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 다녀와서.

성격탓이 컸겠지. 학교 다닐 때에도 난 수줍움이 많았어.
다들 그렇듯 친한 친구들에게야 속 이야기도 다 하고 살았지만
다른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거나 살갑게 구는 스타일은 아니었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 소심해졌어.
일단 학교에 남자가 적어. 8명 정도가 사는 연구실에 남자는 나 혼자일 때가 많아.
학급이나 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도 혼자인 것에 더 익숙해지게 하고.
교과 모임이니, 학급운영 모임이니, 전교조 모임이니 찾아다니다 보니
지금의 내 삶을 꾸려가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이잖아.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소홀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추억'이란 말은 요술봉 같아.
당시엔 꽤 심각했던 일들도, 서운한 일들도
'추억'을 스치면 나름 아름답게 변하는 것 같아.
우리처럼 삶의 공간을 오랫동안 공유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동창회'는
힘 좋은 요술봉 같아. 아팠던 기억도 안줏거리 삼을 수 있을만큼 여유를 주고,
막상 동창회에서 만나보니 과거의 사람들이 아니었더라고.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참가한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여러 친구들의 넉넉한 마음이 너무 고마워 가입 인사 겸 한 마디 적어본다.

난 광주에서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어.
아내도 같이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5살짜리 아들이 있어. 대학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지금 어머니랑 같이 살고 있어.
다들 건강하고, 가끔 살아가는 이야기 이렇게 적어볼게. 좀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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