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스페인‧라틴아메리카_김현균 엮고 옮김_창비) 요즘 ‘서진이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우리에겐 꽤 낯선 멕시코의 바깔라르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관광지에서 한국 거리 음식을 파는 포맷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광지여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무척이나 매력적인데,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그건 바로 어느 가게, 거리에서나 느긋하게 잠을 자는 개들의 모습이다. 목줄도 없고, 낯선 이를 향해 짓지도 않고, 어떤 가게든 개의치 않고 주인인 양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눈을 감고 몇 시간이고 잠을 자고, 푹 잔 뒤에는 여유 있게 사라지는 개들의 모습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너그러운 성정과 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스페인어권,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
아내가 이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며 나에게도 추천했다. 추천했던 선생님의 모임에서 작가초청 북콘서트도 준비했다고 해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제목을 보고 지난봄에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를 떠올렸다. 초록색의 표지도 농촌 생활 이야기인가 싶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들여다보니 집에 걸린 깃발과 아버지 자전거에 걸린 깃발이 빨간색이었다.) 책은 마을 샘들과 떠난 제주 여행에서 읽었다. 마침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돼 읽을 시간을 충분했다.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일정은 4·3 답사였는데 폭설로 4·3평화공원만 방문할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당시 지리산과 백아산 일대 민중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내용이 좀 더 사실적으로 들렸다. “아버..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청소년 소설 읽는 모임에서 SF 단편집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모임 날짜에 맞춰 급하게 읽기 시작해서인지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 샘들도 책이 잘 안 읽혀 끝까지 읽은 샘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각 단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소재도 참신하고 반전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새삼 책이 달리 보이며 다시 읽어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샘들의 소감을 더해 정리해 본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알골(장강명)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초능력자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때 지구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서 화성 근처 위성에 세 초능력자가 서로 통제하며 결계를 치고 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이들을 알골이라 부른다...
이번에는 영국이다. 지난번 미국 단편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에, 영국 단편들도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약간은 싱거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그라든 팔’, ‘유품’, ‘차표주세요’, ‘가든파티’, ‘지붕 위의 여자’는 미국 단편들과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고 할까? 여성작가들도 미국 단편에 비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이 주는 인상이 남다르면서도 생생했다. 1. 신호수(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소설 작품은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 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작가, 입담 좋은 이야기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신호수는 끝까지 읽으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정말 유령이 있는 것인지, 고독한 업무 속에서 우연히 본 일련의..
여름 방학 동안 한 편씩 야금야금 읽었다. 첫 작품으로 호손의 ‘젊은 굿맨 브라운’을 만난 것이 그렇게 좋은 시작이 아니어서 한동안 묵혀두었다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한 편 씩 읽어나가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고 묵직한 작품들을 만나면서 18세기, 19세기의 미국 단편 소설들이 이뤄낸 성취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았다. 대단하고 훌륭한 작품이라 여겨지지만 이 위대한 작품들을 내 짧은 지식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미 수천, 수만 편의 논문들이 나와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읽었다는 증거라도 남기기 위해 각 단편들에 대한 짤막한 감상 메모를 남겨 본다. *젊은 굿맨 브라운(너새니얼 호손) ✎ 너무 몽환적이어서, ‘이게 무슨 의미지?’하고 물음표만 남겼던 작품이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왜 굿..
오랜만에 600쪽이 넘는 책을 손에 쥐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보고 아동용 문고본으로 몇 번이나 읽은 적이 있는 그 허클베리의 이야기였기에 소설의 두께가 만만치 않았지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소설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디언 조와 얽힌 동굴의 황금을 얻은 후()에 펼쳐지는 허클베리 핀과 짐의 로드 스토리(무비)? 언뜻 떠오르는 ‘그린북’이나 ‘맨 인 블랙’(요건 좀 아닌가?)의 원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혹은 어릴 적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외팔이 범인을 쫓는 ‘도망자’ 시리즈 느낌도 나고.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둘 다 각자의 사연을 숨기고, 도망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미시시피 강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뚜렷한 줄거리는 없지만 그곳에서 ..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은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기억에 남는 선명한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 영화 이 연상되는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라든가, 흡혈귀 관련 영화나 소설과 연관 있어 보이는 ‘리지아’, 요즘 공포영화(와 같은)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윌리엄 윌슨’, 밀폐된 공간에서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구덩이의 추’,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연상하게 하는 ‘붉은 죽음의 가면극’, 또한 홈즈 이전 추리의 시조새같은 캐릭터 ‘오거스트 뒤팽’의 등장까지! 마치 버라어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독서였다. 솔직히 지금 오락영화, 특히 공포나 괴기 영화의 영감의 원천은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이 아니었을까? -인상 깊은 구절- **인상 깊..
-끝까지 읽고 첫장을 다시 펼쳐 읽으니 무슨 말인지 알게 된 책. -어린이 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사회풍자 문학이었다는 것(단어, 사건 하나하나 마치 작가가 마련해 놓은 보물찾기 마냥 독자들의 정독을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소인국, 거인국까지는 예상한 바와 같았으나 라퓨타를 다룬 3부부터는 충격 그 자체. 지금의 시각으로도 엄청난 SF적 상상에 날카로운 풍자까지. 특히 불로하지 않는 불사의 스트럴드부러그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아집과 편견으로 늙어가는 인간에 대한 가장 끔찍하고 무자비한 저주 혹은 비판이 아닐까? -제4부 후이늠 종족과 야후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 을 떠올린 것이 나만은 아니겠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의 인간들보다 책 속의 야후는 끔찍하..
동료들에게서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담양공공도서관과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찾았지만 모두 대출 중이었다. 일단 예약을 해 두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금요일 점심 때 빌릴 수 있었다.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피카레스크식 구성 속에 편의점 always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목소리로 서술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삶이 힘들고 외롭고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이지만, 서울역 노숙자 ‘독고’ 씨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독고 시의 사람에 대한 접대와 배려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관계를 회복할 용기를 얻는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독고씨 역시 술로써 회피하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대면할 힘을 얻고. 이야기 진행에 무리가 없고, 적절하게 유쾌한 부분도 있어 좋다. 생각해 보니..
책을 읽는 도중 영화를 봤다. 이미 책에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거기에 작가의 목소리가 끼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괴물이 창조되고 창조된 괴물은 모습은 지극히 모순되고 비과학적이었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 소외와 고독,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비극과 디스토피아적인 상상 등 너무너무 다양한 생각들을 열어준 진정한 고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이야기는 인상깊은 구절에 풀어놓았다. -인상 깊은 구절- (19)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데는 역시 흔들리지 않는 목표만한 것이 없나봅니다. 영혼이 하나의 초점에 지성의 눈길을 고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 원정은 제 어린 시절에 품었던 가장 소중한 꿈의 실현입니다. 저는 극점을 에웠싼 바다를 지나 북태평양에 도달하고자 했던 여러 원정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