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책은 도끼다>에서 언급한 책이다. 고은의 <순간의 꽃>에 이어 두 번째로 저자가 소개한 책을 읽은 셈이다. 지난 주에 아들 산하가 역사가베를 배우러 간 김에 도서대출증을 만들어 책 세 권을 빌려 읽었는데, 모두 참 잘 고른 것 같다.

앞서 기록에 남긴 <스쿼시> , <내 못생긴 이름에게>도 좋았는데, 이 책도 정말 좋았다.

알랭 드 보통은 정말 보통이 아닌 듯 하다.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면서도 지적으로 읽어내는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센스있는 비유와 그림, 영화, 철학서까지 동원하여 그려낸 점이 참 멋지고 좋았다. 연애와 심리에 대한 방대한 백과사전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은 글쓰기 능력까지 겸비했다.

책 소개에서는 사랑의 시작에서 결실까지 그리고 있다고 해서 에릭과 앨리스가 그 많은 성격 차이를 극복하고 결합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에릭이라는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가 아닌 자신을 배려하고 따뜻한 감성을 이해하는 필립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앨리스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수지의 말처럼 앨리스는 남자가 아닌 정말 사랑을 원했다는 생각도 든다.

연애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한 번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여자도 좋지만,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너 나을 것도 같다. 

좋은 구절들이 많지만,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접을 수 없어 인상 깊은 구절을 남기지 못하겠다. 하지만 박웅현의 말처럼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언젠가 나이를 먹고 이번 방학처럼 좀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꼭 다시 읽어보리라.

글만 아니라 도표와 그림을 동원해서 그려낸 흥미진진한 연애소설,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다. 문득 엉뚱하지만 최명희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수많은 가지들이 펼쳐지며 풍성한 독서가 가능하게 했던 최명희. 최명희 작가는 단어 하나를 쓰는데도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쉽게 글을 풀어 써간 듯한 보통의 글쓰기와는 다르지만 철학과 역사, 문화, 예술을 녹여낸 종합적인 통찰력과 디테일은 둘이 참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성한 책읽기였다.


우리는 사랑일까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공경희역
출판 : 은행나무 200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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