계가 풍부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음.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배움의 공동체’임.
2. ‘모르는 것’과 ‘탐구’가 배움의 출발
우리나라처럼 공부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알고 있다’는 것이 곧 ‘배웠다’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 교사들이 수업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배운 것’을 물을 때에도 이런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배움은 지식을 단순히 안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특히 배움 과정에서 발견의 기쁨, 앎의 재미(정서적 태도)가 낯선 것들에 대한 도전 의욕이 된다는 점에서, ‘안다’는 의미에 대해, 빨리 알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45.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은 ‘발견’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지식과 기능이 더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배움이란 사람을 사고와 탐구의 세계로 이끌어 몰두하게 하는 것입니다. 배움에는 지적이고 냉철한 사고도 있지만 정서적인 움직임도 생깁니다. 즉 ‘배움’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배움의 출발점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질문을 하면 아이는 스스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교사를 기다리게 된다. 따라서 교사가 제시하는 과제는 아이들이 모르는 점을 알고 싶어지도록 마음을 고려해 세심하게 고안해야 한다. 즉 교사는 ‘어떻게 가르칠까’가 아닌, ‘그 아이라면 어떨까. 어떻게 생각할까. 이 아이라면 어느 부분이 어려울까’를 고려해야 한다. 교사는 ‘탐구’가 일어나도록 수업을 디자인해야 하고 밀착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교재와 아이들을 잘 보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3. 함께 배우는 배움과 ‘배움의 질’
60. 아이들이 말하고 있는 것 대부분이 교재와 상관없는 얘기인데도 그냥 놔두는 교사, 수업을 보고 있는 우리들조차도 놀랄 만큼 대단한 생각이 아이들로부터 나와 몇 명의 아이들이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교사, 그저 아이들이 발언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듯한 교사, 아이들의 생각을 듣기만 하는 교사. 그러한 교사들을 보고 있으면 ‘아, 이 사람에게는 아이들이 교재와 과제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깊이 파고들게 해서 그곳에서 아이들이 배움을 만들어 내게 하려는 의식이 없구나.’하는 생각에 슬퍼집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그것은 교사가 배움의 내용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지금 아이들의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은 과제를 심화시키는 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여기서 어떠한 배움이 가능할 것인지를 섬세하고 엄밀히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이렇게 되면 아이들도 똑같이 됩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았을 때 나타나는 문제를 위와 같이 지적하며 배우는 대상인 교재와 과제를 아이들과 함께 맛보고 함께 탐구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교사가 점프 과제와 함께 아이들에 대한 감성, 아이들처럼 탐구하며 배우는 기쁨을 맛보야 한다고 조언한다.
4. 협동적 배움이 배움을 깊게 한다
저자는 모둠 학습을 강조한다. 그런데 모둠 학습은 전체학습을 위한 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 충분히 배움이 일어나는 활동이다.
먼저 저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우므로 친구들과 의문을 잘 나누도록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전체학습(일제 학습과는 다른 교사 중심의 전체 토론)은 한 과제를 나누기에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 따라서 모둠 활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사는 개입할 여지가 있는 전체학습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둠 활동 내용을 전체학습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교사는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모둠 활동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102. 모둠 학습은 전체 학습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상호 호혜적이 배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체 학습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하청 같은 개념이 절대 아닙니다. 모둠 학습 자체의 장점인 것입니다.108. 조별 학습은 전원의 활동이 원활해지도록 전원의 배움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둠은 낱개를 기본으로 하여 그 낱개가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몇 몇이 모인 집단을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둠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① 매력적인 과제 제시하기: 아이를 보는 안목을 길러.
② 함께 배울 수 있는 모둠 구성: 남녀혼합, 4명 이내
③ 함께 듣는 모둠 만들기: 모둠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듣기 위한 것’임. 함께 배우는 것은 함께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들어야(비교·대조, 교재 확인)하기 때문. 따라서 아이들의 의식은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함.
④ 생각 정리하지 않기: 모둠활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같은 모둠에서 몇 명이 발표해도 좋고 모둠원과 다른 생각을 발표해도 좋음.
⑤ 교사는 끼어들지 않기: 교사는 모둠에 끼어들어 맥락을 깨는 것보다, 서로 배워 가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함. 그러나 아이들의 배움을 상세히 살펴보기는 어려움.
<Tip> 모둠 학습이 끝난 후 배운 것을 반성하여 기록하도록 한다. 누구의 어떤 생각을 자신과 견주면서 배움이 일어났는지 쓰게 한다. 이 활동으로 아이는 함께 배운 것을 의식하며, 교사는 모둠의 배움을 파악할 수 있음(115).
⑥ 언제 도입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 끝낼 것인가: 어려운 문제. ‘도대체 뭘까?’라는 의문과 과제, 즉 탐구가 필요할 때, 배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끝내는 시점은 아이들의 상황과 배움의 향방을 감지해 모둠의 가능성을 판단하여.
5. ‘점프’가 있는 배움
*읽기에서 ‘점프’가 일어나기 위해서.
-아이들의 생각에서 점프가 일어난다
-소리 내어 읽는 중에 점프가 일어난다: 검증된 작품을 여러 번 읽게 하다보면 작품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협동적 배움을 통해 생겨나는 점프
-교사가 던지는 물음에서 생겨나는 점프
-아이들의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점프: 질높은 자료을 읽으면서 점프할 수 있으리라.
*점프가 있는 배움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165)
-교사 전문성의 필수는 교사의 경험. 교사는 많은 아이들을 혼자서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매뉴얼이 없고, 실천 통한 경험을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음. 장인적 요소.
-배움의 재료에 대한 깊은 전문적 지식+아이들의 배움으로 디자인하는 전문성
-창조적인 실천: 새로운 문제에 도전.
*교사의 엄격함(180)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한다는 의미가 아닌, 아이들이 서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애매하게 알거나 중도에 배움을 멈추지 않게 하는, 아이들의 가능성에 대해 엄격하다는 의미. 결국 이 엄격함도 교사의 전문성과 관련돼 있으며, 협력적인 배움이 잘 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도 포함하고 있음.
6.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186. 자신의 수업을 자신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으면 ‘배움의 공동체’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공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타인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실천을 토대로 타자와 관계 속에서 교사는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높여 ‘함께하는 배움’을 실현하고 또 심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학교 전체의 교육을 질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고민이 된다. 저자의 조언처럼 아이들이 협력하며 탐구하는 것처럼, 우리 교사들도 질 높은 배움, 협력적인 배움에 대해 협력하며 탐구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내 수업을 보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동료들의 참관과 조언이 필요하다. 참관할 때에는 아이들의 배움의 관계를 넘어 도전 과제를 바탕으로 제대로 협력하고, 몰입하고, 배우고 있는지, 모둠 학습이나 전체학습에서 대응은 적절한지 살피며, 아이들과 나를 성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힘들고 지칠 때 격려와 지지를 해주는 것이다.
189. 혼자서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필요한 것은 수업 만들기를 통해 길러진 동료성입니다.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가 됨으로써 함께 배우는 아이들의 배움은 점점 깊이를 더해 가는 것입니다. 또, ‘함께 배우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배움입니다. 여기에는 아이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시대가 사람과 사람의 풍부한 관계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시대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함께 배우는 배움’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교사 각자와 또한 그런 교사들이 모임 학교입니다.
|
'행복한 책읽기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디자인(남경운 외, 맘에드림) (0) | 2014.06.18 |
---|---|
공부논쟁(김대식, 김두식, 창비) (0) | 2014.05.23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 (0) | 2014.04.03 |
18세상(김성윤) (0) | 2014.03.10 |
미래로부터의 반란(김진경) (0) | 201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