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두칠성도서관 방문
- 행복한 글쓰기/일상에서
- 2026. 5. 7.
5월 어린이날 연휴를 가족들과 부산에서 보냈다. 재작년 동료들과 함께 했던 부산 겨울여행의 좋은 기분을 가족들과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기대와 달리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항공료가 비싸서인지 부산에 집중된 인파로 가는 곳마다 관광객이 많았고, 수영만 요트 재개발 사업이 갑자기 진행되면서 여행을 며칠 앞두고 일정을 변경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들로 인해 기분이 상할 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이 시끄러워서였을까. 이 번잡한 빌딩숲에서 만난 '북두칠성도서관'의 차분함은 오랫동안 좋은 인상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북두칠성도서관은 부산역과 국제여객선터미널 사이(연결 통로 근처) '협성마리나 G7'에 있다. 도서관이 있지 않은 것 같은, 비싸게 보이는 빌딩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에 일단 놀랐다. 거주민보다 여행객이 더 많은 이런 곳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졌다.
비 오는 아침, 지하 1층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로비 쪽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바로 왼편에 도서관 입구가 있었지만 1시부터 이용 가능하다고 해, 건물 밖으로 나와 정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외부 출입구에서 바라본 도서관 내부는 세로가 긴 직사각형 모향을 하고 있었다. 가운데가 서가, 오른쪽 부분은 안내 데스크 및 강의실, 왼쪽 부분은 테이블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아늑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단조롭지 않게 설계된 공간의 유기적인 구조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북두칠성도서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다름 아닌 '북큐레이팅'이었다. 단순히 장서가 많은 것보다 다양한 책을 둘러보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큐레이팅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서가 역시 공공도서관의 전형적인 '한국도서십진분류' 체계보다는 익숙한 책들 위주로 배치된 테마 서가로 이루어져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던 세 가지 추천 코너의 화두들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먼저, 병렬 독서 코너 : 이 책도 저 책도 다 읽고 싶다면?
읽고 싶은 책은 점점 많아지고 관심과 생각은 더 빠르게 변하는 요즘, 한 권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책을 넘나들며 읽는 '병렬 독서'가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관심과 흐름에 따라 여러 권을 함께 펼쳐보는 것도 괜찮다는 문장이 완독의 부담감을 내려놓게 만든다. 나만의 속도로 책을 자유롭게 넘나들라는 조언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둘째 아이의 자율성 코너: "어디까지 존중하고 어디부터 통제해야 할까"
최근 자전거 사고 뉴스를 화두로 던지며 아이의 자율성이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다룬 코너다. 부모로서 아이의 행동을 어디까지 통제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늘 고민스러운 숙제다. 단순히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지켜야 할 공공의 규칙에서 통제가 출발해야 아이의 기준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규칙의 필요성을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적절한 통제라는 글귀를 바라보았다. 교사로서 학부모 민원에 흔들리는 학교 교육, 공동체 교육의 위기를 새삼 떠올려 보았다.


셋째, 망한 사랑 코너: "우리의 사랑은 왜 망했을까"
로맨스 소설 속 집착과 상처로 끝나버린 관계들을 모아둔 독특한 코너다. 어쩌면 어긋나고 흔들리는 사랑이 우리에게 더 가까운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름답지 않아서 더 현실적이고 지독하게 남아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망한 사랑'의 씁쓸한 여운이 묘하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서가 역시 개성적으로 큐레이팅되어 있다. '테마 서가'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중학교 교사로서 '청소년 소설'의 책장을 살펴보았다. 내 눈에 익숙한 책이 많은 것을 보니, 신간보다는 사서 선생님이 읽어보고 추천한 책을 배치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책들이 전시돼 반가웠다. 만화, 웹툰 서가는 도서관에 반드시 필요한 서가이다^^.


교육 관련 서가도 눈에 띄었다. 2011년 빛고을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고민하며 읽었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AI가 급격한 발달이 세상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존재론적 특성에서 볼 때 학교는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AGI의 등장에 대한 우려 이전에 '네트워크+창의성'을 본질로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는 AI와 개별 인간이 AI의 힘을 빌려 대응하는 세상의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우려된다.


이런 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는데, 도서관이 들어서 있는 건물을 지은 '협성종합건업' 사장께서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한다. 도서관을 설치한 것도 대단한데, 꾸준히 '협성 독서왕'이라는 독후감 행사를 진행해 독서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는 것도 대단했다. 서가 한쪽에 독후감 대회 결과를 책으로 전시하고, 올해 추천 도서를 배치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협성독서왕 공모 기간 및 대상 도서 등은 다음 사이트 참고.

코너 한편에 굿즈도 전시돼 있다. 이 빌딩의 주차요금이 비싼 편인데(시골 사람이라 부산 평균 주차요금 대비 판단은 어려움), 굿즈를 일정 액수 이상 구입하면 주차료를 지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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