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의 인재 혁명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11. 10. 27.
한 10년 전 쯤 학생회 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가 "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노와이"란 책을 이사 기념으로 선물해 준 적이 있었다. 당시엔 '조벽' 교수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명강의', '노하우' 이런 기술적인 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책에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 작년에 출판사 행사로 이 책을 만났다. EBS 다큐 프라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멘토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책을 펼쳤지만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고자 책들을 살펴보다 이 책 "조벽 교수의 인재 혁명"을 다시 들었다.
책은 혁신학교 추진 배경처럼 복잡화 다양화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와 역량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그런 인재가 갖추어야할 역량-창의성, 전문성, 인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당부하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이야기는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지만 매번 심각해진다. 게다가 이 책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통계, 곁에서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쓰여 있어 '진심'이란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에 대한 언급은 충분하지 않다.
혁신학교 운영의 방법적인 부분에서 막히고 진척이 없어 도움을 얻고자 펼친 책이었지만 혁신해야한다는 당위성은 다시금 되새겼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학교 혁신의 방법적인 측면은 내부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겠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려고 침전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며.
(28)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지금 교육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교육과 인재상이 달라져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새로운 글로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21세기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미국 백악관의 교육 혁신 문구처럼 이제 저는 '모든 학생', '새로운 글로벌 사회', '21세기형 교육' 등 세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 관계가 형성된 교육 공동체가 교육의 길이다.
(41) 정보화 시대에서 교육의 목적은 학생으로 하여금 무언가를 알게 하는 게 아니고, 뭔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알고 있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재 정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인재는 '머리'만 있으면 되지만 '할 수 있는' 인재는 머리 외에 마음과 정신도 제대로 준비된 사람입니다. 21세기형 교육은 태도, 관심사, 가치관, 습관, 인성, 리더십 등을 다루는 정의적 영역과 심리 운동적 영역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44) 요즘 새로운 교수법과 학습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특히 주목받는 방법은 체험 학습과 문제 중심 학습법, 인턴십입니다. 이런 방법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 부각되고 그 가치를 더 인정받게 된 이유는 학습과 일이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45) 체험 학습의 핵심은 학생이 학습의 주체자가 되는 능동성이며, '몸으로 배운다'는 뜻을 지닌 '암묵지'입니다.
✎ 교육은 지식 중심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으로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기 때문에 삶과 관련하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체험학습이나 문제 중심 학습, 탐구학습이 필요하다.
(66) 첫 번째 실력은 창의성입니다. 글로벌 인재는 새로운 일을 개척하거나,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 나갈 줄 아는 사람이지요. 결국 창의성이란 남의 뒤를 따라가는 기술자가 아닌 '앞서가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입니다.
두 번째 실력은 전문성입니다. 전문성에는 의사, 과학사, 판사, 교육자, 화자, 공학자, 예술가, 지휘자 등 전문가로 활동하기에 필요한 지식 이외에 전문성의 핵심 요소인 자발성, 사고력, 판단력 등 기본 능력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전문 지식과 정보가 매일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화 사회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평생 동안 공부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보 홍수 시대에서 일컫는 전문성이란 평생 학습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세 번째 실력은 인성입니다. 요즘은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고 복잡해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능력과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팀워크와 네트워크를 이루어 일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으면 우선 남들이 자기와 '일을 함께하고 싶다'라는 느낌을 줘야 합니다. 즉 인성은 '남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 글로벌 인재가 갖추어야할 미래 사회의 핵심적 역량은 창의성, 전문성, 인성이고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갖추어야할 역량이다.
(74) 창의력에 꼭 필요한 핵심 요소
-튼튼한 기초 지식
-알쏭달쏭함을 소화해 낼 수 있는 퍼지 사고력
-문제 해결 대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호기심
-안락함에 만족하지 않고 작은 성공률에 도전할 수 있는 모험심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긍정성
(93) 새로움을 발견하고 창조해 내는 에너지의 원천은 호기심입니다. 창의력 계발을 위한 여러 교수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가장 근본적인 비법은 학생이 질문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94) 저는 매 강의 끝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써내도록 합니다.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고 그 대신 질문의 질을 평가해서 학점을 부여합니다. 질문을 보면 학생이 강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얼마나 소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07) 첫째, 성취를 많이 한 사람은 희망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니라 희망을 배우고 선택한 사람입니다. 둘째, 그런 사람은 자신의 고유한 장점을 발견해 발전시킬 때 가장 즐거워합니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장점을 샐리그먼 박사는 '지문같이' 고유하다는 뜻에서 시그네처 장점(signature strength, 개인의 대표 강점)이라고 부릅니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이 각자 아주 다양하고 개성을 지닌다는 연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행복하면서도 장기적인 성공을 하고, 사회에 유익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유한 장점에 초점을 둔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자녀와 학생에게 바로 이 각자의 고유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배움의 시작은 호기심 즉 동기에 있다. 그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 "좋은 관계가 좋은 수업을 만든다"는 말에서처럼 좋은 관계가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요소라는 주장도 있고, '제대로' 수업에 참여했을 때 학교가 바뀐다는 말도 있고,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 주었을 때 흥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정리하기 힘들다. 이들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며 무엇부터 시작하든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25) '전문성'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정보와 지식을 종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능력, 그리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126)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은 두뇌라는 그릇에 얼마나 많이 집어 넣는가가 아니라 두뇌라는 그릇 그 자체를 얼마나 크게 만들어 주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145) 요즘 한국에 멘토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평생교육 시대가 도래해서 그렇습니다. 스스로 배우는 능력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멘토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교사는 학생에게 학습자의 멘토가 되는 것입니다.
✎ 교사의 전문성이 '멘토'라는 역할에 있다면, 경험자로서 배움과 돌봄을 이끌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활동하도록 돕는 책임자이며, 함께 꾸준히 공부하는 학습자(끊임없이 배우는-공부하는 교사)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155) 수백 가지 리더십 이론 중에 최근에 부각되는 리더십은 단연 서번트 리더십입니다. 대선 시기에 모든 후보자가 본인이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한 섬김의 리더십, 봉사의 리더십입니다.
(159) 학생 동아리가 좋은 예입니다. 학생이 여럿 어울리다 보면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필요하게 돼 있습니다. 또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리더 위치에서 활동하다 보면 리더십 능력이 한층 더 계발되기도 합니다.
(163) 물질적 빈곤 시대의 베풂은 희생을 요구합니다. 나한테 있던 물건은 주고 나면 없어지니까요. 하지만 정신적 빈곤 시대의 베풂은 리더십입니다. 베풂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며, 특히 팀워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정보 홍수 시대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해지는 서비스 산업 시대의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베풂은 결과 아니라 과정입니다. 행위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 창의성, 전문성과 함께 '인성' 역시 중요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협력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성도 키워야할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자는 리더십의 의미가 300가지는 된다고 한다. 내가 읽은 어떤 책에서는 리더십을 '솔선수범하는 실천가'라 말한다. 관리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저자의 말처럼 '학습장'이기도 해야하지만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하는 실천가여야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솔선수범하며,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학생에게 필요한, 학생이 키워야할 리더십 역시 솔선수범과 배려, 협력하는 마음이다.
우리 학교는 다소 학생 쪽에 기운듯한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더 자유로워졌지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 특히 교사에게. 이른바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칙도.
'존중과 경계'를 통한 자율성을 기르자는 게 일종의 대안이었는데 결국 아이들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 같아 고민이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사들에게 리더십이 부족하다. 학생회 간부들에게만 리더십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학급 단위의 리더십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형편으로 집체교육을 하는 편인데 교육적인 효과가 별로 없다. 수업 외적으로 필요한 학생 연수가 많다. 그동안 담임 교사의 훈화에 의지하는 편이었는데, 학생 연수를 담당하는 전문가도 필요할 것 같다.
책을 읽고, 덮고나서 생각해 보니, 이 책에 내가 궁금한 것을 다 말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채워야할 부분이 더 많다는 걸 확인하게 하기도 한다. 분명한 건 '혁신'해야한다는 당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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