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조병영)

 

작년에 읽으려고 책을 사 두었는데 읽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겨울방학 동안 교육연수원에서 ‘미래교육,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란 직무연수가 있고, 연수 내용 중 조병영 교수님 강의가 있어 신청했다. 연수원에서는 책을 보내주면서 책 소감이나 질문할 내용을 연수받기 전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덕분에 밑줄 그어 가며 책을 읽고, 2015,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읽기 영역도 살펴보았다. 이 책이 읽기 교육과정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국어과 교육과정은 국어 교사들만 읽을 것이고, 이런 대중서를 통해 국어과뿐만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모든 교과에서 학교의 '수평적 성장'을 위한 교육활동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제목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제목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읽는 인간’이라는 말은 인간의 본질을 정의할 때 쓰는 ‘생각하는 인간’, ‘사회적 인간’, ‘도구적 인간’ 등과 같이 인간을 정의하는 말로 보인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언어는 노력에 의해 후천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읽는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들린다.

그리고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것은 ‘읽는 인간’의 핵심이 ‘리터러시’를 ‘경험’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리터러시, 또는 문해력에 해당하는 견해들, 리터러시가 읽고 의미를 재구성하며 무엇을 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디자인(실천)해 나가며 사회를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경험’, 즉 과정과 결과로써 재생산되는 것이 리터러시의 본질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한편 책 표지에서 ‘인간’의 ‘ㅇ’이 전원 버튼 중 대기전력 표시로 디자인돼 있고 각 부와 장에도 ‘대기전력 표시’가 계속 나오는 게 눈이 간다. ‘읽는 인간’에게 ‘리터러시’는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그렇게 담지 않았나 싶다.

 

담양공공도서관을 통해 '밀리의 서재'를 3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소설의 오디오북이 재미 있어 검색하다 이 책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도 오디오북으로 출간이 돼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옆에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요약본" 오디오북도 출간돼 있었다. 저자는 공들여 책을 읽고 그러는 만큼 리터러시도 신장된다고 하셨는데... 다소 당황스러웠다.

세상은 기본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챗gpt는 그것마저도 그럴듯하게 가공해 주고 있다.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걸 활용하는 수업이 AI활용수업, 미래교육처럼 제안되고 있다.

챗gpt 시대 학교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이다.이 부분은 저자의 말씀을 듣고 댓글로 남겨보겠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아 생각을 정리했다.

 

1장. 리터러시는 글자에서 세상으로 발전한다.

리터러시는 결국 세상 읽기이며, 다양성의 시대에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사람은 내용 이해를 넘어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자발적, 지속적인 방식으로 리터러시를 실천한다.

 

2장. 리터러시의 첫 경험을 기억하다

리터러시의 배움은 행위자의 지식과 능력을 수반하고, 노력과 실천을 요구하며, 게임의 법칙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종의 정체성 형성과정이다(60). 이러한 여러 가지 리터러시의 복잡성 대문에, 리터러시를 직접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잘, 가장 즐겁게 읽고 쓰고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연구하고 토론하는 일이 더 생산적인 접근법이다.

 

3장. 리터러시는 정교한 인지 활동이다.

리터러시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것을 창안하는 과정이다. 이런 정의 속에, 리터러시란 질문 중심의 대화적 읽기를 통해 글 내용의 명시적, 암시적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끊임없이 읽는 나, 텍스트, 읽기에 관한 과정을 점검하며 조정하는 메타인지적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지식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며 여러 정보들을 통합 연결하여 재구성한다는 인식론적 관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때 정보의 출처와 자신이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검토했는지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텍스트 환경에서 지식과 정보는 비선형적, 확장적, 복잡성을 띠기 때문에 이런 인식론적 관점이 중요하다.

 

4장. 잘 배우는 기계, 배우지 못하는 인간

배운다는 것은 인간만의 특징이다.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리터러시. 그러나 이는 진화 과정에서 타고나는 것이 아닌 후천적 노력에 의한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읽지 않아 현재 지구는 생태계 위기의 상황이며, 생태계 위기, 영국과 미국은 브렉시트와 트럼프에 속아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간단한 통계적 정보 자료는 읽을 수 있는 능력, 어떤 정보를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5장. 읽기 못하는 아이들, 놓쳐 버린 기회

읽기의 인지적 역량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읽기의 매튜 효과). PISA 결과 우리나라 읽기 점수가 평균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평균 속에 경쟁적인 배움 환경, 다문화 가정의 읽기 문제, 하위권의 비율이 더욱 늘어나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읽기 능력이 비슷한 선진국에 비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역량(디지털 리터러시)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역할이 경쟁, 선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는 것이라는 합의가 필요하다. 해당 학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과제를 탐구하고 응용하며, 중위권과 상위권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며 깊고 넓게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식 및 공동체도 성장하게 된다.

 

6장. 실질적 문맹 사회로 가는 잘못된 설계

우리나라의 풍토는 리터러시를 향상하기 어려운 문화이다. 지식은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하는 것이며, 읽기를 통해 남의 지식과 나의 지식을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시험 위주의 수동적 읽기, 성인들 대상의 인문학 강의는 모두 능동적 학습에서 멀어지게 하며 이런 문화는 실질 문맹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걸 자세히 풀면, 질문하지 않는 사회, 대화하지 않는 사회,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정답 찾기 세계관'을 강화하게 된다. 대화하지 않는 사회는 리터러시의 관점에서나 현대 학습 이론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대 학습은 공동체 맥락 안에서 적절히 역량을 나눠 일정한 성과 및 조율을 배운다. 이를 통해 특정 영역의 지식을 배우고, 이를 실제 적용하며 사회문화적 실천 방법을 배움. 결국 대화는 공동체의 문화적 모형과 대안 문화적 모형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배움이란 자신의 배움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즉 다른 사람과 조율하는 배움의 과정을 내가 조율할 수 있는 때까지 훈련하며 경험하는 과정으로 리터러시는 스스로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율성, 주인정신, 성공에 대한 주도성을 쌓아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읽고 쓰며,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반성적인 학습을 통해 평생 배워야 한다.

 

7장. 뉴미디어 시대, 변화하는 리터러시

뉴미디어 시대는 더 다양한 기술과 매체, 표현 양식, 다양한 텍스트를 활용하며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는 멀티리터러시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 우리는 미디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과 미디어 내용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함께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층위의 맥락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즉 뉴미디어 시대에는 기존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양성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와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교육자의 역할이다.

 

8장. 디지털 시대, 좋은 독자의 역량

디지털 환경은 입체적이다. 정보가 다양하고 정보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가능하며, 정보들의 연결 및 구조화 또한 입체적이다. 따라서 입체성을 직접 경험해 보아야 한다. 정보 중에는 나의 관점과 다른 것도 많다. 따라서 다양성을 인정하며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디지털은 오프라인에 비해 전문적 중재자가 없어 검증되지 않은 공간이고, 사실과 거짓이 확정되지 않은 공간이다. 따라서 좋은 디지털 독자는 인식론적 독자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앎에 대해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한계가 많다. 따라서 믿을 만한 사람과 안심하고 읽어도 좋을 텍스트를 찾는 '인식론적 의존성'도 필요하다.

 

9장. 읽는 인간이 되기 위한 디지털 읽기 전략

디지털 시대, 읽기 목적과 상황에 비추어 메타인지적으로 읽자. 디지털상의 읽기 자료는 개별적인 텍스트의 형태가 많기 때문에 찾아가며 읽어야 한다. 따라서 내비게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독해를 할 때에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적극 활용해 숨겨진 의미를 이해해야 하고 텍스트 사이를 다양하게 연결 지으며, 자신에 대해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정보들을 하나의 틀에 짜임새 있게 뭉칠 수 있으면 응집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독해를 할 때에는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이때 비판적 읽기는 거부의 태도가 아닌 정확하게 읽기로, 정보의 출처와 기원에 민감해야 한다. 누가 썼는지, 신문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독해가 저자와의 대화라면 메타인지적 읽기는 나와의 대화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을 읽는 특별한 독자가 되자. 특히 나의 목소리로 읽어야 한다. 해야 할 말은 하고, 목소리가 작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며 공동체와 공공성을 생각하며 읽고,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우리 공동체의 중대 사안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장 '상식적인 독자'가 되자.

 

10장. 변화된 사회, 새로운 학교

20세기의 학교는 산업화 사회의 요구와 일치했기에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창의적, 혁신적인 역량과 태도가 중요한데, 학교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또한 20세기는 배움의 공간이 현실 세계밖에 없고 교육자나 학생이 비슷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21세기는 디지털의 발달로 다양한 욕구가 나타나고 있다. 즉 온라인 세계의 정체성과 현실 세계의 정체성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나 학교는 현실 세계의 정체성만 살펴, 학생들에게 재미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 학교는 공간적, 수평적 성장을 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삶의 리터러시를 불필요하거나 열등한 것, 학교 학습의 방해물로 취급하기도 함. 그러나 학생들의 제3의 공간, 연결된 공간에서 다양한 리터러시에 배움의 맥락에 대한 메타인지를 성장시키며,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앎을 가능하게 한다.(286)

 

11장. 학교를 바꾼 리터러시 교육

저자가 피츠버그에 살게 되면서 쇠락한 피츠버그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미국 역사도 알게 되고 이민자이지만 대화도 주도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피츠버그의 유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배우지만, 피그버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고 있었다. 역사 속으로 들어간 학교 수업 실천. 탐구 과정으로 설계, 학생들이 텍스트를 선택하도록 제시,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이 통합, 조정되며 어려운 읽기 자료로 성공적으로 읽게 되었다. 학생의 삶의 공간(제1공간)에서 습득한 지적 자산을 학교 공간(제2공간)으로 가져와 서로 존중, 협력, 탐구하며 ‘그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가 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12장.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 실천

리터러시는글에 관한 말이지만 세상에 관한 개념이기도 하다. 즉, 텍스트를 매개로 세상을 읽고 쓰는 사회문화적 실천이다. 괜찮은 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가장 일상적이면서 강력한 도구이다. 그런데 시대가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겪으면, 생태 중심, 다양성 사회, 디지털 융복합 시대로 가고 있으며, 여기에 맞는 새로운 리터러시를 찾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330).

리터러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고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문자언어를 다루어 읽고 쓰는 것이지만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는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문자 이외의 영상, 소리, 그래픽 등의 다양한 표상 도구들을 활용해 '의미'를 디자인한다. 이때 의미 디자인은 '변화'를 담는다. 따라서 사회를 바꾸는 리터러시가 가능해진다. 오늘 제대로 읽고 쓰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일은 따지고 보면 사회를 요모조모 크고 작게 바꾸는 일이다. 의미를 디자인하는 리터러시는 결국 좋은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전환적 실천의 시작이자 절정이다.(344,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