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중1 수업 나눔)

올해 4월 지역의 국어샘들과 자체 연수를 진행하며 쓰기 수업 사례로 공유했던 내용을 전남 1정연수에서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연수를 5일 앞두고 코로나 확진으로 샘들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야기하려고 했던 내용을 공유할 겸 정리해 보았다.

 

1. 나를 나로 만드는 것

작년 10년 만에 중학교 1학년과 국어 공부를 했다.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바뀌었다 다시 자유학기제로 바뀌었는데도 이제야 자유학기제를 경험하다니. 게다가 자유학기제 업무 총괄을 겸한 1학년부장을 맡아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덕분에 자유학기제의 슬로건인 나를 공부하자나를 나로 만드는 것의 의미와 활동에 대해 더욱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나를 나로 만드는활동과 관련해 오랫동안 국어시간에 생각공책을 만들게 했다. 공책에 수업시간 활동을 꾸준히 담고 여기에 아이들의 자발성까지 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다양한 모습이 쌓이며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성장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을까, 그런 취지로 매번 의미 부여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막연함이 컸다. 즉 학생 개인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조금이라도 교육의 힘이 더해졌다면 많은 아이들이 생각공책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채워야 했는데 반응이 시원찮았다. 생각공책은 공책이다 보니 자주 살펴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시기의 피드백이 어려웠고 점차 늘어나는 매체 활동은 담아둘 수 없었다. 의도적으로 공책을 활용한 활동과 연결하지 않으면 공책을 다 쓰지 못할 때도 많았다. 매년 첫 시간 생각공책을 소개할 때 목소리가 낮아지고 있었다.

 

생각공책 표지와 내용

 

2. 두 번째 지구는 없다

그래서 작년에는 생각공책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고민을 정리해 주었던 책은 2020년 말에 읽었던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였다. 이 책의 표지에는 여백이 많은데 자원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으며 내가 하는 활동이 '종이를 꼭 써야할만큼 가치가 있는가' 되묻게 되었다. 부담스러웠다.

 

그때 마침 솔깃한 광고를 들었다. 시교육청에서 미래이음학교 선도학교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면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고, 활동 자료를 축적할 수 있으며, 아이들끼리 공유하기에도 편리하지 않을까. 추가 모집 공문이 오는 걸 보며 막연한 기대를 구체화하기 위해 겨울방학 때 구글을 활용한 수업 관련 연수를 들었다. 학생 계정 생성 및 관리에 대해서도 준비했다.

 

그런데 스마트 도구가 학기 초에 배부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의사 결정이 늦어 신청이 다소 늦기도 했고 학교 구매가 아닌 시교육청에서 구매하면서 늦어졌다. 그래서 꼭 필요하다 싶을 때에만 활동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수행평가 등 피드백이 필요한 활동을 컴퓨터실에서 진행했다. 공동으로 시낭독극 대본 쓰기, 개인별로 서평쓰기를 구글문서를 활용해 진행했으나, 일시적인 컴퓨터실 활용으로는 피드백도, 자료의 축적도, 공유도 충분하지 않았다.

 

한 편의 시를 패들렛과 구글 문서를 활용해 공동으로 대본을 작성함. 시낭독극 모습

 

3. 삶을 위한 수업

자유학기제를 여러 해 운영하면서 선생님들의 역량이 쌓여 아이들의 재능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활동들이 많았다. 과학 선생님은 단원 정리 활동으로 마인드맵이나 모방시, 타이포그래피를 하게 한 뒤, 아이들 사물함 앞에 붙이게 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활동이 많았다. 자유학기제의 자율과정인 주제선택활동이나 예술체육활동, 진로탐색 및 진로체험활동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을 모습이 나타났다. 나를 나로 만드는,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수업이 풍성하게 진행되었지만 이를 축적하는 활동이 없었다. 일년 활동의 이력을 자연스럽게 모으며 나를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6, 태블릿 180대가 배정되었다. 3개 학년이 60대씩 나누었다. 생각공책의 아쉬움을 대체하고, 아이들의 활동을 누적하여 축적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없을까, 여름방학 과제였다.

 

4. 1학기 수업 평가

1학기가 끝날 즈음에야 수업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서둘러 수업평가 설문지를 만들었지만 학기말 일정과 맞지 않아 3개 반은 수업 시간에, 2개 반은 방학날 e알리미로 급하게 진행했다. 응답률은 약 80%.

 

평가 결과 1학기 활동 중 가장 의미 있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수업(주제)에는 시 낭독극(57.6%), 서평 쓰기(36.5%)를 꼽았고,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하는 수업(주제)에는 서평 쓰기(37.6%), 품사의 종류와 특성(34.1%), 내용 요약하기(28.2%) 등을 꼽았다. 평가 결과를 보며 서평 쓰기에 대한 높은 만족도, 그러나 높은 부담도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1학기 활동 중 가장 의미 있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수업(위), 1학기 활동 중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한 수업(아래)

 

5. 2학기 수업 계획

2학기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주요 활동을 비문학 서평쓰기, 면담하기, 토의하기, 문법 탐구로 정했다. 1학기 수업평가 결과 서평쓰기는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활동이므로 비문학 서평쓰기 활동을 중심에 두고, 내용은 아이들이 주도해 나가되 꾸준히 피드백하기, 그리고 블로그 작성 경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성장 경험 쌓아가기를 잠재적인 목표로 두었다.

프로젝트 이름은 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이며

학생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책 한 권을 선택해 읽고, 서평을 쓰며 정리하고,  더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해 면담하고

이를 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하는 수업으로 3차시×5=15차시를 계획했으나 실제로 18차시로 진행했다.

 

아참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태블릿을 설정했다. 먼저 5개반의 각 번호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태블릿에 번호를 부여하고 5명의 사용자 계정을 모두 추가했다. 그리고 입력을 편리하기 하기 위해  C타입-USB변환 젠더, USB키보드를 넉넉하게 구입했다. 수업하러 갈 때, 바구니와 카트를 끌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충전보관함, 번호라벨, 카트, 입력보조기기. 충전보관함은 10대용인데 칸막이를 빼 22대를 보관, 충전했다.

 

6. 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

가. 질문놀이

10여 년 전, 동료 샘의 수업 나눔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자신이 만든 질문이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원동력이 된다. 코로나로 인한 모둠활동의 위축, 종이 낭비를 줄이려는 생각에 패들렛을 활용해 질문놀이를 진행했는데 진지함이 다소 부족했다. ‘브레인라이팅과 적절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질문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질문을 학년 차원에서 공유했다면 질문의 질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성찰한다.

 

나. 책 선정

자신의 관심사, 수준, 분량을 고려하여 책을 선정했다(사서 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읽기 전 활동지를 통해 적절한 책을 선정했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한편, 배경지식 확인, 책 내용 관련 예측 및 질문거리를 만들도록 했다.

다만 읽기 전 활동지를 채점하고 책 내용이 어렵거나 분량이 많은 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적절한 책을 찾아보도록 권유했으나 고집을 피운 아이들 중 여럿이 끝까지 읽지 못했다.

 

아이들이 선택한 책. 전지로 출력해 학년 게시판에 알렸다. 서로 관심갖도록
 
 

다. 읽기 중 활동

아이들에게 독서 시간을 총 6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읽기 중 활동으로 2시간에 1번씩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느낀 점, 내용 요약, 책 내용 관련 질문하기, 단어 뜻 정리 활동을 하도록 했다. 활동지는 구글 클래스룸으로 배부하고 제출된 활동지는 바로 채점, 댓글로 수정 사항을 바로 피드백 했다. 모둠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의도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돌보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책정리 시간이 길어져, 계획했던 시간보다 1시간 더(7시간) 독서 시간을 운영했다. 코로나로 1차시가 40분이었던 이유도 있었다.

 

활동1. 책 선정하기
활동1. 책 선정하기의 피드백

활동2. 읽는 중 활동과 피드백

라. 읽은 후 활동

읽기 중 활동지를 바탕으로 서평 제목, 책 내용 요약(작가 의도, 내용 요약, 인상적인 부분 발췌), 소감(책 평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관련 분야와 관련하여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엮어 서평을 쓰도록 했다.

구글 클래스룸에 채점 기준을 제시해 그 자체로 완결된 서평을 쓰도록 했다. 그리고 면담을 위해 추가 질문을 만들도록 했다.

 

활동4. 서평쓰기와 피드백

 

면담하기(활동 못함)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전문가로 학교 샘들을 생각했지만 협조를 요청할 형편이 안 됐다(당시 여러 이유로 내 마음이 닫혀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을 활용하는 것도 공부라 생각해 네이버가입을 종용했으나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보호자로 아이들의 네이버 아이디를 바로 발급할까 생각도 했지만 바로 다음 블로그 공유 과정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 아이들의 가입만 독촉했다.

 

바. 네이버 블로그 제작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서평쓰기 수업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평의 특성이 소통을 위한 글쓰기이므로 블로그 제작은 소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4세 미만의 아이들이 부모 동의 없이 계정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구글의 blogger를 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설명해야할 게 너무 많았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도 내 능력을 뛰어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어 지쳤다. 게다가 구글 학교 계정은 아이들이 졸업하면 자동 삭제되기에 blogger도 사라진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도록 했다.(지식in도 쓸 수 있고). 탬플릿이 제공돼 만들기가 쉬웠다. 아이들도 블로그로 글을 공유하는 것에 신선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블로그에 공개한 서평에 낯선 사람들의 댓글이 불편하다는 여학생들의 민원이 있었다. 소통을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소통이 불편하다, 그럴 수 있게다. 좀더 섬세하지 못했다.  해결 방법을 찾다 이웃’, ‘서로이웃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즈음 아이들 간 속도 차이가 많이 났다.

 

22명중 5명 정도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서평은 구글 ‘site’를 활용해 공유했다공개 범위를 우리 아이들로 한정해서.

 

구글 사이트를 활횽해 만든 공유 홈페이지

 

7. 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 '나도!'

물음표로 찾아가는 세상(주제1)’ 이후에도 우리말 성찰하기(주제2: 어휘의 체계와 양상)’, ‘말의 힘, 꿈을 그리다(주제4: 자서전 쓰기)’ 활동까지 구글클래스룸을 활용해 아이들의 활동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 경험을 축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지는 못했다.

올해 다시 1학년을 맡았다.

아이들의 성장 경험을 축적하는 시스템은 '생각공책'으로 모으고 있다. 1학기 문학작품 서평쓰기를 통해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토론하며 서평쓰는 훈련도 조금 했다. 여름 방학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학기 주제를 정해 연구해 보고 싶은 주제도 모았다. 1학년을 지도하는 샘들에게, 아이들과 프로젝트 진행할 때 멘토가 되어달라는 부탁도 했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 먼저 찾아 읽어보고, 우리 학교 샘들에게 협조를 구해 주제 관련 읽기자료를 챙겨둘 계획이다. 코로나 확산이 예상되지만 2~3명을 모둠으로 만들어 주제는 같되,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며 배운 내용을 나누고, 질문하며, 연구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블로그로 공유해 보도록 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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