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선생님 면담하기 수업(중1 수업 나눔)

1학기 교육과정 평가회에서 학생들의 자리배치를 코로나 이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교사들도 많았지만 코로나 앞에서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그때 과학 샘 한 분이 과학실은 모둠책상이라 모둠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술 샘, 음악 샘도 그렇다고 했다. 빈 교실 한 곳을 국어교실로 만들면 되겠다.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방학 다음 날 코로나에 걸렸다. 하루 고생하고 나니 다행히 몸은 금방 괜찮아졌다. 아이들 방에서 격리를 즐기는 상황이 되었다. 숙제하듯 못 읽은 모임 책들을 읽었는데 그중학교자치연구회에서 받은 김만권 교수의 새로운 가난이 온다를 오랫동안 되새겼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열렸다.

 

모임에서는 양극화, 능력주의, 그로 인한 혐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추천했다. 읽어보니 이전 시대와 다른 양상으로 심화되고 있는 가난에 대한 해석과 대안을 다루고 있었다. 학교도 배움의 양극화, 능력주의, 그로 인한 혐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는 이런 문제를 더 선명하게 하고 있다. 교사로서, 게다가 언어를 다루는 국어교사로서 내가 해야할 일의 중요한 부분이 협력을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협력과 연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그래서 2학기 수업은 아이들에게 협력과 연대의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가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8월 중순의 광주국어교사모임과 배움의공동체에서 준비한 2학기 수업디자인 모임은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데 큰 열쇠가 되었다.

개학하자마자 동료 샘들의 동의를 얻어 빈 교실 1곳을 국어실로 지정했다. 수업 계획에 따라 출근하고 나서 책상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준비물을 가져다 놓는 일이 일과에 추가되었다.

 

2학기 수업을 계획하면서 작년처럼 ‘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책을 읽고 비교적 관련 있는 우리 샘들과 면담하고 주제탐구보고서를 제출하는 수업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겸임 샘들과 단원을 나누면서 면담하기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 선생님 면담하기 수업'은 변지영 샘의 수업 사례가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 흐름과 활동지까지 공유해 주셔서 우리 아이들이 협력과 연대를 경험하기 좋은 수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활동의 취지를 소개하고 4~5명 정도씩 모둠을 편성하도록 했다. 모둠활동에 익숙치 않아 몇몇 반은 담임 샘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 주시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낯선 경험을 주기 위해 1학년을 지도하는 샘들을 제외하고, 우리 학교 교직원 25분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였다. 수업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성취 기준

-[901-03] 목적에 맞게 질문을 준비하여 면담한다.

-[903-06] 다양한 자료에서 내용을 선정하여 통일성을 갖춘 글을 쓴다.

-[903-08] 영상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 특성을 고려하여 생각이나 느낌, 경험을 표현한다.

 

2. 수업 흐름

 

3. 수업 진행

가. 활동 안내 및 공유를 위한 패들렛 게시판 제작

면담하기 활동 특성상, 수업 시간 외에 진행되는 활동들도 있어, 활동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도록 패들렛에 게시판을 만들었다. 이 게시판을 통해 같은 반, 다른 반 친구들의 활동 모습이나 궁금했던 선생님에 대해 알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패들렛에서 만든 게시판은 다음과 같다. 

 

각각의 포스트는 다음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나. 샘들께 보낸 협조 요청 메시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1학년들과 국어를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 있는 강현입니다.
평소 부탁하는 쪽지를 많이 드리는 편입니다만, 이번에도 역시 부탁드릴 게 있어 쪽지를 보내드립니다.
 
중1 국어과 성취기준에 “목적에 맞게 질문을 준비하여 면담한다”가 있습니다.
 
듣기·말하기 영역으로 실제 목적에 맞게 질문을 준비해 면담하면서 의사소통 역량 및 공동체·대인관계 역량을 키우는 단원입니다. 어떤 분을 면담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우리 학교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모두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계시니 그 마음이 이번 기회에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또 면담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면담은 4명을 한 모둠으로 구성해 진행하려고 합니다.
활동의 취지상 1학년을 지도하시는 선생님은 제외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꼭 면담 대상자가 돼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 사정으로 아이들과 면담하기 어려우신 선생님께서는 이번 주까지 쪽지 보내 주세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부탁도 드리겠습니다.
 
수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하려고 합니다.
*10.4(다음 주 화)~10.14(금) 아이들이 선생님을 직접 찾아 뵙고 면담 날짜를 잡는 기간.
*10.10(다다음 주 화)~10.21(금) 학생들과 면담 기간. 점심시간이나 종례시간 이후에 10여분 정도.
 
*면담 내용은 다음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자라면서 영향을 받은 영화나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즘 선생님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선생님 세대에서 잊지 못할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이나 기억이 있으신가요?
-선생님이 학교에서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왜 선생님이 되셨나요?
-살면서 잊지 못할 사건을 3가지 정도로 소개해주실래요?
-앞으로 꿈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면담 과정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인증 사진을 찍을 거예요. 면담이 끝나면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할 예정입니다. 발표 자료는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번거로운 일이시지만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교직원 선생님께. 
1학년 국어 담당 강현입니다.
 
고마움의 인사가 늦었습니다.
바쁘신 데도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 마음써 주셔서, 면담하기 수업을 잘 마쳤습니다.
 
마음 써 주신 것에 비하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함께 했던 활동이니 나누고자 올립니다.
 
*패들렛 주소
 
1-2학기 맨 마지막 단원에 있는 걸 끌어와서 수업했는데,
막상 해보니, 1학기 4~5월에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1학년을 지도해 주시는 샘들께도부탁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 수업을 위해 조언해 주실 점 있으시면 보내주세요.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꾸벅!

 

다. 면담하기 활동 공유 및 학생들의 평가

 

4. 수업 성찰

면담하기 발표시간에수업이 끝난 뒤 위의 공유 사이트를 교직원과 공유했다. 샘들의 격려 메시지를 여러 건 받았다.

대체로 아이들과 면담하면서 새삼 교직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힘을 얻게 되었는 이야기가 많았다. 또 수업 내용에 대한 세세한 질문도 있었다.

혁신부장으로서 수업 나눔에 대한 여러 고민이 많았는데, 수업 나눔의 장을 넓힌 시간이 되었다.

변지영 샘께 거듭 고마운 마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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