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누나를 생각하며.

지난 달에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장 더 많이 다녀왔어. 확실히 최근엔 장례식장에 더 많이 다녀 왔지. 어느덧 내 삶은 새로운 시작이나 탄생보다,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과 더 가까워지고 있고, 그러한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리낌 없어지는 것 같아. 


마치 직장생활하며 처음 간 상가집에서 먹었던 음식이 속을 불편했던 기억에서, 이젠 당연히 저녁은 상가집에서 먹고, 이왕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까지 한 3시간은 빈소를 지키는 것이 예의인듯이.


배우 최진실 씨가 날 알 리는 없겠지만,
한때 그의 연기로 웃고 즐기며, 어려운 시기를 행복감이나 어떤 설렘으로 채워주었던 그가,
그러면서도 연예인 같지 않게 부침도 많았던 그가,
어쩌면 한순간에 불쑥 들었을지도 모르는 외로움에 스스로 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내가 만족감을 느꼈던 시간 만큼 빚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나이를 살아간다는 생각에 남일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아내와 모임을 하고 와서 술 한 잔하며 왜 죽었을까, 자식을 두고 어떻게 생을 마감할까 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은 또 어떨까 싶고.

나이 들어 느는 것은,
연륜도 아니고, 오지랖도 아니고, 그냥 마음만 약해져서 그렇게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좀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혀 몇 번 차는 것으로, 조금 힘드면 술 한 잔 하는 것으로, 그렇게 보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삶은 좀 외로운 것 같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기 때문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외로움이 더 깊게 학습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즐겁다가도 갑자기 외롭고, 잠자다가도 갑자기 혼자임을 느끼고, 거기에 빠지고..

그래서 일없어도 자주 소식 전하고 위로의 말도 건네주고 그래야겠다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끊임없이 인연을 확인해 나갈 때, 나는 혼자가 아니고,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자식이고, 선생이고, 친구고, 동창이고... 
하다보면 살아야하는 이유가 거미줄처럼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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