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커(이희영)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6. 4. 19.

광주에는 광주역부터 동성고 입구까지 경전선 폐선부지 기찻길을 이용해 숲길이 조성돼 있는데 이 길을 푸른길이라고 한다. 동명동에서 모임을 마치고 아내를 만나기까지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농장다리를 중심으로 조선대 입구에서 계림동까지 걸었다. 마침 벚꽃도 만개해 밤길인데도 상춘객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꽂고 윌라 오디오북 살펴보다 이 책을 만났다. 농장다리 주변에는 카페나 바도 적잖았는데 마침 이 책의 분위기와도 비슷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듣다 재미있어 겸임 학교로 이동할 때도 이어서 들었다. 그리고 감상문으로 정리할 겸 종이 책으로 다시 읽었다.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에는 프러포즈하려던 나우에게 하제가 선을 긋는 게 너무하다 싶었다. 스무 살 때부터 서른 두 살까지 ‘이내’가 매개가 되기도 했겠지만 나우의 본심을 그렇게도 모를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나우와 하제의 결합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우가 하제에게 자기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으니까. 그게 언어적이든, 비언적이든, 반언어적이든 표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물론 나우 입장에서 표현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결국 시간 여행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나우의 마음을 정리가 된 것 같다. 나우의 생각대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바라는 결말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원하지 않는 결말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우의 마음 정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을수록 미련이 쌓여가는 과거의 순간을 떠올릴 때가 많다. 그러다 현재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런 생각 뒤에는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대부분의 과거와 약간의 미래, 그 사이에 상대적으로 경계처럼 존재하는 현재를 눈여겨보며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게 어른의 모습인 것 같다.
교육이 우리 삶에서 결과를 통해 과정(현재들의 누적)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위인, 성과, 성공에 집중했던 것 같다. 과정보다는. 학교는 지금보다 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살아 있으니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는 의미 부여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부분이 많다. 밑줄 그을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또 인상적인 상징도 있다. 살면서 삶의 어떤 부분을 바라볼 것인가를 ‘조명’에 빗댄 부분이 인상적이다. 또 과거로 여행하며 삶을 성찰하는 ‘칵테일’도 인상적이다. 아니 이것을 섞는 도구가 ‘셰이커’이니, ‘셰이커’도 인상적이다. 우리 삶의 ‘셰이커’는 무엇일까. 책 또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인상적인 구절
(12) 대학에 가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군대를 다녀오면, 어엿한 직장인 되면, 한민의 말처럼 월급 통장에서 꼬박꼬박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순간이 오면 그땐 진짜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온 지금, 나우는 자신이 진짜 어른인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두렵고 어렵기만 했다.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곳곳에 수렁이 가득한 서바이벌 게임장과 비슷했다.
✍ ‘어른’의 뜻이 삶의 완성처럼 느껴진다. 사실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를 떠올릴 때마다 교육의 영향으로 공자의 지우학(15), 이립(30), 불혹(40), 지천명(50). 이순(60), 종심(70) 이런 단어를 떠올린다. 지금은 그때보다 수명도 길어졌고 사회도 복잡해서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공자의 말씀은 공부하는 자세 또는 성장의 과정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회의’가 사고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46) “어떻게 하면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까.”
(89) 과거를 떠올리면 늘 아쉬움이 앞섰다. 조금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조금 더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했더라면,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잘 좀 했더라면... 뒤늦은 원망과 질책만이 가득했다. 고작 열다섯의 나이에 열심히 노트를 정리하고 문제집을 풀며, 문제가 생겨도 쉽게 그만두거나 도망갈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학교를 성실하게 잘 다녔다. 친구들과 별 탈 없이 어울리며 무사히 졸업했다. 나우는 문득 열다섯의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잘 버티고 견뎌 냈기에 스무 살의 그리고 서른두 살의 그가 존재할 수 있었을 테니까.
✍ 고3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선생님의 조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 결과는 사회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그리고 사회구조가 그것을 믿도록 지탱해 왔다. 사실 설명이 잘 안되니 ‘신화’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업계 종사자로서 일정 부분 그 구조를 지탱하는데 일종해 왔다. 사실 사회는 꼭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는데. 다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도 해당한다는 말의 무거움 만큼은 꼭 붙잡고 싶다.
(123) “돌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을까요? 어제는 오늘의 과거입니다. 내일의 과거는 오늘이지요. 내일은 그다음 날의 과거가 됩니다. 우리는 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니, 오늘 뭔가를 한다면 내일이 바뀌지 않을까요? 과거는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매일 살고 있을 뿐입니다.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은 오후가 되는 즉시 과거가 되고, 오후는 밤이 되는 순간 과거가 되니까요. 우린 과거에 살지만, 정작 그 과거를 바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아모르 파티(운명을 사랑하라)’를 떠올렸다.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게 이 책의 내용과 겹쳤다.
(252) “다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아!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하지. 막상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사느냐고 그런 생각도 안 들어.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 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 카르페디엠이다.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우주도. 그래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모두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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