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코끼리에 맞서다(나탈리 르비살, 한울림)


코끼리에 맞서는 ‘통과의례’를 거쳐 성인으로 인정받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누려야할 청소년들이 ‘마땅한’ 과정 없이 오랜 청소년기 속에 성인으로서의 삶을 유예하고 있다. 이 책은 ‘뇌과학 통해 청소년을 통찰한다’는 부제에서 보듯, 생물학적인 뇌의 변화와 사회적인 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청소년기의 특성을 살피고 있다. 


먼저, 1장부터 4장까지는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기 힘든 청소년들의 모습들, 졸음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 바르게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 또래 외모를 닮아가려는 모습들, 강렬한 사랑에 끌리는 모습들을 생물학적인 뇌의 변화로 풀어 나가고 있으며,

5장부터 9장까지는 이 책의 제목 “청소년, 코끼리에 맞서다”와 같이 사회적 뇌라는 시각에서 이전 세대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10장~11장은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남녀 차이에 따른 청소년기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매우 전략적인 생존 방법이며, 청소년기의 그런 모습들이 결국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청소년기의 특성은 인류가 현재에도 진화하고 있음을 눈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런 호기심을 기성세대로서 존중해 주어야할 필요가 있겠다. 즉, 이전 시대, 청소년들이 코끼리라는 다소 무모할 수 있으나 위험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그런 도전이 없는 시대,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방법으로 성장, 진화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1. 지구인의 시간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화성인?

(28) 청소년기에 잠이 많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청소년기에 잠을 자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다른 종들과는 달리 뇌가 복잡한 정보를 통합할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청소년기의 급격히 성장하고 수면이 뇌의 성장과 신체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잠을 자는 게 더욱 중요한 것이다. 또한 청소년기 아이들이 늦게 자는 이유는 선사시대부터 튼튼하고 쓸모 있게 자란 청소년기 아이들이 무리의 생존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야 아이와 어른들이 잘 때 위험이 닥치면 경고를 하고 무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30) 청소년기 시차 증후군의 생물학적인 근원에 대해 아직도 완전히 수긍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그 의심을 없애줄 확실한 증거가 있다. 독일 뮌헨대학의 틸 로엔네베르크 교수가 8~90세의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그 증거다. 이 조사에서 13세부터 몇 년간 잠 드는 시간이 늦어지다가, 20세 무렵부터 느닷없이 상황이 달라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정확히 말해, 여자는 19.5세, 남자는 20.9세에 갑자기 전보다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됐다고 한다.

✎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거의 없으나 중학교부터는 조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난다.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급격한 성장에 따른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생물학적으로 오전보다 저녁에 정신이 더 말짱하다는 것은 학교가 학원보다 더 불리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많은 수를 한 집단으로 편성해 놓음으로써 학교는 현실적인 차이를 희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절반만 붙잡고 있는 학교의 상황이 안타깝다.



2. 누워서 뒹구는 세대

(35) ‘탁자에 다리를 올리고 쿠션에 팔꿈치를 기댄 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자세는 ‘무중력 상태’에 가장 가깝다. 이는 우주 비행사들의 의자 제작을 위해 나사가 계산한 ‘중립 자세’로 의자의 등받이 각도가 정확히 127도를 이룬다. 이 각도는 에어프랑스의 비즈니스 좌석에도 적용되어 비즈니스 클래스를 ‘27 클래스’라고도 부른다.


(39) 뒹구는 자세는 11~16세에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급격한 성장의 결과이다. 모든 인류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는 이 시기에 청소년은 1년에 10cm, 많게는 2년에 25cm가 자란다. 뼈의 이 같은 급격한 성장은 척추의 인대를 긴장시키고, 근육의 긴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때로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 인류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성장하는 시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 표출이다. 하지만 학교는 ‘아침부터’ 끊임없이 ‘바른 자세’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전달해야 할 양이 많다.  



3. 걸리버 군과 앨리스 양

(71) 자기 몸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기 몸의 부분 부분이 때로는 너무 크고 때로는 너무 작고 때로는 심각하게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질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체 부위의 일부가 못생겼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며 강박적인 두려움을 갖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신체 이형 장애’라고 한다. 정도가 약하면 몸의 변화에 따른 있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끔찍한 괴로움을 수반한다.


(72)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병증은 신체 이형 장애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청소년 가운데 1~2%(대부분 여자아이) 정도가 거식증을 알고 있으며, 7%가 폭식증에 걸려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 출처에 따라 수치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5년간 미국에서 매년 13~18세의 청소년들이 성형수술을 받은 건수는 20~30만에 이른다. 미국의 한 성형외과의사는 청소년의 성형수술 요구 조건이 성인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무언가 거슬리는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수술의 목적은 같지만, 성인들이 남들과 ‘달라지는’걸 원한다면 청소년들은 남들과 ‘같아지는’걸 원한다. 남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고, 남들과 달라지기도 싫은 것이다.

✎ 청소년기는 이차 성징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차 성징은 자신의 유전자를 내세우는 일종의 홍보 방식으로 같은 종의 또 다른 유전자를 획득하는 생물학적인 방법이다. 청소년들은 급격한 신체 변화 속에서 남들의 눈에 맞춰 자신의 몸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교복 변형, 바람막이 점퍼 이런 것을 찾으며 무리를 형성하는 것도 신체와 연결된 ‘신체 이형 장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까. 



4. 나는 로미오, 너는 줄리엣!

(84) 이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사랑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특히 이들이 늘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지나고 나면 청소년들의 몸은 성적으로 성숙하며, 뇌 회로 또한 성적으로 활성화된다. 하지만 룻거스대학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에 따르면, 정서와 충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체계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라고 한다. 사실 이 체계는 뇌의 전전두업피질에 위치하는데, 청소년기에는 아직 전전두엽피질이 발달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이든 간에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그렇게 불같은 열정이 나오는 것이다. 


(91) 뇌에서 (도파민과 함께) 옥시토신이 넘쳐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두 연인이 사랑을 나눌 때, 특히 오르가즘이 느껴질 때가 이런 상황인데, 이는 곧 성행위가 애착을 만들어내며, 규칙적으로 성행위를 할 때 관계가 유지됨을 의미한다. 생물학자인 뤼시 뱅상에 따르면, 입맞춤과 애무, 연인 간에 주고받는 사랑의 대화들만으로도 충분히 옥시토신을 분비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옥시토신은 항스트레스성 물질로 발안을 해소해주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심장은 더욱 빠르고 격렬하며 뛰며, 호흡이 가빠지고 긴장은 고조된다. 혈액에는 당이 분비되며, 면역 체계는 약화된다. 반대로 항스트레스성 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우리 몸은 곧바로 오랜 시간 동안 편안함을 느낀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면역 체계가 강화되는 것이다.

✎ 청소년들의 이유가 뚜렷하지 않으면서도 급속도로 빠져드는 상황은 이차 성징에 따른 호르몬의 결과다. 본능과 충동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조절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사랑은 위험한 만큼 더 강렬하다.  



5. 위험으로의 참을 수 없는 이끌림

(100) 우리는 오랫동안 청소년기 아이들이 감정 기복이 심하고, 화를 잘 내며, 충동적인 행동 등을 보이는 이유가 성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어 뇌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확신해왔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앞 장에서 우리는 사춘기에 나타나는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성을 유혹하며, 성행위를 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사춘기 초기에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다시 성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 일부는 이 같은 호르몬의 변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


(104) 청소년기에 가지치기가 가속화되는 건 오직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지드 교수의 말마따나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것이다. 우리의 뇌는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자주 사용하는 세포와의 접합 관계는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제거하여 좀 더 효율적인 시냅스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용되는 접합 관계에 따라 우리는 피아노를 칠 수도 있고, 수학 문제를 풀 수도 있으며, 농구를 할 수도 있고, 온라인 게임에서 친구들을 박살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지드 교수는 선택을 잘못하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을 덧붙인다.

✎ 청소년기의 급격한 변화가 성호르몬의 분비에 따른 것이라 하기에 설명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10년 전에 신경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유아기 때 대부분 형성되고 사춘기 때 마무리가 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 인간의 뇌는 청소년기에 활발한 신경세포의 접합이 이루어지며 이때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필요한 것들은 활성화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춘기 혼란’이 일어난다. 청소년기는 마치 번데기 단계인 것 같다. 많은 경험을 통해 신경세포의 접합(시냅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이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6. 코끼리와 맞서다

(120) 청소년들이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 건 모든 ‘정상적인’ 행동들이 덜 위험하고 덜 의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성인보다 지루함을 쉽게 느낀다. 그리고 위험한 행동은 성인보다 덜 위험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의욕과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한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바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이처럼 전전두피질(계획•결과 에측•억제)이 뒤늦게 업그레이드되고, 대뇌변연계와 쾌락 회로가 미묘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최근 50년간 아이들이 성적으로 빠르게 성숙함으로써 더욱 커졌다. 뇌의 일부는 변화가 빠르게 시작된 반면, 사춘기와 무관한 다른 과정들은 늦게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전전두피질과 대뇌변연계의 상호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보내는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 것이다.


(122) 위험 성향은 탐험, 즉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가며 배우자를 찾으려는 의지를 부추기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유전형질이라는 뜻이다. (중략)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이 같은 위험 성향의 표현 방식은 꽤 전형적이고 대개는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훔친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목숨을 건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건 어떤가? 이런 모습은 영웅적인 것과 별로 관계가 없다. 그저 강렬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얻고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며 집단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높일 뿐이다.


(126) 분노는 청소년의 기질이다. 부분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굳어진 좋지 않은 버릇이거나 부모의 반복적인 잔소리를 견디지 못해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노의 기능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청소년들이 과거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로 다가가게 만드는 것이다. 존재에의 집착은 사람들이 동굴 속 곰이나 ‘코끼리라는 엄청난 산’을 마주할 때 품는 분노이다.

✎ 청소년기 위험 성향과 충동성에 대한 뇌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단 충동 관련 뇌 부분은 활성화 돼 있지만, 통제 관련 뇌부분은 활성화 돼 있지 않다고 한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충동 관련 부분은 긍정적인 진화의 단계를 받아들여졌다. 개인의 독립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만한 성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전 시대에 비해 현대 사회가 사춘기는 빨리 오지만 뇌의 발달은 늦어지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이고, 위험 성향을 제대로 풀어날 또는 긍정적으로 풀어낼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탈에 빠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코끼리와 맞서다’는 말을 통해 이 ‘충동’이 자잘한 것이 아닌, 코끼리에 대한 분노, 그러니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삶의 보람이자 명예, 실재하는 가치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과거에 그런 사람들을 ‘영웅’이라 칭해 왔다고 옹호하고 있다.



7.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다

(131)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서 정의되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 관계가 제대로 형태를 갖추게 되는 때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아마도 청소년기가 자의식이 뚜렷해지고 자신과 타인의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존재가 전의식적이며 일시적이었던 아동기와 달리,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존재를 머릿속에 의식적이며 영구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이다. 특히 가족 이외의 타인인 친구, 집단,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148) 파우스 교수는 또래의 영향이 해로울 수 있으며, 또래의 영향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면 위험하다고 은연중에 말한다. 이 말은 또래의 영향이 집단에 쉽게 통합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또래의 영향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건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한 것일 수도 있고, 집단에 잘 통합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타인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능력은 공감이다. 공감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완성되는 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라고 한다. 공감은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인간의 특성이므로 진화 단계에서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감은 ‘마음이론’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마음이론’은 성장하는 단계가 있다. 청소년기에는 ‘사회적인 뇌’가 발달한다. 특히 농담이나 비웃음은 타인의 머릿속을 좀더 정교하게 이해해야 가능하다. 청소년기에는 또래에게서 그런 걸 배운다. 



8. 그들만의 세상을 들여다보다

(154) 청소년 무리는 아이와 청소년이 성인들의 감독에서 벗어나 독립하여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다. 서로 성격이 무척 다른 온갖 종류의 무리가 있으나, 이들 청소년 무리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연령대로 나이 폭이 상당히 좁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는 두 살 더 많고 적음이 모든 걸 바꿔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키 차이도 크고, 성적인 성숙도나 정서적인 발달 정도, 지적 수준 등 모든 게 달라진다. 또 남녀가 섞이는 경우도 벼로 없다. 대개 청소년기 말쯤 되어서야 남녀가 섞이게 된다.


(157) 청소년 무리는 퇴행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균 성숙도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숙도보다 낮다.


(168) 대부분의 전통 사회에서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덜 경쟁한다. 여자아이들은 상당 기간을 가족 내 여자 구성원과 함께 보내고, 남자아이들보다 집단을 이루는 경우도 드문 데다, 설령 집단을 이루더라도 대개는 소규모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한두 명 정도의 친한 친구를 두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두세 명씩 다니며 많아야 네 명 정도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은 네다섯 명 미만으로 집단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169) 여성은 남성보다 말을 더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몸짓, 표정을 사용한 표현도 더 많이 한다. 그렇다면 여자아이들은 함께 ‘이야기’하며 친숙해지고, 남자아이들은 함께 ‘행동’하며 친숙해 지는 게 아닐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남녀가 함께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15~16세 무렵이 되면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행동’도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 7번에 이어서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론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사회(불과 20~30년 전만 해도)에서 유아기 이후 청소년기에 아이들은 대부분 방치됐다. 따라서 이들은 또래를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으며 그 내부에서의 역할에 따라 성장해 간다. 하지만 청소년기 또래 집단의 영향력은 한정적이다. 성인이 돼 자신이 돌봐야할 가정이 생기면서 또래에 대한 결속력은 낮아지고, 성취 욕구에 따라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기 남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남자들은 주로 행동으로, 여자들은 대화로 뭉친다. 따라서 서로 이루는 구성원의 숫자도 다르다. 필자는 여자를 예로 들어 청소년기 여자들은 ‘대화’를 통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옥시토신은 내면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호르몬이다. 이 부분은 뇌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 생물학적인 뇌, 사회학적인 뇌이라는 기본적인 이론이 바탕에 깔린 청소년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룬다.



9. 신화를 만드는 아이들

(186) 노령의 사냥꾼이 맡았던 역할이 사라지면서, 청소년기의 모험도 사라져가고 있다. “정체성에 대한 일반적인 고민이 나르시시즘으로 변하고, 또래 집단의 형성을 부추기며,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거부하고 배척한다.”역사가 없는 집단은 “스스로 과거를 창조해내야 한다. 청소년 집단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청소년 집단은 스스로 거짓 전통을 만들어낸다. 청소년 집단에 대한 충성은 역사와 윤리를 가진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이러한 매커니즘이 헛되고 위험하지 않다면 말이다. 이러한 집단들이 정치를 장악할 때, “그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에 신념을 부여한다. 구성원 각자가 사회적인, 정치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이러한 생각은 기분을 좋게 하며, 따라서 구성원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서 추상적인 것에 집착하며, 파시즘과 인종주의, 타협 없는 이상주의 갇혀버린다. 지나친 도덕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역사를 거부하며, 집단 공격에 가담하고, 폭력행위를 일삼기도 한다. 이러한 이념에 빠지는 사람은 결국 인격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못한 청소년이다.”

✎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통과의례가 없는 것이 문제다. 통과의례를 통해 남자아이들은 남성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찰과 성장, 또 집단에 소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겉으로 보이기에는 비슷한 통과의례라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나르시시즘에 그치고 만다.



10. 인류 역사의 후퇴인가, 진보인가

(191) 먼저 사춘기와 청소년기의 시기적인 경계선에서 차이가 생겼다. 앞서 살펴봤듯이,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는 빨라졌다. 여자아이들이 초경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17세에서 12세로 150년 만에 빨라졌다. 남자아이들도 시기가 빨라지는 건 분명한데, 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뿐이다. 여자아이들은 9세나 10세부터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따라서 사춘기도 일찍 시작되고 인지와 정서적인 성숙도 앞당겨졌다. 하지만 판단, 계획, 감정 조절 등의 다른 모든 과정들이 예전에는 사춘기 시작 이후 3~4년이면 자리를 잡았는데 이제는 사춘기가 빨라져 7~8년이 지난 후에야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더하면 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193) 두 번째는 남녀 아이들의 성숙 과정에서 보이는 눈에 띄는 차이이다. 키의 성장뿐 아니라 몸과 행동의 성숙에 있어서 여자 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도 적어도 2년이 앞선다. 여자아이들이 성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더 이상 또래 남자아이들을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차이점은 여자아이들은 신체적인 성숙이 성적인 성숙보다 앞서는데, 남자아이들은 그 반대라는 점이다. 비록 겉보기에는 아직 중성적인 소년의 모습이라도,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성욕이 왕성하고, 성적으로 성숙해있다. 이는 모든 사람과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200) 보긴이 이런 주장을 할 때 기본 축으로 삼는 부분은, 바로 성별에 따른 급격한 성장기의 시기적인 차이로 인해 남녀 각각이 최적의 환경에서 사회적인 성역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이 첫 출산으로 낳은 아이는 영장류가 첫 출산으로 낳은 새끼보다 사망률이 더 낮아졌다.

✎ 여자아이들은 신체적인 성숙이 성적인 성숙보다 앞선다. 이를 통해 임신 위험 없이 성인의 세계에 들어가며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는 등, 자신의 역할을 배울 수 있다. 남자아이들은 생식적인 면이 성숙하고 그 뒤에 외모가 성숙한다. 성인 역할을 배우기 위해서는 순진한 소년 같은 모습이어야 나이 많은 경쟁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회가 생기면 바로 생식하기 시작한다. 또 남성 사회는 여성에 비해 거리를 두고 홀로 성장해야한다. 남녀의 차이는 결국 진화 과정에서 최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연상연하 역시 진화 과정에서 최적의 선택일까.



11. 청소년, 인류의 미래

(219) 미국의 작가 톰 로빈스는 인류가 진보해온 건 “심각하고 책임감 있고 신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유희적이고 반항적이며 미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영국 뉴캐슬대학의 브루스 찰턴은 20세기 중반에 ‘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계속 젊음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삶에 유리했기 때문이며, 몇몇 사람들이 정신적인 측면에서 실제로 전혀 성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새로운 노하우를 배우고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드는 데에는 어린아이의 유연성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정보와 산업의 발달로 사회는 복잡해지고 인간의 수명도 늘어났다. 인류는 진화해야할 새로운 환경에 처했고, 그 열쇠가 청소년에 있다는 것은 청소년기 특성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의 필요와 함께 성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소년, 코끼리에 맞서다
국내도서
저자 : 나탈리 르비살(Natalie Levisalles) / 배영란역
출판 : 한울림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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