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디자인(남경운 외, 맘에드림)

학습연구년제로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많아졌다. 생각보다 많은 학교가 연구학교(자유학기제, 창의경영, 교육과정 등)와 시범학교(교원평가)를 운영하며 수업을 공개했고 수업발표대회와 수석교사 수업공개도 많았다. 혁신학교도 꾸준히 수업을 열고 있었다. “아이들이 열중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에 ‘프로교사 검은 띠 6조건’이 있는데, 우수교사의 수업을 100회는 보고, 보고서를 100번은 봐야한다는 구절이 있다. 일단 많이 참관하고, 참관록을 작성하며 배우려고 노력했다. 6월 18일까지 20번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혁신학교를 제외하고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대부분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에 자신이 없었다. 참관 온 나에게 매우 미안해하며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 볼 것이 없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있었다.
둘째, 대체로 교사만 있는 수업과 교사만 없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사만 있는 수업은 마이크를 활용하고, 교과서 순서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만 없는 수업은 역할극이라는 이름으로 배심원 토론이나 찬반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교사의 역할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셋째, 대부분 수업이 모둠으로 진행되었지만, 모둠활동을 위한 수업설계는 고려되지 않았다. 공개수업은 모둠으로 해야한다는 암묵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모둠활동으로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교가 많앗다.
넷째, 모둠활동이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부분 상벌점제를 활용해 수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발표할 때마다 가산점 체크, 특히 모둠원 모두가 손들어야 발표할 수 있고, 발표하면 모둠 가산점을 주고, 수업태도가 나쁘다 판단되면 그 가산점을 회수하기도 했다.
다섯째,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교사 중심의 수업을 학생들이 견디고 있었고 교사도 수업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부 수업은 학생들이 견디지 못하는데 교사는 견디고 있었다. 결국 광주의 중학교는 교사가 수업을 견딜 수 있는 학교와 견딜 수 없는 학교로 나뉘어 형편에 따라 생존하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랐다. 학생의 배움을 고려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했고, 수업연구회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했다. 수업연구회에 참여하면 수업 소감도 말할 수밖에 없어 수업을 참관할 때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긴장하며 바라보았다. 급한 대로 ‘수업 관찰의 틀’도 만들어 적용했지만, 지금도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여전히 수업 의도를 찾는데 주춤하고 있으며, 진행과정에서 아이들의 소통과정을 잡아내지 못하고, 거기에 대한 교사의 대응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수업 내용에 빠져들어 아이들보다 열심히 한 시간 공부를 하고 만 때가 적지 않다.

수업연구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수업친구모임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까? 당장 내일 각화중 과학수업 컨설팅을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하다 수학, 과학, 기술 교사가 공동저자인 책을 발견했다. 한울중학교 수업친구모임 이야기다.
책의 1장은 ‘아이들이 협력하며 배우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제시되었다.
1. 되돌리기: 교사가 제시한 과제는 학생의 현재 관심사가 아니며, 아이들은 교사의 말에 의심을 품지 않음. 따라서 학생 대답의 진위를 파악하게 하거나, 모둠 의견 사이의 관계를 묻는 방식으로 되돌려 몰입하도록 안내.
2. 도전과제의 요건: 그 시간에 배운 내용만으로 해결 가능/ 그것 활용/ 난이도 있고/ 흥미로워야 함.
*인상적인 구절
(22)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농구를) 배우지 못하듯, 새로운 개념도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는 배우기 힘들다. 이때 설명은 ‘일방적’을 의미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전달이건, 학생의 일방적인 발표 건 아이들에게 모두 설명이다. 즉 강의식 수업이다. 아이들은 학습내용에 대해 옥신각신하면서 배움은 일어난다.

2장은 ‘범교과 수업모임’을 제안한 이유가 제시되었다. 이 모임은 수업친구모임이다.
1. 공개수업과 수업연구회만으로는 수업이 바뀌지 않음.
공개수업과 수업연구회를 통해 아이들의 배움(모둠 논의 활발했는지, 누가 주도했는지)을 논의하지만 결국은 무엇을 바라봐야하는지 잘 알 수 없음. 아이들의 ‘배움에 주목’한다는 말은, 아이들 행동의 원인을 찾아 나누어야 한다는 말.
2. ‘범교과 수업모임’
교과가 다른 선생님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수업모임을 통해, 수업교사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나눠 공동으로 수업을 설계한 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수업을 디자인하고 교사의 역할을 구체화 나가는 것이 필요.

3장은 수업에서 수업 교사와 참관 교사의 역할 및 의의를 다루고 있다.
<수업 교사>
1. 활동지: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지만, 필요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제시해야함. 즉 ①아이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②수업 목표에 알맞은 것, ③과제들이 수업 목표를 향해 알맞은 흐름으로 연결돼야 함(109)
2. 수업 진행 중 교사의 역할
① 모둠 활동을 방해하는 교사의 힌트: 주려면 초반에.
② 모둠 활동에 최대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과제 제시 후 교사가 얼마나 했는지 등 점검을 하면 학생은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음. 모둠 활동 시간 최대한 확보
③ 모둠의 활동을 평가할 목적이거나 모둠 활동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줄 목적이면 아무것도 안 한 모둠에게 발표를 시키는 게 낫고, 모둠 활동 결과를 전체가 공유하면서 배우려는 목적이라면 발표할 만한 모둠을 미리 보아 두는 것이 좋음(117)

<참관 교사(118)>
① 참관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높이므로, 아이들이 활동하며 배우기에 적합한 수업을 설계하는데 꼭 필요.
② 수업 공동 설계하면서, 모둠 과제의 핵심과 아이들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실제 아이들의 행동과 비교하면서 자기의 수업을 성찰하는데 유용한 정보 제공.
③ 의미 있는 관찰을 위한 수업 참관 방법
 -모둠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 아이들이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며 배우는지 세밀한 관찰
 -참관하는 수업에 빠져들지 않아야 함. 교사의 설명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해석.   -교사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결하는지 확인.
 -모둠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어디서 막히는지, 막힐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기

4장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업무경감, 수요일 5교시 운영, 이때에는 연수만,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아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함. 또 수업공개는 자발성을 존중해, 범교과 수업모임에서 공개하며 주변 선생님들을 설득했다고 함.

5~7장은 범교과 수업모임에서 수업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공개수업하기까지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중2, 과학, 물질의 구성, 원소 주기율표(155)
-중2, 국어, 맞춤법이 틀린 표현(162)
-중1, 사회, 세계의 기온 분포와 주민 생활(173, 7장 233)
-중2, 수학, 도형의 성질 –사각형의 성질(184)
-중3, 이차함수 그래프의 성질(196)
-중2, 과학, 빛과 파동(5장, 203)

8장은 수업 참관을 통해 알게 된 아이들 모습
① 교사와 아이들의 거리
-아이들 중에는 순서대로 학습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음(257)
-교사는 정확한 논리를 가지고 있으나 아이들은 엉성한 논리를 가지고 있음(259)
②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
-수업에서 ‘아!’하는 순간.
-아이들의 “왜요?”, “왜 그렇게 해야 돼?”
③ 수업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아이들
-잡담하던 아이들이 친구들의 발표로 들어옴.
-흥미로운 소재(동영상) 활용
-같은 모둠 아이들의 권유
④ 기타
-다른 아이의 의견을 무시하는 아이
-옥신각신 서로를 설득하는 모습
-유능한 리더가 모둠을 이끌어 가는 모습
-어려운 과제 앞에 동등해지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

9장은 수업 혁신을 통해 이룬 것들을 담고 있다.
일상 수업의 변화 및 협조, 수업을 설계할 때 수업의 목표 및 논리적 일관성과 함께 구체적인 아이들의 반응을 고려하게 되었다는 것. 범교과 수업모임에 대한 일반학교 교사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등.

3월 말, 젊은국어교사 연수 때, 혁신학교를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을 먹을 건인지, ‘파란약’을 먹을 것인지 선택하는 장면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난 빨간약을 먹었다. 그래서 내 교직생활은 혁신학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내 선택에 당당해지는 수업의 전문성이란 영역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처한 고민을 제대로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가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 “아이들이 열중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를 읽다 잠깐 샜다.

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 디자인
국내도서
저자 : 남경운,서동석,이경은
출판 : 맘에드림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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