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운곡람사르습지와 황윤석도서관의 봄

이란-미국 전쟁으로 기름을 아껴야 할 때이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형편에 주말은 봄 풍경과 눈맞춤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평지이면서 걷는 부담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곳으로, 고창 '람사르 습지' 주변을 산책하고, 이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황윤석 도서관'까지 들르기로 했다.

 

호수 주변을 따라 걷는 고요한 산책길,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고창 람사르 습지를 탐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고인돌 유적지(고인돌박물관)에서 운곡습지생태공원(운곡습지홍보관)으로 가는 길과 운곡습지 탐방안내소(친환경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지형을 보니 고인돌 유적지 길은 산을 넘어야 하는 코스였다. 반면 운곡습지 탐방안내소는 호수 주변을 따라 평길로 이어져 있고 탐방열차도 이용할 수 있어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와 걷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운곡습지 탐방안내소'로 지정하고 이동했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소개(고창군 홈페이지)

 

차를 세우고 탐방안내소(친환경주차장, 운곡)에서 운곡습지 생태공원까지 천천히 걸었다. 길은 약 3.5km,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었는데 차와 사람이 함께 걷는 길이라 간간이 이동하는 차에게 길을 내어주어야 했다. 데크길 인도가 조성중이니 조금 있으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아이와 걸어가며 왜 '람사르 습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뜻밖에도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이란의 도시 '람사르'에서 맺어진 협약이기 때문에 람사르 습지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설명을 보고 사뭇 놀랐다. 이란-미국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기름값이 올라 눈치를 보며 람사르 습지를 찾았는데, 그 명칭의 어원이 이란 지역이라니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4월 초의 산속 숲길은 양달과 응달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다가왔다. 응달은 썰렁했다. 게다가 강바람이... 걸어가는 동안 이곳에 1984년 한빛원자력발전소(영광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면서 수몰했던 역사가 기록돼 있었다. 40여 년 이상 통행을 금지한 덕분에 지금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샘터, 운곡서원, 운곡습지 기념관, 운곡습지 기념과느, 300톤에 달하는 고인돌은 이곳의 역사를 직접 느끼게 해 주었다. 주변을 천천히 살펴본 뒤, 탐방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추웠다.

 

운곡저수지
운곡람사르습지 탐방로(왼쪽) 탐방열차(오른쪽)
운곡샘. 운곡저수지 축조 전 운곡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던 샘. 탐방로에서 2곳을 볼 수 있다.
운곡서원. 이 깊은 산골에 서원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운곡서원 뒤편에서 생태공원 쪽을 바라본 풍경
운곡람사르습지 홍보관
홍보관 내부
300톤 고인돌과 수달상
운곡유아숲체험원
탐방열차 타는 곳에서 습지공원으로 가는 길
탐방 열차 타는 곳

 

 

종묘 정전을 모티프로 한 거대한 규모의 고창 황윤석도서관

습지 탐방을 마치고 고창읍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고창읍성 근처에 유명한 장어집이 있어 가 보았지만 대기 번호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양푼이동태탕 집으로 발길을 돌려 동태만두 전골을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역시 전라도 음식점들은 웬만한 수준 이상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든든하게 몸을 덥힌 뒤 '고창황윤석도서관'을 찾았다. 고창읍성 쪽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는 벚꽃 가로수가 만개해 있었다. 도로 옆은 물론이고 인도 양쪽으로도 풍성하게 피어난 벚꽃 덕분에 훨씬 풍성해 보였다.

종묘 정전을 모티프로 했다는 황윤석도서관은 그 규모가 대단했다. 건물 밖을 한 바퀴 돌았는데 만개한 벚꽃과 잘 어울리는 도서관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1~2층 규모에 서가와 열람 공간, 휴식 공간 등이 알차게 자리하고 있었다. 담양과 비슷한 인구 5만의 군 단위 도서관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는 게 대단했고 부러웠다. 

 

도서관은 자연 채광이 잘 들어오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창이 바깥 풍경이 눈앞에 있을 정도로 시원스럽게 열렸고, 천장의 채광창도 넓어 내부가 밝고 개방적인 느낌이 들었다.  1층에는 강의실과 어린이실, 사회과학 서적으로 채워져 있고, 2층은 무인카페와 그외의 책들이 배치돼 있었다. 곳곳에 읽을 곳이 잘 마련돼 있었다.

도서관 방문 후 아내가 학교 교직원들과 이곳에서 연수를 했다고 한다. 보통 외부 음식을 반입하는 상황에서 내부 자판기는 고급스러우면서 좋았다고 한다. 다만 속도가 느려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고창황윤석도서관 입구
이재 황윤석 선생은 고창을 대표하는 조선 후기 실학자라고 한다. 이분의 기록 정신을 기리고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도서관 1층 모습
안내데스크 쪽 안내 로봇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내부는 시원스럽게 열린 복층구조이다.
2층 서가와 열람 공간. 멀리 엘리베이터와 2층 출입구가 보인다.
입체도서와 2층 풍경
2층 서가와 열람공간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통로(왼쪽), 계단(가운데), 2층 도서검색대(오른쪽)
황윤석도서관 서가배치도
황윤석 도서관 뒤편. 만개한 벚꽃과 도서관 건물이 잘 어울린다.

 

도서관을 나와 석정온천지구를 지나고 방장산을 넘어 백양사 나들목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도로변 전체가 벚꽃 세상이었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해 교통은 제법 막혔다. 하지만 연인들, 그리고 3대가 한데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꽃은 어디까지나 배경이고, 그 풍경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사람이니까.

 

고창황윤석도서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중앙로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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