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블라인드”라는 제목과 표지에서 이 글의 문제의식이 짐작된다. 파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 안에서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뒤표지의 여학생이, 민들레꽃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일어나 블라인드를 잘라내는, 7개의 이야기들이 홀씨가 되어 비슷한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의도가 읽힌다. 한편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렌즈의 역할을 의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루밍’은 청소년들의 원조 교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쉽게 벌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원조 교제를 활용하기도 하고, 가출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의 진정성을 믿으며 원조 교제가 시작된다. 소비로 풀 수밖에 없는 가정의 문제, 태어난 게 죄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얼마 전, "최강배달꾼"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 헬조선에 희망이 없어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주인공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 전역을 돌며 배달하는 남주인공이, 음식점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에 맞서, 동네상인들과 상생하며 배달의 전문성을 키워 창업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였다.해피엔딩 이야기에 비현실적이니, 그렇게 착한 배달꾼이 어디 있냐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 공감하면서도 한편 홍세화 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의 책임을 비판했던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왜 우리나라가 헬조선일까.생각해 보면,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의 집중, 따라서 부의 분배가 사회 전반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탁구가 떠올랐다. 드라마 속 김탁구 말이다. 장세풍을 보면서. 물론 세풍이는 재벌가의 숨겨진 사생아도 아니고, 가난을 이겨내고 회사를 물려받는 ‘어메이징’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탁구가 가진 건강성, 긍정성은 장세풍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생계를 홀로 지고 가는 어머니에, 지체 장애를 가진 누나와 형! 이 속에서 세풍은 방황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의 강호와 닮은 듯 하지만 다른 삶을 살아간다. 강호는 김세윤 선생님과 ‘파랑치타’ 멤버들, 그리고 도윤의 믿음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세풍은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학교를 뛰쳐 나온다. 도윤과 같은 캐릭터인 마성준이라는 아이도 나오지만 자기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이기지 못해 불행한 선택을 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책 속에서 어느 순간 ..
“달려라 배달 민족”은 학교에서는 잉여인간 취급 받던 실업계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진정한 성장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진 작가의 전작 “꼴찌들이 떴다”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차이라면 두 작품의 쓰여진 시간만큼 서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 졌으며, 학교에서 배움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실업계에서, 인문계와 중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63)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건너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서서 학교를 살폈다. 직사각형 형태로 옆으로 길게 지어진 3층짜리 학교 건물, 문득 커다란 교도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들어가면 하루 종일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 곳. 한 줌의 자유도 없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공부 못하고, 자격증도 없어 취업은 물론 실습조차 나가지 못해 지긋지긋한 시험을 치러야하는 아이들. 집안의 눈치 때문에 밖으로 돌고, 시간을 때우려 해도 돈이 없어 피씨방을 전전하다 밥 먹으로 학교에 오는 꼴찌들이 (횡성으로) 떴다. 그러나 우연은 필연의 또 다른 모습. 어디로 봐도 비주류인, 그러니까 못 배웠고 돈 없고 능력 없고 끈기 없고 게다가 자기 인생마저도 뜻하는 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실습을 계기로 주체적인 자아로 떴다. 이경화의 "나의 그녀"처럼 복잡한 내면을 그리지도 않는다. 뭘 좋아하는지 찾기엔 실업계에 고3이란 상황에서 너무 멀리 왔다. "열네 살의 인턴십"처럼 좋아하는 일에 온몸을 바칠 수도 없다. 집에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 90만원 받는 월급을 60만원이라 속이는 삔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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