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이익, 김대중 편역, 돌베게)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저자
이익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10-05-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투철한 문제의식과 고도의 지적 사유로 이루어진 성호사설21세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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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았다. 예전보다는 조금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후보자들의 동정을 살피는데, 특히 단일화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는 않지만 이익과 같은 사람이라면 무얼 맡겨도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이익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엮은이가 일부러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글들을 앞에 놓은 것인지 모르지만 파리 한 마리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그의 눈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고, 또한 바르고 따뜻하며 사리분별이 분명하고 정의로운 사람인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정약용까지 실학의 학풍이 이어져갔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22 <병아리>
실제로 병아리에게 밥을 먹이면 매끄러운 똥이 꽁무니 밑 솜털에 뭉치니, 많이 뭉치면 똥구멍이 막혀서 병아리가 죽는다. 나는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고는 병아리에게 남은 밥을 자주 먹이되 부지런히 보살펴 준다. 똥구멍이 막히면 솜털을 잘라줘서 똥이 바로 나오게 하니, 이렇게 해 주면 병아리가 틀림없이 잘 자란다.

--> 양반이 농사를 지어도 양반취급을 안 하던 세상이었다는데, 세상에 병아리 똥구멍을 살펴보고 어루만져주는 양반이라니. 이 한 구절만으로도 이익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25 <벌을 해치는 것들>
그 중에서 가장 막기 어려운 것은 귀뚜라미와 개구리다. 귀뚜라미는 공중에서 벌을 낚아채니, 수없이 몰려들어 배를 채우고 나서야 그친다. 작은 활과 가느다란 화살을 사용하되 그 화살촉 주위를 끈으로 칭칭 감아 둔 다음 귀뚜라미가 조금 모이기를 기다려 쏘아 맞히면 약간 없앨 수 있다.
--> 벌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찍이 알았을 뿐만 아니라, 벌에게 해를 끼치는 온갖 작은 생물들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귀뚜라미를 잡기 위해 활과 화살까지 사용하다니. 벌에게 쏟는 애정이 보통이 아니다.

 

27 <도둑고양이>
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천성이 도둑고양이였다. 마침 쥐가 별로 없어서 잡아먹을 게 없었다. 글서 우리가 조금만 방심하면 그 고양이는 상 위의 음식을 훔쳐 먹었다. 식구들이 고양이를 미워해서 잡으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또 냉큼 도망쳤다.
얼마 후 그 고양이는 다른 집으로 옮겨 갔다. 그 집 식구들은 평소에 고양이를 좋아하던 터라 먹이를 줘서 굶주리지 않게 했다. 게다가 집에 쥐가 많았는데 고양이가 쥐를 잘 잡았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자 마침내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좋은 고양이라 불리게 되었다.
--> 좋은 고양이와 나쁜 고양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본성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깊이 깨닫게 하는 구절이었다. 사람을 판단할 때 피상적인 문제만 보지 않고, 좀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특히 아이들을 바라볼 때. 또 아이들의 문제상황을 도와주려 할 때.

 

29 <동물을 대할 때에는>
살아 있는 동물을 대하고 어찌 차마 잡아먹을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상진이 말했으니, 마땅히 이 말을 되새기며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닭과 개가 미미한 동물이라 하지만, 그것을 보고 저건 고기 맛이 좋다는 둥 나쁘다는 둥, 삶아 먹어야 한다는 둥 구워 먹어야 한다는 둥 하는 말을 들으면 눈썹이 찌푸려진다. 힘닿는 데까지 모든 짐승을 몽땅 잡아 먹을 생각을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른 바 약육강식이다. 이것은 짐승의 도이다.
--> 이제까지 고전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다룬 글은 <슬견설>이 유일한 줄 알았다. <슬견설>보다 더 직설적이고 통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마음까지 짜릿했다. 마치 나를 꾸짖는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35~36 시경의 <애정시>
대저 마음속에 간직한 것이 깊으면 굳이 입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 기어이 말로 해서 먼저 자기 속마음을 흘린 사람은 그 마음이 오히려 지극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런 이치로 알 수 있다. 하늘처럼 큰 은혜를 두고 제가 반드시 갚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바다처럼 정이 깊다면 저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간직한 것은 더욱 견고한 것이다.
--> 예전에도 그런 것 같지만, 요즘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공허한 말이 무수히 떠다니는 세상. 나도 말을 줄여야겠다. 대신 마음속에 간직한 것이 더욱 웅숭깊을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겠지.

 

67 <안용복에 대한 조정의 처분>
내 생각에 안용복이야말로 영웅호걸이다. 일개의 천한 군졸로, 만 번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천만한 계책을 내어, 국가를 위해 강적과 다투어 그 간사한 마음을 꺾어 버리고 여러 대에 걸친 분쟁을 종식시켰으며, 한 고을의 영토를 회복했다. 이 일은 부개자나 진탕과 비교하더라도 더욱 어려운 것이니, 호걸스러운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조정에서는 그에게 상을 주기는커녕, 처음에는 사형을 내렸다가 나중에는 귀양을 보내어 그를 꺾어 버리고 짓밟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애통한 노릇이다.
울릉도가 아무리 척박하다 하지만, 쓰시마도 몇 자 되지 않는 땅덩어리인데 왜인이 그곳에 굴을 파서 살다 보니 대대로 우리나라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혹시라도 울릉도를 빼앗긴다면 그것은 곳 쓰시마를 또 하나 늘려 주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화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보면, 안용복은 다만 한 세대의 공을 세운 것뿐만이 아니다.
--> 안용복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글이었다. 안용복의 세운 공에 비해 우리나라 조정의 처사는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이익의 안용복에 대한 평가는 놀라울 정도로 시대를 앞서고 있는 것 같다. 안용복의 공으로 현재 독도를 실효 지배할 수 있었으니.

 

86 <조선 팔도의 물산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6진은 서울과의 거리가 2천여 리인데, 그곳에서는 아이들도 말을 타고 부녀자도 센 화살을 당긴다. 겨울이면 썰매를 타고 곰과 범을 사냥한다. 때때로 숙신과 교역하는데, 소와 철기로 많은 이익을 올린다.
--> 두만강 하류의 종성, 온성, 회령, 경원, 경흥, 부령진에 대한 이야기인데, 역사책에서나 들어보던 곳에 대해서 조금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은 듯 반갑다. 부녀자도 화살을 쏘고 곰과 범을 사냥하는 머나먼 북쪽. 백석이 떠오르기도 하고.

 

90 <조선 팔도의 물산 마무리>
나는 사방의 물산을 대략 기록하고, 재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좋은 관리를 등용해야 한다는 데로 모든 내용을 귀결 짓고 이 글을 끝마친다. 이는 곳 말을 해치는 해충을 제거하면 말은 저절로 잘 자란다는 <장자>의 말과 같은 뜻이다.
--> 조선 팔도를 물산, 풍속, 역사로 꿰뚫어 보고 있으며, 백성이 어찌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학자이자 정치가로서의 이익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이익의 이러한 연구가 정약용에게 이어져 <목민심서>라는 대작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

 

113 <미천한 몸으로 출세한 사람들>
반석평 이야기
--> 신분에 구애되지 않고 인재를 기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역사 속의 예를 찾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이익의 마음은 간절했을 것인데, 정조 때 조금 실현되다 말았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134 <여섯 좀벌레>
농사에 힘쓰지 않는 좀벌레(장사꾼 제외) - 노비제도 / 과거 시험 / 벌열(문벌) / 교묘한 기술로 남을 홀리는 사람 / 승려 / 빈둥빈둥 먹고 노는 사람들
--> 김지하의 오적이 떠오른다. 원조는 이익이 아니었을까? 특히 노비제도와 과거시험에 대한 지적이 와 닿고, 일하지 않는 선비들의 모습을 질타할 때도 몹시 통쾌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안타깝다.

 

150 <조세 감면의 허점>
--> 영화 <광해>가 떠오른다. 요즘 재벌들과 가진 자들이 꼭 읽어야 할 듯.

 

157 <거지의 하소연> 159 <유랑민의 고통> 167 <죽은 노비를 위한 제문>
--> 이익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부분.

 

172 <서얼 차별의 문제>
--> 이렇게 논리적이건만... 신분의 벽은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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