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아주 아주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작년 박소형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선생님의 극찬이 담긴 리뷰를 보고 일단 책부터 구입했다. 책꽂이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다 5월 어느 날 시작한 독서!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과 사랑에 빠졌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게 삶 앞에 당당한 모모, 모모가 사랑한 죽음을 앞둔 유태인 로자 아줌마, 코란과 빅토르 위고의 책을 같은 반열에 올린 하밀 할아버지(나중에는 레미제라블만 들고 다니심), 가장 불완전한 신체(전직 복서 남성이면서도 여성이 되고자 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충만한 영혼을 가진 세네갈 롤라 아줌마, 그리고 의사 카츠 선생님(자신의 직무에 너무도 성실한)을 비롯하여 왈룸바씨 일행(로자 아줌마의 마지막 삶의 순간에 ..
2020년 1월 전국국어교사모임 연수를 들으러 부산에 며칠 머물다 돌아오는 길에 제철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는 ‘F1963’을 들렀다. 차도 마시고 미술품도 관람하고 yes24 중고서점에 들렀다 “김상욱의 과학 공부"를 재미있게 읽고 난 뒤여서 이 책을 구입했다. 한두 번 펼쳐보기는 했는데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는데 다행히 이번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해 처음부터 쭉 읽어보았다. 이 책은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가 돈다는 것은 사람의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이해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출발해 관찰하고 인과관계를 찾으며 현상을 이해하는 학문이 물리인 듯싶다. 만물의 이치를 살피다 보면 인..
2월 국어교사모임 수업디자인 연수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을 다룬 책으로, 동일한 화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연결시켜 수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 수업 자료로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은 '인구학, 진화학, 동물학, 행복심리학, 임상심리학, 빅데이터, 역사학'을 토대로 한 해석들이다. 읽고 나니 결론은 결국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솔직히 허무했지만,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을 단순히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라는 쪽으로 몰아붙이는 편협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게 해준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두 곳 정도 옮겨 보자면, (107) (임..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_창비 세계문학 단편(중국) (이옥연 엮고 옮김, 창비) 미국, 유럽(영국, 독일, 프랑스), 아메리카 포함 스페인어권을 돌아 아시아 중국에 도착했다. 그동안의 단편들과 다르게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중국어권 작품들은 눈에 익은 듯이 잘 읽혔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어둡고 우울하고(고향, 타락, 노예의 마음, 린 씨네 가게, 초승달), 역사 혹은 현실 속에 타락해 간 인물들(아큐, 타락, 초승달)이 등장한다는 것! 아시아의 근대사는 침략과 수탈의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재기 발랄한 소설을 기대하는 것은 억지 같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내 마음을 꿰뚤어 보기라도 하듯이 ‘해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294) 중국 근대문학은 발랄하기보다 무겁고 어둡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스페인‧라틴아메리카_김현균 엮고 옮김_창비) 요즘 ‘서진이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우리에겐 꽤 낯선 멕시코의 바깔라르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관광지에서 한국 거리 음식을 파는 포맷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광지여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무척이나 매력적인데,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그건 바로 어느 가게, 거리에서나 느긋하게 잠을 자는 개들의 모습이다. 목줄도 없고, 낯선 이를 향해 짓지도 않고, 어떤 가게든 개의치 않고 주인인 양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눈을 감고 몇 시간이고 잠을 자고, 푹 잔 뒤에는 여유 있게 사라지는 개들의 모습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너그러운 성정과 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스페인어권,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
세상에 이렇게 많은 혐오가 있는 줄 몰랐다. 차례에 나타난 '혐오'의 종류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세대 혐오 -청소년 혐오 / 20대 혐오 / 주부 혐오 / 노인 혐오 이웃 혐오 -여성 혐오 / 장애인 혐오 / 동성애자 혐오 / 세월호 혐오 타자 혐오 -이주 노동자 혐오 / 조선족 혐오 / 난민 혐오 / 탈북민 혐오 이념 혐오 -일본의 혐한 / 정치 혐오 / 이슬람 혐오 / 빨갱이 혐오 특히 이슬람 혐오와 빨갱이 혐오의 근원을 밝히고 이런 혐오 사상이 끼친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논한다. 모든 혐오는 정당하고 자유로운 표현의 장애물이다. 요즘 정치권부터 혐오를 부추기는 말들이 난무한다. 오로지 권력과 이권을 위해 상대방을 배척하고 혐오의 언어로 페인트칠한다. 또 그것에 저항하는 언어들도 원색적이고, 새로..
아내가 이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며 나에게도 추천했다. 추천했던 선생님의 모임에서 작가초청 북콘서트도 준비했다고 해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제목을 보고 지난봄에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를 떠올렸다. 초록색의 표지도 농촌 생활 이야기인가 싶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들여다보니 집에 걸린 깃발과 아버지 자전거에 걸린 깃발이 빨간색이었다.) 책은 마을 샘들과 떠난 제주 여행에서 읽었다. 마침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돼 읽을 시간을 충분했다.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일정은 4·3 답사였는데 폭설로 4·3평화공원만 방문할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당시 지리산과 백아산 일대 민중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내용이 좀 더 사실적으로 들렸다. “아버..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청소년 소설 읽는 모임에서 SF 단편집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모임 날짜에 맞춰 급하게 읽기 시작해서인지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 샘들도 책이 잘 안 읽혀 끝까지 읽은 샘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각 단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소재도 참신하고 반전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새삼 책이 달리 보이며 다시 읽어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샘들의 소감을 더해 정리해 본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알골(장강명)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초능력자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때 지구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서 화성 근처 위성에 세 초능력자가 서로 통제하며 결계를 치고 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이들을 알골이라 부른다...
1학기 말 수업평가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궁금한 주제를 물었을 때 ‘기후 위기’와 ‘메타버스’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나 역시 이 부분이 궁금해 올 2월 ‘메타버스’ 관련 연수를 들으며, 게더타운, 제페토, 이프랜드를 경험해 보았다. 수업에 응용할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프로그램 마다 나름의 한계가 있어 아이디어를 확장하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게더타운'은 노트북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프랜드는 교육청에서 나눠준 태블릿에서 설치할 수 없는 문제로, 제페토는 22명 정도의 한 반 학생이 함께 할 수 없다는 한계 등이 있었다.(그뒤로 사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미처 확인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으로 메타버스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메타버스’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