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입에 잘 오르지 않았다. 제목에 익숙할 때쯤 다시 보니 그냥 희미한 빛도 아니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였다. 표지 사진은 힘이 빠져 책상에 턱을 걸고 엎드려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왼손을 책상에 올리고. 그런데 일곱 개의 달걀이 있다. 좀 생뚱맞다. 다분히 연출된 느낌이 난다. 7편의 단편을 힘들게 썼다는 표현일까.청소년 소설을 읽다, 성인 소설을 읽으면 처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심리 묘사가 더 복잡해지니까. 단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몇 번 읽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뒤의 ‘몫’부터는 금방 빠져들며 읽었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다면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세상의 부조리에..
수학여행, 추석 연휴를 마치고 중간고사 문제츨 출제하려고 보니 모임이 3일 남았다. 금요일 급하게 학교에서 책을 빌려 퇴근했다. 시험문제도 내야 하는데 과연 읽을 수 있을까^^;토요일 오전 잠깐 책을 들었다가 이야기에 푹 빠져, 주말 이틀을 독서와 출제로 알차게 보냈다. 모임 샘들도 다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고 하니 샘들이 놀라며 어디에서 그랬냐고 물어본다. 인상 깊은 구절은 눈물을 흘렸던 부분이다. 나이 숫자만큼 눈물도 는다.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다.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가 쓰니 감정과 그 흐름이 섬세하게 잘 느껴진다. 증조모부터 나(서술자)에 이르기까지 4대 여자들의 힘겨운 삶이 그려진다.증조모는 백정이라는 신분으로 차별을 받으며 크면서도 호기심이 강했다. 그런..
햇볕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표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그러나 곱씹을수록 어려운 관계이다.내게 무해한 사람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발전이 없는 관계이므로 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누구에게든 무해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작가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의 지점을 포착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7편의 단편들에는 30대 중반의 처지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다양한 만남에 대해 섬세하게 성찰하고 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쳤을 순간들이 떠오른다. (209)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페미니즘에 관련된 7개의 소설을 묶은 단편집이다. 이중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갱년'에는 이 소설이 표방한 '페미니즘'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이른바 큰 그림(빅 빅처)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친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자들끼리 서로 양보하며 살라는 가부장, 여자를 스트레스 해소로 대상화하는 등 모녀로 이어질 것 같은 불편함과 부당한 현실이 잘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자리에', '이방인'은 이 이야기가 왜 페미니즘 소설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여성 중심의 능동적인 인물을 그렸다는데 공감되지 않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장남자대회를 통해 이유 없이 학살당한 여성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