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날은 없다(조에 벡, 단비청소년)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3. 3. 29.
지지리도 되는 일이 없는 10대의 일상. 솔직히 에드바르트가 한국에 있다 해도 집단따돌림 대상이 될 것 같다. 평범한 아이들과 2% 정도 어긋나는 시도와 행동들이 참 딱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비밀일기>의 에드리안처럼.
책 초반에는 무척이나 수다스럽고, 별 것 아닌 것(가슴털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큰 고민일 거라고는 공감이 안 되지만, 사람마다 다 다른 고민의 무게가 있기에 이해하기로 했다)에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라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개똥 밟은 운동화의 인연으로 옆집 타넨바움 씨와 소통을 시작하고, 이웃집 괴팍한 늙은이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멘토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흥미진진해진다. 거기에 에드바르트가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만나기 위해 꾸민 가상인물의 페이스북 이야기와 얽히면서 더욱 재미있어진다.
한 마디로 ‘주택 점거 투쟁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부모와 소통, 사랑, 우정, 미래를 꿈꾸는 독일 10대들의 이야기’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겠다. 나름 재미있는 요소도 많긴 하지만 독일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 우연적인 요소에 의한 소설의 전개(주인공이 좋아하는 천문학자가 이웃집에 산다는 설정!! 너무하지 않나?)가 아이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선뜻 머뭇거리게 한다.
<인상깊은 구절>
(102) “알겠니, 에드바르트야. 우린 진작부터 네가 전혀 멍청하지 않고 다만 어떤 계기를 못 찾은 것뿐이라고 말했었잖니.”
“그럼 어째서 아무도 나한테 과외를 시켜 줄 생각을 하지 않았죠?”
엄마가 말했다.
“우린 단지 너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란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1이나 2를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우린 네가 학업성적이 좋아야 살 가치가 있다는 믿음 속에서 자라는 걸 바라지 않거든.”
✎ 독일에서는 가장 좋은 점수에 1을 준다. 5는 낙제 점수다. 에드바르트와 함께 시골로 방학을 보내러 간 것부터 평범한 부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 대한민국 학부모들도 새겨야 할 구절이 아닌가 싶다.
(115) “에드바르트야. 엄마, 아빠가 대학생일 때에 얼마나 많은 집을 점거해 본 적이 있는지 아니? 누군가 들어와서 모든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낼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린단다.”
✎ 역시 다르다.
(125) 나는 할아버지가 아주 괴팍해서 다른 사람들과는 어울리는 법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말을 하자, 할아버지는 “에드바르트야, 가끔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닐지 전혀 모를 때가 있을 뿐이란다.”라고만 했다.
✎ 맞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조용히 침묵하는 수밖에. 대인관계가 서투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참 그게 쉽지 않다. 나도 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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