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하고 책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담양공공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최소한의 과학 공부”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방학 동안 세상의 변화를 조금은 따라잡을 수 있으려나. 차례를 보니 의학, 정치, 경제, 철학 4개 분야에서 과학이 이끈 세상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읽다 보니 과학책인 것 같기도 하고 인문 책 같기도 했다. 그만큼 과학의 변화가 인류에게 중요하다는 방증이겠다. 제목은 '최소한의 과학 공부'였지만 제대로 읽느라 공부 좀 했다. 읽으면서 메모했던 부분을 통해 이 책을 소개한다. 1. 의학: 과학은 어떻게 인류의 무기가 되었나.마취제, X선, 항생제, 백신 개발 등의 과학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통..
올해 첫 독서는 김탁환의 사랑과 혁명> 1권이었다. 역사 소설가로서 필력이 입증된 작가이시기도 하고 담양 바로 옆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사건(1827년 정해박해)을 다루고 있다니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600쪽이 넘는 분량을 1월 내내 읽어 나갔다. 주인공 들녘이 옹기 굽는 마을 처녀 아가다를 만나 옹기를 굽고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나는 과정이 천천히 굽이치는 섬진강처럼 펼쳐졌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름답고 순한 들녘과 아가다가 맞이할 운명이 너무 가혹할 것 같아 올해 안에는 꼭 읽어야지 하며 2~3권은 그냥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쿠오바디스>를 만나게 되었다. 폴란드 작가 작품을 찾으며 언젠가는 꼭 읽을 운명이었던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 ..
독서 모임에서 방학을 앞두고 함께 읽을 책을 살펴보다, 책도 유명하고, 이야기가 영화(말없는 소녀)로도 만들어진 이 책을 읽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담양공공도서관에서는 두 권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모두 대출 중이라 예약한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첫인상이 강했다. 제목 “맡겨진 소녀”는 영어 제목(foster)처럼 ‘위탁 양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소녀’는 엄마의 먼 친척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에, 잠자리에서 실수를 하지만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소녀가 부끄러워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여러 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녀는 단정한 몸, 단정한 옷차림, 집안일을 하나씩 처리해 가며 자신감도 찾는다. 그러나 이웃의 말을 통해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
이후로 카렐 차페크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인류를 통찰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로봇' 혹은 '도롱뇽'과 같은 존재를 등장시켜 인류의 미래를 냉철하게 걱정하던 작가는 정원과 식물, 흙을 사랑한 소박한 정원가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살아 계다면 정말 정말 만나고 싶은 분이다.화분을 가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이야기들을 마음껏 꺼내고, 본인이 모델이 된 정원가의 모습을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희화화하면서도 흙과 식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듬뿍 느끼게 하는 따뜻한 책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꽃과 식물들을 거의 다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떤 존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하다 보니, ..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책이다.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이고, 스탈린 사후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며 쓴 기행문 형식의 글이다. 남미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 동유럽의 모습이라니!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유럽을 보며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 하나를 얻은 느낌이었다.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이념에 의해 단일하게 교육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놀라우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가득하다. 특히 내년 여행하게 될 폴란드와 체코에 대해 작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긍정적으로 서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9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두 눈..
우리가 그동안 이 작가를 왜 몰랐을까?이토록 냉철하면서 따뜻하고, 유머와 냉소를 적절히 섞어서 표현하되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작가를 말이다! ‘로봇(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은 짧은 희곡이지만, 행간에서 펼쳐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통찰과 고민, 노동의 가치 혹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가져올 미래(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면 과연 인간이 자아실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공상, 인간을 닮은 존재에 대한 인식과 태도, 무조건적인 진보에 대한 비판 등 독자를 쉼 없이 상상하고 고민하게 하는 진짜 두툼한 책이다.1900년대 초 격동의 시대를 동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이토록 깊고 넓은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킨 작가가 있었다니!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두툼한 도롱뇽과의 전쟁>을 다시 읽게 되..
동료 샘들과 만든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이 “최재천의 곤충 사회”다. 작가의 지명도도 높고 이야기도 과학과 인문을 넘나들며 재미있게 풀어가시는 분이라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책은 강의를 바탕으로 편집된 책이라 읽기에 편했다. 내용이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작가님의 강조하는 부분으로 읽혔다. 책을 읽고 동료 샘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 책의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하고 싶은 일: 최재천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일인자가 됐다. #공정: 공평+양심. 보편적 복지의 문제 #공생: 호모 심비우스. 모든 생명체가 손을 잡아야 살 수 있다. 특히 인간은 더욱더. #다양성: 생물의 다양성, 교육의 다양성을 고민하자. 질문이 많은 교실이 다양성 있는 교실이며 이..
솔직히 카프카의 장편 한 편을 읽어냈다는 것이 ‘유일’하게 ‘뿌듯’한 책읽기였다.무엇 때문에 소송을 당했는지 모르면서(심지어 ‘소송’이 아닌 ‘체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더 헷갈리고 정신없었던 것 같다), 3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요제프 K의 대응, 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한 노력에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누군가 도움이 될만한 주변 인물들을 만나겠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가는데, 마지막 챕터 ‘종말’에서의 허무한 죽음(살해?)은 도대체 뭐지? 이 허무함, 배신감!! 게다가 미완성이라니!!! 주제를 알 수 없는 전개임에도 매 챕터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꽤 인상적이지만 주인공에게 대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들이다. 첫 장부터 충..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소송>을 선택하면서, 체코 프라하를 알 수 있는 프라하>라는 단편 소설을 엮어 읽기로 했다. 솔직히 소송>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아무리 단편 모음이지만 이 책도 만만치 않았다. 낯선 작가들과 낯선 지명, 낯선 이야기들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많았다. 특히 프롤로그가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프라하라는 같은 공간에서의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각각 나름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그 매력을 제대로 소화해 내기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니 프라하를 가게 된다면 책에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 지도를 짚어가며 단편들을 재미있게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미로 속 다양한 미술품처럼 어떤 작품들은 ‘뭔 말인지 이해가 안 ..
가볍게 재미있게 읽었다. 가족 소설이라고 쓰여 있으나 육아 일기와 같은 느낌의 수필이었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겠구나 싶다가도 안전장치로 ‘소설’이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아들 둘에 딸 하나, 아이들의 이야기도 재밌고 부부간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가는 글투다.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려고 만든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가정에서 서술자의 태도가 눈에 걸렸다. 이야기 곳곳에서 아내의 현명함을 말하고 있지만 아내를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서술자가 그런 상황을 이야기했다는 게 지금은 아내의 서운함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될 것 같다. 아니면 아내는 서운함에 화가 나 있는데 서술자가 눈치를 못 챈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7년에 쓰여진 책이고, 남녀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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