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아이를 바꾼다(김경인, 중앙북스)

페이스북에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혁신학교 강의에서 한두 번 공간의 혁신에 대해서 외국 사례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들의 상황과 우리 상황은 너무 다르고, 또 공간을 바꾸는 것보다 아이들과의 관계라든지, 교육과정을 바꾸어 실천하거나, 투박하지만 수업을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러다 수업을 참관하러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학교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선운중은 따뜻한 실내 도색에 갤러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선운중에서 공간 혁신을 주제로 저자를 모셔 강의를 마련한다고 했다. 서둘러 책을 읽었다.
학습연구년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낯설게 바라보기'이다. 나는 작은 변화에도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는데, 디자인 전문가의 눈에는 대동소이한 것이었다. 즉 학교의 억압적인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건축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건물, 공간의 용도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달라지듯, 생활이 달라진다. 그래서 주거 공간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그대로다. 군대에서 출발한 공간배치는 관리가 용이하게, 그러나 편의 공간이나 문화 공간은 없다. 그 속에서 학교는 삭막한 곳, 떠나고 싶은 곳이 된다.

학교를 감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자.
학교문화 프로젝트는 실제로 한 공간만 바꾸었는 데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가장 열악한 곳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안정된 공간으로 바꾸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창의력을 키우자. 다 바꾸기 어렵다면 색채라도 바꾸자.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의 시작은 정리정돈부터이며, 사용자 교육을 꼭 하자. 그래야 문화가 유지된다.

또 다른 시각에서 학교 혁신 이야기를 들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 살면서 문제 해결을 개인이나 집단의 열정이나 의지에서만 찾아왔던 것 같다. 아이들과 행복 만들기는 매일 삶을 영위하는 아이들의 공간을 함께 바꾸는 데에서 소통과 존중감과 감동과 행복감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겠다. 

저자는 하려고 마음먹으면 방법은 100가지나 있고, 안 하려고 마음먹으면 그 이유는 한 가지뿐이라고 했다.
읽으면서 감동적인 부분, 인상적인 인용구가 많아 밑줄과 메모가 많다. 

57.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해야 교육 효과가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시설과 학생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문화를 만들고 행복을 키워가는 공간에서 선생님과 친구와 함께 자연스레 소통 하고 뭔가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왕따나 학교 폭력과 같은 문제도 줄어들고, 학업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과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행복의 경험'이다.

68.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율성과 창의성, 상상력, 서로에 대한 배려를 기를 수 있게 학교를 디자인해야 한다. 학교 디자인은 하나의 '작은 사회'를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아이들을 둘러싼 기존 환경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각 공간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 철학을 고심하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을 잘 치는 요령이 아닌 일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술이지 않겠는가?
✎ 편안한(안전한) 공간에서, 소통하며, 행복을 디자인하는 게 살아가는 기술이다.

117.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생리적인 욕구만 해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화장실은 개인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욕구까지도 은밀하게 발산할 수 있는 지극히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만큼 인간의 심리적, 감성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화장실을 쾌적하고 안락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면 적응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학교 환경의 열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화장실이다. 아이들은 백화점 수준의 화장실을 요구한다고 한다. 화장실이 쾌적해지자 화장실 이용자가 늘어나고 화장실을 깔끔하게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저자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해 애착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137. 괴테는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면 날마다 몇 가지 일을 습관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훌륭한 그림을 보고, 좋은 말을 나눠야 한다고 말이다.
✎ 학교는 단순한 공부가 아닌, 살아가는 방법, 문화를 배우는 곳이다는 걸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141. 컬러테라피. 전주 양지중학교의 사례에 더해.
✎ 색채 변화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152. 소통하는 데 있어 '공간'이라는 매개체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로 자주 부대끼며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가까워지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서로를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공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감의 폭이 넓어지면 사회적 유대감이나 공동체 의식 또한형성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게 살아 있는 '사회 공부'가 아닐까.

192.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되려면 감동이 많아야 하고, 자기가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학교가 먼저 아름다운 공간이 돼야 한다.’라는 그 믿음이 만들어낸 마음의 파동이 결국 또 다른 감동을 이끌어낸 것이다.

203.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 광명학교 아이들은 내게 그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커가는 힘, 살아가는 힘을 쌓을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줘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 아이들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더 활동적이고, 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230.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를 통한 교육. 그렇게 문제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배움을 확장시킬 때 창의성도 꽃피울 수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암기보다는 토론, 하나의 정답보다는 다양한 해답, ‘베스트’보다 ‘유니크’를 돌려줄 때이다.

241. 서양에서는 이미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은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인정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자존감을 쌓아온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간다. 어던 상황에서도 자신을 굳건하게 지키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그 단련에 있어서 다음 두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존중감이다.
 
248.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혼란에 빠진 공간은 그 사람의 내면 역시 뒤죽박죽 헝클어져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삶의 혼란 속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면 수동적으로 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간 정리는 꼭 필요하다. 정리를 통해 일상의 질서를 세울 수 있고, 공간의 가치를 향상시키며,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국내도서
저자 : 김경인
출판 : 중앙북스 20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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