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아이(이은용)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으로 어린이 대상의 글인데, 읽다보면 아이를 순종적인 아이로 기르고자하는 어른들의 욕심을 비판하는 글로 어른들에게도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부모 자식이 함께 읽으며 자율성, 독립성, 자아, 생명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이야기 나눌 만하다.

열세 번째 아이일까.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돌인 12를 지난 새롭게 시작되는 아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가장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열세 번째 아이에게서 완벽이 아닌 완전한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완벽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결국 문제는 어떤 점이 갖춰져야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만들어진맞춤형 인간과 감정로봇을 통해 완전한 인간에 대해 좀더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사춘기는 완전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이다. 이때 경험하는 갈등, 공감, 자아, 자율성, 독립심, 저항, 협력 등이 완전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며,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사춘기는 인류의 진화의 핵심인 일탈(=돌연변이)의 무한동력원이다.

 

로봇을 통해 인간다움을 다룬 소설로 한 스푼의 시간안녕, 베타가 있다. 수업할 때에는 단편집인 안녕, 베타, 이 책과 비슷한 흐름에서 인간다움을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으로 한 스푼의 시간을 추천할만하다.

 

중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66) “유나야, 반가워. 너는 차니 맞지?”
레오의 말에 유나와 차니가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다 유나가 알겠다는 듯 웃으며 인사를 했다.
“시우한테 얘기를 들었나 보구나?”
레오에게 자신들에 대한 기억이 입력되었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어떻게 이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까? 내 머릿속에 있는 모두를 엄마가 알고 있고 그걸 그대로 레오에게 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미래 과학기술의 단계를 보면, 뇌와 컴퓨터가 연결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생각느낌도 실체가 있어 복사가 가능한 것일까. 생각할수록 무서운 이야기이다. 결국 인간의 기억까지 편집할 수 있다니. 사람을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그러니까 경험과 감정이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85) 감정 로봇의 관리와 통제. 언젠가는 로봇이 아닌 인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때가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관리 대상이 되는 인간은 나 같은 인간일 것이다. 아니, 나는 이미 관리와 통제를 받고 있다. 옛날에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일까. 시키는 일을 얌전히 하는 아이들이 필요해서 로봇을 만들고, 그리고… 나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 부모의 뜻대로.. 사춘기... 독립하는 과정.. 그런 과정이 싫어 감정을 제어하게 되고 그런 로봇을 만들었으나 감정을 가진 사람도, 로봇도 성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의 진화 과정이라는 게 이런 일탈=돌연변이에서 시작되었으니까.

 

(186) 힘을 합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던 레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판단력이 없고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로봇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무슨 일을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로봇 같았다.

 

✎ 인간성의 핵심은 자율성일까? 생명의 핵심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장시우. 뛰어나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자기 결정권도 한 번도 없었음.

 

(216) 분명한 것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나를 만든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사람들은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과 머리에서 벌어진 일들. 그게 뭔지 모른 채로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내게 일어나선 안 되는 그것을 내가 찾게 된다면 비로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완전한 인간.

 

✎ 맞춤형 아이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간이다. '감정' 이것이 인간이기에 완전한 조건이다.

 

(222) "죽는 거나 마찬가지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데 몸만 살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로봇들의 대화는 마치 인간들의 대화 같았다.
"감정 따위가 무슨 소용이니?"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 소용 없는 감정 따위, 어쩌면 그게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열세 번째 아이
국내도서
저자 : 이은용
출판 : 문학동네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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