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심리학(레이첼 시먼)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13. 4. 23.
새 학년, 새 학급으로 반이 편성되면서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또래 집단의 결속력이 강한 여학생들 사이에서 친한 친구 간에 은밀히 이야기 되었을 내용들이 인터넷에서 확대되었고, 여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일이 더해지면서 한 학생에 대한 따돌림이 발생하고 있었다.
자리를 만들어 오해로 생각되는 부분들은 풀어주고 그런 행동들이 심각한 학교폭력임을 해당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교육해 나가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소녀답지 못한 행동에 더 문제라는 입장에 몇 가지 문제가 겹쳐 생각만큼 잘 해결되지는 않았다. 교사들에게 교육적 한계와 그로 이한 상처만 남겼다고 할까.
여학생들의 친구 관계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개입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풀기도 쉽지 않다. 작년에 따돌림 상황에 있던 아이들이 올해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상황에 있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데 그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여학생들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할 때 즈음, 페이스북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올린 글이 생각났다.
“소녀들의 심리학”
어린 시절 따돌림 당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저자는 3년 동안 소녀들과 그들의 부모, 소녀 적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는 성인들을 만나 소녀들의 따돌림의 원인과 실태, 해결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소녀들의 따돌림을 ‘대체 공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체 공격’은 갈등을 직접 드러낼 수 없도록 ‘사회화’된 소녀들 사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폭력이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대체 공격’은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다.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집착, 소유욕이 크고 이를 위해 관계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우정을 빌미로 조종하며 이용한다. 즉 학대한다. 피해자는 두려움, 관계 지속에 대한 희망을 우정으로 생각하며 학대와 혼동하며 그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고,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즉 ‘대체 공격’은 ‘친밀한 적’이라는 역설적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자에 대한 불신, 상처로 남는다. 따라서 소녀들의 갈등을 드러내 놓고, 풀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피해자들이 자책하지 않도록 대체 공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녀들은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갈등이 생겼을 때 말하지 못하고 참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 왜냐하면 직접 말함으로써 관계 상실을 막기 위해서이다.
소녀들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맥락과 관계없이 사과하거나 유머(농담)를 사용해 간접적으로 상처를 준다. 또 분노 표출이 관계 속에서 상시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동맹을 결성’한다. ‘동맹’은 따돌림에 대한 죄책감(죄의식)을 낮춘다.
소녀들의 따돌림은 다른 소녀에 대한 질투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여성성의 규칙(겸손, 얌전)을 깬 소녀(매력적, 독립심, 거리낌이 없고, 욕구, 욕망이 있음)들은 ‘대체 공격’을 당한다. 특히 경쟁·독립의 욕구 이전에 관계·배려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한 소녀들은 암호(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아이, 꼬리치기, 잡것, 따라쟁이 등)를 통해 소녀들의 행동 기준에서 벗어나는 소녀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편을 가른다. 소녀들의 이런 태도들이 성장 이후 사회생활 속에서도 여성성의 규칙에서 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소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고립’이다. 소녀들은 인기 경쟁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친구를 사귀려고 한다.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친구들을 이용하고 비밀을 훔쳐서 더 높은 사회적 대가를 받고 넘긴다. 이때 관계는 목표라기보다는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미국에서 ‘대체 공격’이 자주 발생하는 백인 중산층 소녀들과 다르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양면적인 소녀들, 즉 거짓말을 하거나 이중적인 소녀들을 보면 직접적인 대면이 일어나 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 소녀들이 사회적 약자로서의 저항성을 부모로부터 훈련받기 때문이다. 경쟁·질투·분노·원한이란 감정은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풀린다. 이런 감정은 부인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인정할 때 비로소 풀린다.
저자는 소녀들의 ‘대체 공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에서는 ‘대체 공격’이 발생했을 때 든든한 정서적 지지를 통해 성찰의 기반이 되어줄 것, 학교와 교사는 ‘대체 공격’이 육체적 폭력과 같은 폭력이라는 점, 소녀들에게는 자기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분노와 화를 풀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라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소녀들이 관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어보도록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 소녀들이 처한 여러 상황,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 일종의 매뉴얼이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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