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를 읽고 작가님의 최근 책인 “브릿지”까지 마저 읽었다. 역시 첫 만남은 윌라 오디오북이다. 2025년 1월 최신작인데 호응이 많다. 이어 책으로 다시 읽었다. 제목과 표지에서 첼로 관련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브릿지’는 줄과 앞판 사이에 있으면서 줄에서 나는 소리를 몸통으로 연결해 주는 도구라고 한다.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줄의 장력에 끼워져 있어 넘어지거나 부러질 수 있는 도구다. 주인공과 음악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인다. 주인공 인혜는 예술고 첼로 전공 학생이다. 특목고라는 좁은 문을 힘들게 열었지만 프로 연주자로 가는 길은 더욱 거칠고도 좁다. 음악 2반의 첼로 전공 학생은 6명, 벌써 1명은 부담으로 자퇴했다. 음악이 좋아 시작했지만 음악에 집중할수록 음악이라는 깊..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성우의 목소리에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듣다 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 바로 담양공공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빌려 중반부터는 줄글로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띠지에 드러낼 만큼 이 책의 반전도 상당했다. 이야기는 두 명의 서술자를 통해 전달된다. 해록이와의 일이 사랑임을 주장하는 해주의 목소리에, 이야기 후반부에는 그것이 폭력이었음을 설명하는 경찰관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해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과 폭력은 어떤 포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반전이 큰 이야기라 소감 쓰기가 조심스럽다. 반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영향을 미칠 ..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
작년 5.18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독후감 대회를 열게 되면서 만난 책이다.과거의 역사와 현재, 혹은 미래를 연결시키려는 6명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던 6편의 청소년 소설. 1. 슈샤인 보이(박효명)-미래에서 온 소나와 4.19세대 광식이. 2. 손수건(하명희)-부마항쟁을 겪은 아버지를 이해하는(하게 되는) 호른을 좋아하는 나와 어머니. 3. 너의 손을 잡고서(전혜진)-가장 현실성 있고 재밌는 5.18 이야기 4. 생일빵(표명희) 5-5.18을 겪은 큰아버지와 그를 이해하는 조카 이야기. 5. 분홍 토끼를 위하여(정미영)-학교 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서 나서는 학생들(아미, 잠수함 토끼)과 5.18 때 실종된 할아버지를 연결함. 6. 행진(정도경)-홍콩 우산혁명이 생각나는, 현재진행형 민주투쟁...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헤르만 헤세의 ‘공작나방’과 연관된 글을 찾다 만나게 된 “성,스러운 그녀”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을 다양하게, 그렇지만 중1 아이들에게 추천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이 모였다. 이야기의 상황이나 고민 수준이 중학교 고학년에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의 차이가 크고, 이야기를 안내하는 ‘읽기 전에’와 이야기 다음에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할 수 있는 활동지까지 결합돼 있어 아이들 혼자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성과 사랑을 다룬 청소년 문학이 적지 않지만, 이렇게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제시된 책도 드물다. 출판사의 아이디어가 놀랍다. 1. 그래, 그날 밤. 영화 “오, 수정”처럼 같은 사건을 기억하는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첫 키스한 날 바람의 흔들림마저 또..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시간으로 세상 구석구석의 일들이 사진과 영상 등의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맥락이 제거된 채, 합성되고 가공되고 그것이 더해지고 옮겨지면서 눈에 보이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많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보이는 ‘사실’에 판단을 얽어매는 것보다 이치에 따라 판단하는 타당성이 화두인 세상이 살고 있다. 이 책 “나는 합리적인 사람”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그래서 원시인에 가까운 생활 모습 다섯 가지를 몇 가지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다섯 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은빛 번쩍이는 UFO를 보았다고? 혼자만의 경험을 넘어서라.점쟁이 문어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고? 우연의 일치에 속지 마라.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진다고? 인관 관계를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