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의 반란(김진경)


아이들의 교복이 짧아지고, 특정 메이커 제품을 교복처럼 입고, 머리 모양을 수시로 바꾸고, 피어싱이나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아이들의 표현 욕구나 심리 변화로 지켜보려는 노력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식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수업을 풀어나가기 위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고, 그래서 덜 중요한 갈등은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규제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욕구가 사그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표현이 과도해지지는 않을 뿐 아이들의 표현 욕구는 보편화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 예전과 같이 엄격하게 머리와 복장에 대한 규제가 지켜지는 곳들도 적지 않아 학부모들의 원망도 꾸준히 들어야 했다. 왜 우리 아이들만 유독 외모와 복장에 대해 민감할까. 눈높이를 낮추고, 청소년인권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불편함도 조금씩 사라지기는 했으나 현상의 이면이 궁금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미래로부터의 반란”은 청소년의 외모, 또래 문화, 소외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청소년의 변화의 원인을 예견하며 제시한 대안들도 설득력이 있었다. 가히 선견지명이란 건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학습 외적인 것에 대한 아이들의 지나친 관심이 아이들이 변화한 것이 아닌 사회구조의 변화, 즉 어른들이 만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성을 강조하고 노동력을 중시했던 산업사회에서는 몸에 대한 통제를 강하게 해, 세속적 욕구를 중요시하면서도 지향점은 이성이나 교양에 있었으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몸이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몸의 욕구 즉 감정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지식이 인터넷을 통해 보편화되면서 교과서로 상징되는 절대적인 지식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 기존의 공부를 부정하며 무기력해지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학교는 성적을 통해 학벌 사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성세대와 거기에 저항하며 감정적인 소집단을 형성하며, 때로는 왕따와 같은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신세대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저자는 학벌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된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생 행로를 준비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진로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또 개인의 감정이 중요한 사회인만큼 타인에 대한 상상력, 즉 공감력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함께 희망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일부 청소년에게서 느낀 '미래로부터의 반란'이 보편적인 청소년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아마 민란 수준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20대들의 '안녕들하십니까' 역시 기성세대의 대한 신세대의 강한 문제제기 아닐까.

결국 기성세대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특히 청소년에 대한 상상력, 즉 공감력이지 않은가 싶다. 다행한 건, 전국적으로 혁신학교와 같은 학교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욕구를 인정하고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효능감과 배움의 의지를 찾으려는 활동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번 선거에서 그에 대한 시각들이 드러나지 않을까.


미래로부터의 반란 - 김진경 교육에세이
국내도서
저자 : 김진경
출판 : 푸른숲주니어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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