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김혈조 편저)

 

<열하일기>는 우리 모임의 출발점이었다. 2010년 고전읽기의 첫 시작을 <열하일기>로 열었고, 그렇게 16년이 넘게 모임을 지속시킨 것은 동서고금의 다양한 고전들의 힘이었지만, 가장 근저에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있었다는 점에 모임 구성원들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2010<열하일기>6개월 읽고, 그해 여름 고미숙 선생님을 모시고 떠난 열하문학기행은 우리 모임의 머릿돌이 되어, 그후 국내 문학기행(파주, 안동, 목포, 사천)과 해외 문학기행(영국, 폴란드체코)을 이끄는 힘이 되어 주었다.

 

2026년 창비 한국 사상선관련 이벤트는 고행과 뗄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난 창비사상선10 <박지원>은 박지원의 정신 세계를 좀더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양반전>,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열하일기> 등 작품별로 박지원을 만나왔다면, 이번 사상선은 박지원을 주제별로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부제인 글쓰기의 혁신과 새 세상 만들기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당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글쓰기를 통해 온 백성이 좀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는 만남과 배움, 진심 어린 이용후생의 끊임없는 이론과 실천의 노력들이 눈물 겨웠다.

무엇보다 주제별로 묶인 박지원의 저작들을 만나면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기도 하고, 예전에 받았던 감동을 다시 새롭게 흠뻑 느끼는 행복함을 맛보았다.

 

좋은 구절들이 많은데 모두 다 옮길 수 없음이 무척이나 아쉬울 뿐이다. 특히 51쪽부터 이어지는 주제별 박지원 저작들의 구절들을 모두 옮기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 책에 붙은 인덱스들이 새의 깃털처럼 미안하게 펄럭인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창비출판사와 다시 <박지원>을 읽으면 감동을 함께 나눈 고행 모임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인상 깊은 구절-

(서문) 역사의 주체로 서다

 

14 당시 청나라는 경멸하고 적대적으로 대하여야 할 되놈의 나라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었다. 그런 현실을 무시하고 그들의 연호를 쓰며 그들을 우호적으로 기술한 책, 또한 그 표현 방법이 우언, 전기, 해소의 방식을 채택한 패관기서의 책, 이것이 열하일기이고 그 저자가 바로 연암이었다.

 

연암 박지원 그의 사()의식과 인간의 발견

 

18 방경각외전에 붙이는 글 : 선비의 학문은 실로 농공상의 이치를 겸하고 포함하고 있어, 이 세 부류의 산업은 반드시 모두 선비를 통해서 성립된다고 본 연암은 후세에 농공상이 제도로 작동하지 못하는 까닭은 선비가 내실 있는 참된 학문을 하지 못하는 과오에 있다고 반성했다. 선비는 임눈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까지 정통하여 산업 전반을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 그러한 인간상과는 다르게 아내와 형수, 큰누님, 자식을 소재로 지은 글에서는 연암의 섬세하고 자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암의 인간적인 체취를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이를 담고 있는 글의 형식은 당대의 일반적인 글쓰기 수준을 뛰어넘어 대단히 파격적이다. 특히 생활경제를 책임진 세 여성에 대한 관찰과 애정 어린 시선은 다정다감한 연암의 내면을 보여준다.

 

28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인물, 특히 하층 인물들과 태학에서 만나 필담하던 인물들에 대해서는 성정, 학식, 용모, 말투가 살아 움직이듯 모두 드러나게 그려졌는데, 그 누구보다 생생하게 그려진 인물은 바로 연암 자신이다. 사상가, 학자, 지식인, 양반의 진지하고 점잖은 모습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경쾌하고 발랄하기도 하고, 진솔하고 구김살 없기도 하고, 호기심으로 좌충우돌하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자신의 못븡를 악여하게 묘사했다. 봉건윤리 속에 자신을 가두어두지 않고 이를 박자초 나온 모습에서 연암의 솔직함과 대담함, 나아가서 인간 연암의 진솔한 모습을 보게 된다.

 

사유의 전환과 인식론

 

37 우리의 현실을 거센 강물을 건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진단한 바, 연암은 자기의 당대 사회를 시비가 전도되고 허위로 가득 찬 현실로 의식했다. 이 위험하고 가치가 전도된 현실을 어떻게 해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까?

 

41 연암은 새로운 글쓰기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작가의 처세다. 곧 작가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변혁사상과 경세론

 

42 종래 연암과 그 일파의 실학적 학풍을 이용후생학이라고 지칭했던 바, 낙후된 농업, 공업, 상업을 발전시켜서 인민의 삶을 윤택하고 문명화되게 하고 조국을 부강하게 만들자는 일종의 학술 사상이고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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