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식물과 실험 도구들, 그 사이 자그마한 온실이 뚜렷하게 강조되는 표지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더스트 시대 ‘프림 빌리지’의 레이첼의 온실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뿌연 미세먼지와 같은 더스트 속에서 울창한 숲을 가꾸고 지켰던 ‘프림 빌리지’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지에 잘 담았다. 책 제목 “지구 끝의 온실”도 인상적이다. 보통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구 끝’이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감추어진 이야기를 제목에도 잘 담았다. 기후 위기를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가 증식 나노봇을 개발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지구 생명체를 멸절시키는 쪽으로 폭발한다. 더스트를 피해 사람들은 크고 작은 ‘돔 시티’를 만들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
모임에서 8월에 이야기 나누기로 한 책이다.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우주 3부작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책을 받아보니 제법 두툼하다. 둘째 아들이 책을 보더니 “코스모스”와 비슷하다며 나란히 꽂아둔다. 느낌이 왔나? 책갈피 용으로 ‘타우세티’까지 가는 편도용 우주선 티켓 2장이 들어 있었다. 편도라. 아예 돌아올 수 없는 멀리까지 가야 하는 일인가 보구나. 책의 마지막 쪽을 확인할 때까지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웠다. 재미있고, 무엇보다 결말이 궁금했다. 이틀을 태양계에서, 타우세티로, 40에리다니까지 광속으로 달렸다.이런 책들은 후유증이 제법 길다. 한동안 유튜브로 태양 근처의 항성들을 살펴보았다. 2014년판 “코스모스” 다큐도 다시 보았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이 광대..
모임에서 6월에 읽고 나누기로 한 책인데, 업무로 시간을 낼 수 없었고, 두께에 부담을 느껴 펼치지 못했다. 마음의 방학 숙제로 이제야 읽어보니, 이야기의 상황을 짐작하는 재미에, 인간이란, 또 클라라, 조시, 릭 등 인물들의 미래가 궁금해 재미있게 읽었다. 먼저 표지가 눈에 띈다. 양장본의 겉표지는 빨간색 바탕에 샘물체 계통의 각진 폰트가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제목과 이야기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 준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양장 표지는 제목보다 작가의 이름이 더 강조되고 있어 작가의 지명도가 느껴진다. 표지를 넘기면 창문으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이 슬라이드처럼 펼쳐져 있다. 시작과 끝을 나타내듯. 이야기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AF(artificial friend)인 ‘클라라’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거의 코앞까지 갔던 러시아 문학기행이 연기(?)되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을 배공 예산의 도움을 받아 선물받는 마음으로 이제서야 다 읽었다. 1. 푸시킨, 2. 톨스토이, 3 고리키(러시아) 4. 스탕달, 5. 빅토르 위고(프랑스) 6. 괴테, 7.훨덜린, 8. 헤세(독일) 9. 바이런, 10. 로런스(영국) 정말 가보고 싶었던 문학기행. 고전을 읽으며, 꿈꾸어 왔던 문학기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작가의 종횡무진 지식과 독서 덕분에 여러 가지 관점 특히, 살아온 여정과 여성 편력 등 재미 있는 요소들 덕분에 요즘 독서 중 가장 빨리 읽었던 것 같다. 주로 여성편력 이야기가 많아 읽다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음악을 작가의 ..
이럴 때 독서 모임은 참 좋다. 모임의 ‘강제’는 낯선 책을 접할 때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상당 부분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이 책도 일반적인 소설 구성과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소설의 에피소드를 구분하는 구름 모양의 이미지를 ‘S#’이라는 기호로만 바꾸면 시나리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답게, 뭔가 큰 일이 일어나기 전 전조로 주변의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중심 줄기를 이끌어 가고, 몇 가지 조짐들과 위기, 그럼에도 감동적인 장면들과 긍정적인 결말이라는 헐리우드의 영상 문법이 소설에서 느껴진다. 그래도 괜찮았다. 집필 의도가 선(善)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문자 창제 이야기에 작가에게는 “스타트렉”의 흐름과 비슷하게 느껴졌나 보다. “스타트렉”은 다양한 외계인들..
쉽게 읽어갈 줄 알았는데, 파르티잔에 끌려간 대목에서 무척이나 어렵고 지루하게 겨우겨우 읽어 나갔다. 지금 돌아보니, 지바고에게도 가장 의미 없고 힘들고 잔인한 시절이었기에 표현된 언어들도 어렵고 힘들게 작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지바고가 살아간 시대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도. 전쟁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의사로서 혁명의 중심에서 벗어나 겨우겨우 피해 가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소시민 지바고. 또 심지어 불륜까지 저지르는 지바고는 정말 손가락질 당할 만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바고가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 나는 도대체 뭐지? 그럼 코로나19라는 상상도 할 수 ..
코로나의 영향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화상으로 만나는 모임도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다. 독서 모임도 1학기 내내 만나지 못했다가 9월부터 ‘줌’을 활용해 모이고 있다. 비대면 상황이라 상황 맥락을 공유하지 못해 자유롭게 마음껏 이야기 나누지는 못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오롯이 경청하는 태도도 생긴다. 그래도 아직은 만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번에 읽은 책은 소설 “아몬드”의 손원평 작가의 최근 작품이다. 비교적 여유 있게 책을 구했지만 코로나가 진정(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되면서 모임과 출장이 몰리면서 이 책을 읽지 못하고 모임에 참가했다. 모임 샘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사랑하고 헤어질 때, 서로 상처 받지 않으려고 방어적이거나 일정한 거리 유지에 신경 쓰는 모습들이 요즘 사람들의 정서와 비슷해 ..
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인연이 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중학생 시절 영화음악을 즐겨듣던 중 ‘라라의 테마’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는 못 보더라도 책은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중앙여중 도서관 문을 처음으로 두드렸는데, 이 책은 대출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폐가식 대출 창구의 조그만 창문으로 냉담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아직 중학교 수준에서는 읽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이후로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신청했지만 결코 볼 수 없는 금단의 서적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뿐이었다. 그 뒤로 간혹 TV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책보다 먼저 보고 싶지는 않아서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전엔 그렇게 읽고 싶었던 책이, 숙제처럼 내 손 앞에 놓이니 책을 읽고 ..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율 격리를 하게 됐다. 이틀이지만 가족, 세상과 분리된 채 생활하게 되었다. 물론 아래층에선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필요하면 마스크를 쓰고 내려 갈 수도 있었지만, 여하튼 섞일 수는 없는 다소 묘한 처지에서 이 책을 읽어, 읽는 내내 마음이 더욱 가라앉았다.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특히, 죽음의 순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죽음에 사용한 도구까지 분리 배출하는 사람, 희망적인 내용이 담긴 책을 유품으로 남긴 사람, 살아가는 수단이 되어 주었던 도구들을 끝을 맺는 순간에도 사용한 사람,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방안 가득 모아놓은 사람들. 대체로 죽은 사람들의 집엔 많은..
모임에서 8월에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는데, 초반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아 포기했다. 여느 때 같으면 그래도 읽으려고 시도했을 텐데, 코로나 19로 카페에서의 모임이 불편해 불참하기로 마음 먹으니 다시 책을 들기가 어려웠다. 모임 후기에 재미 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힘을 내서. 삽화 하나 없는 두툼한 소설책. 무슨 이야기로 가득 채웠을까. 다시 50여 쪽을 넘겼는데도 여전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 ‘코일’이 너무 답답하다. 또 주인공의 상황을 생각하면 처참하고 심각한데 대수롭지 않게 풀어가는 서술자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런데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몰린 코일이 고향인 뉴펀들랜드섬으로 가는 부분부터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달라진 시공간과 사회문화적인 배경, 낯선 사람들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