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순천까지 온 전국국어교사모임 연수는 역설적으로 올해가 가장 추웠음을 증명하는 공간이 되었다. 강의실도 추운데, 온기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복도에는 출판사 ‘양철북’과 ‘휴머니스트’에서 가판대를 설치하고 교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이 인연이 돼 가끔 책을 보내주는 양철북에 인사하러 들렀다, 이 책 “디그요정”을 추천받았다. “디그요정” 배구를 하며 자존감을 발견하는 거울을 바탕으로, 농구나 배구에서 작전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동그라미와 가위표가 눈에 띤다. ‘디그’라는 말의 뜻을 모르더라도 배구와 연관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초임 시절까지 친목활동으로 배구를 자주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배구 겨울리그도 재미있게 보았다. 시..
“B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전국 1등’ ‘서울대 법대’를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 나면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고3 우등생 친모살해 사건 전모 중에서, 이훈철 기자 2011.11.27. (216) “아키라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이번에는 아키라의 엄마가 나섰다. “공부를 어떻게 해. 참고서도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참고서 갖고 왔다. 자, 올려줄 테니까 손을 뻗어.” 아키라 엄마는 책 몇 권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는 거야? 해..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경험이나,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 경험이나, 201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뜨끔했다. 기성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미래를 위해 경쟁적으로 준비한 시간 만큼 학교 교육은 망가졌다. 학급 환경 게시판을 석차로 도배했던 책속의 김만성 화백이나, 끊임없이 입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며, 밤 10시까지만 자율학습을 허용하고, 강제로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교육감을 비난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무엇이 다른가. 마음에 태풍을 품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난 할 거다!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 학교는 공부하는 기관 답게 끊임없이 성적을 강조하고, 그 성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통제하고 있다. 성적이 모범이고 유일한 희망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면서도 학벌 사회의 유일한 기준은 성적이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주인공 시우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위축시킨다. 성적이란 기준에서 시우는 반항아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다. 그래도 시우는 ‘문학’에서 희망을 찾았다. 책 속에서 길을 보고, 글을 쓰며 길을 찾고 넉넉하고 지긋한 어머니의 믿음 속에 강한 자존심을 되찾는다 “난 할 거다" 구조적이든 구성원의 문제이든 학교에서 꿈과 자존심을 잃은 시우의 오기에 가득찬 말이지만, 주인공의 자존심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소설을 즐겨 읽는다. 유치한 면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언어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쏟아내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먹힐 책’이다. 주인공 유미와 재준이를 둘러싼 상황들, 유미와 재준이의 생각이 사춘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을, 내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유미는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새아빠, 새아빠와 엄마와의 사이에서 낳은 동생 유현이와 함께 살고 있다. 학기 초부터 이런 가족사항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