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율 격리를 하게 됐다. 이틀이지만 가족, 세상과 분리된 채 생활하게 되었다. 물론 아래층에선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필요하면 마스크를 쓰고 내려 갈 수도 있었지만, 여하튼 섞일 수는 없는 다소 묘한 처지에서 이 책을 읽어, 읽는 내내 마음이 더욱 가라앉았다.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특히, 죽음의 순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죽음에 사용한 도구까지 분리 배출하는 사람, 희망적인 내용이 담긴 책을 유품으로 남긴 사람, 살아가는 수단이 되어 주었던 도구들을 끝을 맺는 순간에도 사용한 사람,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방안 가득 모아놓은 사람들. 대체로 죽은 사람들의 집엔 많은..
귀신과 소통이란 다소 특별한 소재를 활용해, 제목처럼 조단조단 삶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여운이 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귀신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서준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서준을 잃은 가족이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인 것도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집착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집착은 남녀 차별의식과 같은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아리’ 역시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강한 기대와 유전학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집착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
청소년 시절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특히 성적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살, 죽음이란 단어에 이끌렸던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고민이나, 죽음에 대한 수많은 뉴스, 또 자신의 주위에서 죽음으로 인해 원치 않은 이별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죽음 뒤의 삶에 대해서는 우리는 너무나 무지하다. 누가 가르쳐줄 수도, 연구한다고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정말로 궁금해 하는 죽음 뒤의 삶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저승에 대한 표현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설정일 뿐이지만,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해리의 죽음 뒤의 행적을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단순한 호기심보다는 지금, 현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묘한 이끌림을 가..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태양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방학이 있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어찌 보면 여름은 장마와 달리 지지부진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화끈한 계절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자연만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까. 하라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6학년인 ‘류’, ‘하라’, ‘모리’는 죽음이 궁금하다. 죽음은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로 무섭지만 모르니까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죽을 것 같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감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곧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일지 모르지만) 더 열심히 생활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진 어느 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어울..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소설을 즐겨 읽는다. 유치한 면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언어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쏟아내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먹힐 책’이다. 주인공 유미와 재준이를 둘러싼 상황들, 유미와 재준이의 생각이 사춘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을, 내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유미는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새아빠, 새아빠와 엄마와의 사이에서 낳은 동생 유현이와 함께 살고 있다. 학기 초부터 이런 가족사항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