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구도 유이치)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20. 7. 15.
워크숍 연수를 준비하며 KJ기법을 조금 더 알고 싶어 검색하다 이 책을 만났다.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는 제목에 끌리기도 하고, 저자가 교장 선생님이라는 것도 끌렸다.
마침 큰아이가 다니는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교장공모제 심사가 사무실 위층에서 열려 참관할 때라 고민이 연결되기도 했다.
교장공모제 참관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학교 심사위원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두 번의 교장공모제를 경험하며 공모제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제 3자의 눈을 통해 학교의 여건과 학교 조직의 특성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안하는 과정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교의 비전과 교육 목표, 교육과정을 고민해 보는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명제 교장제일 때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을 공모제를 통해 여러 사람의 꿈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교장공모제를 확대해야할 이유로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교장공모제 과정에서 해당 학교 교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1차(학교심사)로 제한되는 게 아쉽다. 또 학교심사 시 해당 학교 교직원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여건을 만들지 않는 것도 아쉽다.
물론 학교장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학교가 얼마나 달라지겠냐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학교는 교장 선생님의 리더십에 따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학교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채울 수 있다. 이 책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는 철학이 있고 함께 할 의지가 있는 교장을 통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알을 깨고 새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음을 자극해 준다.
그래서 200쪽도 안 되는 책을 밑줄 긋고 접고 메모하며 읽었다. 밑줄 그은 곳이 많았다. 장 별로 2군데 정도만 발췌하고 소감을 적었다. 목차를 제시했으니 책을 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않기
-상위 목표를 기억하기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교육을 중시하기
이러한 몇 가지 기본적인 사고방식에 중점을 두고 수많은 학교가 '당연'하게 여겨 온 것들을 재검토한 결과다.(7)
✎ 머리말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 책 전반에서 어떤 교육활동을 ‘왜’ 하는지 꾸준히 반문하고 적절한 수단을 찾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학교에서 갈등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고 이 때에는 상위 목표를 생각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잘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과정으로 활용해야 한다거나, 결국 교육의 목적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말을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8)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학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더 잘 살아가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자질' 다시 말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사회가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는 지금이야말로 이같은 교육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교육 목적에 대한 이견이 있는 걸 안다. 그래도 공교육 기관으로서 학교의 목적에는 미래 사회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부모가 따라다니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가 답이다.
(10) 실제로 학교 교육은 많은 법령 등에 의해 규정되어 있고, 폐지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법령보다 '관례'에 의해 작동한다. 교장이 각오하고 자기 학교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추구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나는 학교 관계자들이 그런 관점으로 매일의 교육 활동을 임한다면 학교가 변하고 나아가 사회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 업무정상화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법령 등에 의한 규정에 따라 하는 일보다는 감사 경험이나 '관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일이 적지 않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교육으로 풀려는 우리 사회에서 각종 법령에 의해 해야할 일이 많은 학교이지만 구성원들의 혁신적 마인드로 충분히 덜어내고 그 역량을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12) 옛날 학교는 시대의 최첨단을 걸었으며 교사도 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글 중에는 교사를 하다가 민간 분야로 가서 활약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거꾸로 민간에서 교사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또 교사의 대부분은 가르치는 일의 전문가로서 인재 육성에 탁월해 아이들과 함께 '조직'에 관해 생각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일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었다. 교사는 인재 육성 전문가다.
✎ 산업화 때까지만 해도 학교는 시대의 최첨단을 걸었다. 그런데 어느덧 학교는 사회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만 전달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학교 밖에서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과거나 지금이나 교사는 인재 육성 전문가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1장. 목적과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고 개선하기
-숙제_ '진도 완성'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 않은가?
-정기고사_ 성적을 '특정 시점'에 확정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_ 단원별 테스트
-고정담임제 폐지_ '팀 의료'식 학년 경영
-운동회의 '학급 대항'도 학생 주도로 폐지_ '다 같이 즐겁기' 위해
-목표는 구호가 아니다_ '장식'으로 전락하지 않아나?
-학생 지도_ 정말로 필요한 지도인가?
-쓰기 지도_ '타자의식'의 결여
-마음 교육_ NO! 중요한 건 행동이다
(43) 나는 교사들에게 자주 ‘그냥 둬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일과 그냥 두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해서 꾸짖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냥 둬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일은 가볍게 주의만 주면 된다. 하지만 생명이나 인권에 관한 일, 차별과 폭력 같은 행동에는 엄격하게 대응해서 자기가 한 언행의 의미를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학생 지도_ 정말로 필요한 지도인가’ 중에서)
✎ 학생 통제를 위해 억압적인 생활 ‘지도’에 대한 요구가 많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렇다고 상벌점제 같은 것이 언해의 경중을 따지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벌점제는 오히려 더 강력한 통제 수단일 뿐이다.
(47) 아이들은 글을 쓸 때 ‘타자의식’이 부족하다. 대신 담임교사에게 ‘칭찬받기’, ‘점수 많이 받기’ 또는 ‘혼나지 않기’를 의식한다.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면 문장을 쓰고, 생각을 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으며 이는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쓰기 지도_ 타자의식의 결여’ 중에서)
✎ 쓰기는 타자를 의식해 전달력 있는 문장을 써 소통하는 게 목적이다. 목적의식과 타자의식이 명확했을 때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이 경우, 난독증이 있더라도 타자를 의식한 소통법을 통해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다.따라서 쓰기와 말하기는 목적의식과 타인의식이 중요하다.
2장 '수단의 목적화'-학교 교육의 문제
-학교의 존재 이유
-학습지도요령의 존재 이유
-따돌림 실태를 조사하는 이유_ 따돌림 해결이 목적. 숫자나 원인 추궁이 중요하지 않음
-문제 상황을 배움으로 변화시키기
-리더 육성은 교사의 임무
-규칙 다시 보기
-‘문제’는 만들어진다.
(60)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학생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지, 각자의 배움을 보장해 줄 방법은 무엇인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가 그럴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배우게 해 주면 된다.(‘학교의 존재’ 이유 중에서)
✎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에 꼭 학교를 다녀야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는 것 중에 최고다. 본질이 먼저다.
(78) 학교 교육에서는 어른들이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문제 행동’으로 간주되는 행동이 무척 많다. 두발, 복장, 등교 거부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시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개의 발달 특성에 초점을 맞추면 애초부터 문제시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등교거부’만 해도 그 기저에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문제’로 여겨진다.(‘문제는 만들어진다’ 중에서)
✎ 어른들이 하찮은 문제를 자꾸 언급하고 상기시켜 문제가 불거진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과하게 관여하는 것이 좋은 교육 방법은 아니다.
3장 새로운 학교 교육 창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힘
-사회에서 곧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커리큘럼 만들기_ 학년별 탐구학습, KJ법
-노트 필기법을 바꾸면 배움이 바뀐다_ 체계적인 틀
-'수첩'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아이들
-목적이 명확한 숙박 연수
-여행사와 제휴해 추진한 기획형 취재 여행
-정답 없는 숙제에 몰두하는 '퀘스트 에듀케이션'(기업 연계 프로젝트 발표 대회)
-법률의 존재 의의를 생각하는 '모의재판'
-롤 모델을 만나는 '고지마치 애프터 스쿨'
-자기 공개를 촉진하는 '영 아메리칸즈'(뮤지컬 공연 도전 교육 워크숍)
(96) 체계적인 틀을 이용한 덕에 교사의 수업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수업의 목적과 핵심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교과서 목차에 따라 진도를 나갔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사고에 깊이를 더할 수 있을지 의식하면서 수업을 구성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쓰는 노트의 필기법과 구조를 바꿈으로써 교사의 수업까지 개선된 것이다.
✎ 10년차 빛고을혁신학교를 방문해서 보니,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위해 다이어리와 인성교육 공책을 보여주셨다. 빈 칸이 많았는데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으로 내용을 채워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고지마치 중학교 노트의 기본 틀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의 목적과 결론, 판서 내용, 요약, 질문과 정리, 실천 다짐’ 등 인지·정의적 측면까지 고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비해, 학습지 빈칸 채우기 중심의 학습지에 대한 반성도 다시 하게 되었다. 아참, 학교에서 참고했다는 “모눈 노트 공부법”이라는 책이 우리나라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노트 필기법을 바꾸면 배움이 바뀐다_체계적인 틀’ 중에서)
(103) 이런 행사를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크게 변했다. 교사에게 쉽게 반발하던 아이가 학습 대표가 되기도 했고, 말수가 없고 소극적이던 아이가 프레젠테이션을 떠맡기도 했다. 사고법이 사고를 정리하거나 통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으로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점, 어떤 일을 하나로 결정 내릴 때는 타협하거나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위 목적을 위해 거듭 대화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목적이 명확한 숙박 연수' 중에서)
✎ 2박 3일 연수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갈등을 배움의 기회로 리더십을 키우고,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수학여행을 학년교육과정과 연관지어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혁신학교는 지금 많다. 인성수련활동을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학년교육과정과 연관지어 상상하고 실행해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4장 '당연함'을 철저히 의심하는 학교
-목록을 만들어 과제를 해결하다
-'갈등'을 보는 관점
-학교를 '커뮤니티 스쿨'로
-PTA가 주축이 되어 교복을 선정하다.
-'책임과 권한'이 보람을 낳다
-교무실의 '당연함'을 다시 보다
-업무효율화
-뇌신경과학자와 함께한 연수
(134) 나는 ‘문제 상황을 배움으로 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그 문제를 아이들이 어떻게 자율적인 배움으로 바꾸어 갈지가 최상위 목적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과정을 통해 어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등을 보는 관점' 중에서)
✎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 문제 상황에 대해 아이들이 풀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은 갈등을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학교는 민원의 압박이 심하다. 학부모의 개입으로, 교사의 의지로 성장의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린다. 성인이 되어서는 더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147) 나는 일을 시킬 때 ‘책임과 권한’을 의식한다. 사람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어떤 일에 몰두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 긴장감도 느끼게 되며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반대로 시키는 사람이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지시해 버리면, 상대는 머리 쓸 생각은 하지 않고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만 열심히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책임과 권한이 보람을 낳다' 중에서)
✎ 리더십을 키우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5장. 내가 그리는 새로운 학교 교육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를 키우는 학교
-지금 선택지를 줄이면 나중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학교의 '당연함'을 의심하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대의 학교 교육
(169) 첫째, 강약을 살려 지도하기. 생명과 인권에 관한 것, 그렇지 않은 것에 차이를 두어 지도하자. 둘째, 아이들을 다양한 과점으로 보자. 나쁜 점이 아니라 아이들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그 정보를 공유하자. 그러고 나서 교사들은 생활 지도에 있어 다 같이 동일한 자세로 임하기로 했다.
✎ 저자가, 이른바 '교육 곤란교'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학교에서 교육 가능교로 바꾸는데 생명, 인권, 범죄. 신용을 쌓기 위해 청소부터 시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자율을 통한 자기긍정감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한다. 지금은 너무 많이 유예하고 있다.
(178)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분야의 기능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것이 그 사람의 가능성을 키워 준다. 조금 의아하게 들릴지 몰라도 지금 자신의 진로를 좁게 잡을수록 나중의 진로가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지금 선택지를 줄이면 나중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중에서)
✎ 의아하게 들린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직업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예상되는 지금 특정 직업을 염두해 두고 진로계획을 세웠을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역량을 키워야한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주장이라고 생각해 왔다. 저자의 조언에도 공감 가는 것이 있기는 하다. 특정 분야로 진로를 정해 지식이 아닌 역량을 키웠다면 자기효능감이나 배움의 의지가 다져졌으므로 이것이 다른 직업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필요한 경쟁 속에서 잃을 수도 있는 자기효능감과 배움의 의지를 강조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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