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니 좀 늦은 시간에 친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방금 전까지 오랜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문서로 정리하고 나서 약간은 후련한 마음에 블로그에 들렀다.
홈페이지를 사용하다, 얼마 전부터 블로그에 맛을 들였는데, 이 블로그가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든다.
나름대로 책을 읽고, 생활하며 느낀점을 정리하다보면 삶 역시 좀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항상 충분히 채우지 못해 허전함만 느낀다.

뭘 더 기록해 볼까. 날이 바뀐 오늘이 어버이날이고 해서,
단상을 적을까, 읽은 책을 정리해 볼까 하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렸다.
새빨간 바탕에 5.18 행사에서나 볼만한 검은색 글씨체로 씌인 "엄마를 부탁해".
친구들이 쓴 부모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린 참 많은 것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그 고마움을 마음에 두고 갚으려 애쓰는 모습들이 대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꿈꿔 볼 수 있는 친구들은 부럽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버지와 어머니에 모습을 추억하고 공감을 느낄 때가 더더욱 많아진다. 내 자식을 보며 나와 아버지와 아들 녀석 사이의 공통점이 발견될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또다른 의미로 현현하신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애정도 새록새록 피어나고, 내 자식이란 느낌이 든다. 하루에도 열두 번 아버지를  생각하며 내 아들을 만난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에 울컥하고 그리고 머리가 핑 돌고, 눈물이 나온다.
요샌 나이가 들어 드라마를 보다가도 맥락과 관계없이 주인공을 따라 울 때가 많아 드라마를 잘 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많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떠밀리듯 시작된 시집살이, 모진 남편 만나 마음 고생이 심했고, 전쟁을 겪었고, 심한 두통을 안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도 여자인 모습을 여러 차례 나타난다. 자식들은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들은 당신에겐 온놈이었을, 그래서 지하철 역에서 길을 잃은(잃어버린) 어머니가 '새'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4장에서는 첫 시작부터 가슴이 먹먹하고,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나온다.
작가도 참 얄궂다. 고생만한 엄마의 마지막을 그렇게 설정해야만 했을까. 그 자식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매정한 비평가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상업적이 성격이 결합하여 이런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IMF때 "가시고기" 같은 작품이 나왔던 것처럼.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을 버리고 자신 아닌 남(자식도 나일 수 있지만)에게 올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부모님이시겠지.
나를 버려 남(또다른 나)을 구하는 우리 부모님이 공자님이고 부처님이고 하나님이신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더더욱 찔릴 것 같다.
그러나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내 몸의 일부로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과 다른 투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찔릴 때가 되면 그 감정이 부모님께 오롯이 전해지지 않을까.


엄마를 부탁해
국내도서
저자 : 신경숙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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